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림책살롱 김은정 Feb 27. 2020

[그림책태교17] 중요한 사실

바로 '너'라는 거야

[그림책태교17] 중요한 사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사물을 다르게 봅니다. 창문에 늘어져 있는 같은 커튼을 보고도 문양이 크다고 느끼거나 작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문양색이 밝았으면, 조금 더 어두웠으면 하는 바람도 각기 다 다릅니다. 같은 크기의 테이블도 누구에게는 길게 느껴지고 누구에게는 적당하게 느껴집니다. 참 다르게 보고, 다르게 느끼는 게 참 많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모두 같은 커튼이고 테이블입니다.    

창 밖 풍경을 봅니다. 하늘과 산과 들, 그리고 주변 풍경이 보입니다. 높은 하늘이고 푸른 하늘입니다. 초록 들판이고 연두빛 들판입니다. 보이는 것들이 누구의 눈에는 저렇게, 누구의 눈에는 이렇게 보입니다.

중요한 사실은 모두 같은 눈에 보이는 자연 풍경입니다.    


비가 내립니다. 하늘에서 내려와 바닥을 적시고 바닥이 젖습니다. 비 내리는 소리가 작게, 크게, 요란하게, 조용하게 내립니다. 비는 색깔이 없지만 촉촉하게, 축축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편안하게, 우울하게, 차분하게,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중요한 사실은 모두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관한 것입니다.    

과일이 있습니다. 봄에 나는 과일, 여름에 나는 과일, 가을에 나는 과일, 겨울에 나는 과일이 있습니다. 과일은 맛과 향이 다르고 모양도 다릅니다. 신 맛이 나는 과일, 단맛이 나는 과일, 과즙이 많은 과일이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과일과 당신이 좋아하는 과일이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모두 먹는 과일이라는 것입니다.    


가방이 있습니다. 책을 넣은 책가방, 노트북을 담는 노트북 가방, 여러 가지 물건을 담은 가방이 있고, 마트에서 시장을 본 것을 담은 시장 가방이 있습니다. 어떤 가방은 크고 가볍습니다. 어떤 가방은 가죽으로, 어떤 가방은 천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단 색의 가방도 있고, 다양한 색을 넣은 가방도 있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모두 무언가를 담는 가방이라는 것입니다.    


책이 있습니다. 사실을 담은 논픽션 책도 있고, 사실처럼 쓴 픽션 책도 있습니다. 시를 모아 담은 시집도 있고, 하루의 일상을 담은 일상 에세이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교과서도 있고, 취미나 배워두면 좋은 것을 담은 책, 전문가가 알아야만 하는 전공서적도 있습니다. 어떤 책은 가볍고 어떤 책은 무겁습니다. 어떤 책은 읽으면 즐거운 이야기를 담았고, 어떤 책은 감성을 적시는 글이 있습니다. 어떤 책은 읽으면 피곤하고, 어떤 책은 용기가 나는 책도 있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모두 어떤 내용을 담은 책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당신과 함께 할 그림책은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 최재은 그림 <중요한 사실>입니다.  

  

이 그림책은 운율이 반복적이어서 읽기 쉽고 소재가 친숙하여 부담감이 적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실제 미국에서 수업 교재로 활용되는 그림책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가 되는 숟가락, 사과, 신발 등 익숙한 사물로 가장 근본적인 특성을 살려 간결하면서도 부드러운 시적인 언어로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사물들은 있는 자연적인 그대로의 근본적 가치의 소중함을 이야기 했습니다. 또 ‘중요한 사실은 네가 바로 너’라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문장을 통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본질을 변하지 않는다는 것과 일상의 본질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일깨워 주는 그림책입니다. 마지막 책장에 거울이 있습니다. 깨지는 거울이 아니라 자신을 언제든지 책을 펼치면 볼 수 있는 은박 종이 거울입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세요.

중요한 사실은 당신이 지금-여기에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너는 아기였고,
무럭무럭 자라서 지금은 어린이고,
앞으로 자라서 어른이 된다는 건 틀림없어.
하지만 너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너는 바로 너라는 거야.

중요한 사실은 모두 당신 곁에서 본연의 모습으로 있다는 거 아시죠? 어제도 있었고, 오늘도 있는데 보는 마음이 다르면 달라 보인다는 사실. 그래서 지금의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있다가 없을 수도 있고, 없다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음에도 우리는 없다고 느끼거나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물건을 그렇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같은 사람을 보고도 내 기분에 따라 다르게 대할 수도 있고, 내 감정에 따라 다르게 볼 수도 있습니다.     


일을 할 때도 그렇습니다. 어제했던 일이라 익숙해져 좋다고 느낄 수도 있고, 어제 했던 일이라 지겹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제 만난 사람이 편하게 느껴 일을 수월하게 할 때도 있고, 오늘 만난 사람이 더 편하게 느껴 일을 소홀하게 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는 일과 만나는 사람이 달라졌다기 보다는 지금의 내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도, 일도 중요한 사실은 달라질 수도 있고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할 때는 자신감을 가지고 매진할 때도 있지만, 어떤 것을 할 때 시도조차 겁내기도 합니다. 타인과 비교하는 자신을 보고 화가 날 때도 있고 용기가 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무엇을 하든, 어떤 것을 하든 그 일을 하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라는 것입니다.

            중요한 사실은 당신은 바로 '당신'이라는 것입니다.        


#그림책태교 #김은정그림책살롱 #어른도읽는그림책

매거진의 이전글 [그림책태교16] 어느 날 아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