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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Apr 22. 2020

그림책은 제3의 언어

나의 시작! 그림책살롱

브런치 <나도 작가다>에 응모합니다.

[나의 시작, 나의 도전기]


세상과의 소통을 두려워하던 때가 있었다. 단절이 최우선이기에 세상에 숨어 살기로 작정하기로 했었다. 그런 때가 있었다. 서른하고도 한 살 때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나를 숨어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때는 그랬다. 지금이야 흠 될 일도, 숨어야 할 이유가 되지도 않지만 20년 전에는 큰 결점의 사유처럼, 죄인처럼 인식된 때가 있었다. 가족 안에서도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쉬쉬하던 그런 때였다. 그땐 그랬다. 이혼녀에 대한 인식이 그랬다.    


결혼은 하였으나 이혼하지 않은 것처럼, 남편은 없으나 남편이 있는 것처럼 살면서 갓 한 살 된 아이와 단 둘이 사는 게 그리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위선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해야만 했다. 나약하고 위태로운 한부모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방패 막을 씌우고 단단한 성을 쌓아올려야만 했다. 누구의 침해도 받지 않고 나와 아이를 온전하게 지키기 위해 몸과 마음은 들키고 싶지 않은 세상과 사투를 해야만 했다. 그 때는 그랬다. 이혼 후 홀로서기는 그랬다. 그래야만 제대로 설 수 있었다.    


그래야만 했던 시절을,

높은 철옹성을 쌓고 만들어야만 했던 그 시절의 나를,

단절하고 처절하게 홀로 버텨내야만 했던 내게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준 것은 ‘제3의 언어인 그림책’이었다. 그림책은 숨어 지내듯 사는 내게 조용히 다가와 먼저 말을 걸어주었고, 어디가 아픈지, 얼마나 힘든지 알아주면서 가만히 내 곁에 있어주었다. 따가운 시선과 고단한 육체로 버티다 지친 내게 휴식을 주었고 안정을 주었다. 특별하고 과장되지 않은 언어로 내게 지지를 주었고, 액면 그대로의 나를 이해하고 아픔을 공감해 주었다. 누군가에게 듣고 싶은 말을 내 귓가에 속삭여주었고,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아프지 않게 엮어주었다.  가지 편견과 시선으로 멍든 나를, 아기를 안고 지쳐 울다 잠들었던 나를, 바로 세워주고 새롭게 도전하게 힘을 주었다. 힘과 용기를 준 제 3의 언어는 내게 나답게 살 수 있게 나의 시작을 함께 했다.   

 

쌓았던 담을 허물고 당당하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힘을 준 그림책으로 내 인생의 전환을 맞았다. 아이를 키우며 악착같이 학비를 벌어 특수상담 대학원을 다니며 독서치료를 공부했다. 대학원에서 독서치료 전공으로 공부하면서 부족한 나를 온전하게 던지고 숨고자 썼던 가면을 벗으면서 이혼한 여성의 당당함으로 재무장할 때도 용기를 준 상담 매체는 그림책이었다. 고단한 삶에 지쳐 잠들 때 아침에 눈을 뜨지 않기를 바라며 눈을 감았다면, 서른다섯 살의 삶에서는 배움과 나눔에 행복해 눈을 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나 같이 힘든 시간을 버티는 사람들에게 그림책으로 상담하며 힘을 주는 일에 보람을 느꼈다. 독서치료를 처음 적용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만난 어린아이들, 부모로서의 힘듦, 부부의 애로사항 등을 그림책으로 상담하며 경험을 넓혔다. 이 경험은 상담자로서의 임상경험을 쌓는 것 보다 나를 진정시켜주었고 다독여 주면서 셀프치료가 가능하게 되었다. 그림책은 나를 치료해주는 제 3의 언어가 되었다.    


돌 박이 딸아이를 20년 가까이 혼자 키워오면서 삼태만상의 일들을 겪으며 힘들어 했을 때도 그림책은 나를 살려낸 나의 제 3의 언어가 되었다.  제 3의 언어가 된 그림책은 상처받은 영혼처럼 찢겨진 나의 마음에도 연고를 발라주고 나의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주었다. 그림책은 내게 충분했다.

 

세상과의 소통에서 나를 감추고 숨겨서 되는 게 아니라 나를 드러내고 나를 진정성 있게 표현해야 바로 서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새로운 도전, 세상과의 만남을 참 만남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 나의 막힌 생각과 좁은 시야, 닫힌 마음을 열어준 그림책이 나의 도전에 디딤돌이 되기에 충분했다.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수없이 많은 도전에 좌절과 실패를 했을 때도 나를 지켜주고, 지킬 힘과 지혜를 준 것도 그림책이다.


내게 새로운 삶에 도전할 수 있게 힘을 준 그림책을, 나를 벗어나  '그림책살롱'을 열어 누구라도  마음 편하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내가 되어준 것, 이것이 곧 새로운 나의 시작이고 또 다른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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