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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Apr 21. 2020

그림책의 힘

또 다른 소통의 창

언어에는 두 가지의 언어가 있습니다. 입으로 말하는 언어와 눈으로 말하는 이미지인데요, 두 가지 언어를 잘 사용해야 사람들과 원활한 소통이 됩니다.

수화도 언어이고, 제 2 외국어 영역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어요.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의 기호화를 눈으로 읽고 손짓과 눈과 열굴 표정 등으로 대화할 수 있는 고차원적인 대화라 배우기 쉽지 않습니다.

그림책은 어떨까요?

책이라는 매체, 또 그림책이라는 매체에서 우리는 글은 텍스트로, 그림은 이미지로 따로 떼어내어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글과 그림이 하나의 형태로 나타난 건 아주 오래 전입니다. 글과 그림이 조화로워서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유기적인 관계입니다. 눈으로 읽는 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글만 읽히는 것이 아니라 그림도 읽혀지는 어느 한 쪽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글자를 읽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도 그림책을 보며 이야기를 한다는 건 그림을 읽기 때문입니다. 글을 떼어 놓고 그림만으로도 무엇을 말하는지, 읽는 이의 해석이 담겨 자기식으로 전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아주 큰 힘이 됩니다.


저의 취미는 그림책 보기, 저의 특기는 그림책과 놀기 입니다. 이런 취미와 특기로 다양한 연령들과 놀기를 좋아하는데요, 어린 아이뿐만 아니라 청소년, 성인, 무엇보다 나이듦에 버겨워하는 어르신들과도 그림책과 이야기 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게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글을 읽고 글로 대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분들과도 스스럼없이, 불편감없이 대화하는 건 제가 말을 잘 해서라기 보다는 그림을 보고 그림을 찬찬히 보면서 주인공의 마음, 주인공 이외의 주변 인물에 대한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에 공감이 있습니다. 또 자기 말을 잘 들어주는 다른 한 사람의 소중한 귀담아 들어주기, 즉 경청하는 마음으로 함꼐 있다는 것을 느끼면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그림책과 잘 놀게 됩니다. 


저는 그림책과 잘 노는 특기를 살려 지금 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주 즐겁습니다. 그림책으로 고민을 들어주고, 그림책으로 상담을 하는 독서치료사로 일해 온지 17년이 넘어 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림책으로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과 마음을 고스란히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널리 알리고자 그림책심리도사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평소 말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그림책과 관련된 말로 물꼬를 트면 소소한 일상을 나누듯 편안하게 대화를 하게 됩니다. 이것 또한 '그림책의 힘'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림책의 힘! 저는 믿습니다. 


또, 그림책으로 사람과 조금 더 가까이, 한 뼘 더 가까이 가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말하기 곤란한 고민을 담은 그림책을 슬며시 꺼내어 놓고 불편하지 않은 편안하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할 수 있거든요. 자기의 고민을 그림에 투사하여 내면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게 안내하는 역할이 제가 평소 하는 일 입니다. 제가 그림책으로 심리상담을 하고 아픔이나 슬픔을 대안적으로 대체하여 덜어드리는 일이 그리 호락하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오랜 임상경험에서 몸에 스며들듯 나와 대화하듯, 소통합니다. 이럴 때 의미찾는 즐거움이 되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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