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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누구나 여러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시대다.
굳이 비싼 학비를 들이지 않고도 어디서든 배움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다양한 교육 도구 덕분에 다국어 학습은
더 이상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노력과 전략만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 되었다.
나는 독일어로 카프카의 작품을 읽었으며 세르비아어로
적힌 이보 안드리치의 소설을 한글로 번역해 출판했다.
또한, 오정희 선생의 소설을 크로아티아어로 번역하여
크로아티아에서 출판한 경험도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는 미국으로 온 우크라이나 난민의 통역을 맡기도 했고, 마케도니아인이나 보스니아인들과는 어느 정도 자유롭게 소통이 가능하다.
현재는 베네수엘라, 멕시코, 엘살바도르에서 온 학생들에게 스페인어로 영어를 가르치면서 언어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이를 지켜본 동료 교사들은 종종 나에게 묻는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거죠?”
사실 알고 보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나는 유학 생활을 세르비아에서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몰입형 학습(Immersion)의 혜택을 받았다.
덕분에 남슬라브어군에 속하는 다양한 언어(세르비아어, 크로아티아어, 보스니아어)를 동시에 익힐 수 있었다.
이는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이탈리아어나 포르투갈어를 쉽게 익히는 원리와 같다. 마찬가지로,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이 한자와 문법적 유사성을 활용해 일본어나
중국어를 익히는 과정과도 유사하다.
또한, 영어를 학습한 경험은 같은 게르만어군에 속하는
독일어 학습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즉, 여러 언어를 배우는 과정은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비교 학습(Comparative Learning)’을 통해 언어 간
유사한 패턴을 찾고, 이를 활용하는 과정이다.
물론, 몰입과 실전 연습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제는 Netflix, YouTube 같은 다양한 플랫폼, 그리고
듀오링고(Duolingo)와 같은 언어 학습 앱을 활용해 보다
쉽고 자연스럽게 언어를 익힐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는 호기심과 실전 경험이다.
언어는 단순한 학습 대상이 아니라, 문화를 이해하고
사람과 소통하는 도구라는 걸 잊지 않는다면 누구나
다국어 학습에 도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