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속이야기12화] 고슴도치X

격렬한 자기무기

by 그림책살롱 김은정

‘남과 다르다’라는 말은 어떤 각도에서 인식하는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겉으로 드러난 외모가 남과 다르다는 말인지, 한 공간에서 눈에 튀는 성격이 남과 다르다는 것인지,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직업적 다름을 말하는지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상황을 살피기 전에는 알기가 쉽지 않다.


남과 다르다는 것은 주관적 판단일 수 있으며 보편적 진리에 얼마나 벗어나는지, 그 정도에 따라 이야기될 수도 있다. ‘남과 다르다’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느냐, 긍정적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자기표현도 달라진다. 남과 다른 면모는 때로는 개성과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독특함으로, 때로는 거칠고 튀는 행동이나 자기 과시로 무장하는 특이함으로 드러난다. 부정적인 시각이 개입하면 종종 독특함과 특이함 사이에서 갈등하기도 한다. 반면 남과 비슷하여 튀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안정을 지향하는 마음속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지키며 기쁨과 삶의 의미를 가져가는 사람도 있다.


‘당신은 남과 다르다’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있다면 언제, 어떤 때였나?


나는 대학원에서 독서치료를 배우는 2년 반 동안에 이 말을 두 번 들어보았다. 한 번은 석사 과정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학기 때 지도 교수로부터, 또 다른 한 번은 석사 마지막 5학기에 석사 동기한테서 들었다. 교수님으로부터 '남과 다르다'라는 말을 들은 이유는 두 가지였다. 독서치료 전공 수업에서는 독서치료 집단상담, 슈퍼비전이 이루어진다. 다른 동기들은 시나 문학작품을 중심으로 상담 사례를 채워간 반면, 나는 특수 상담 매체를 그림책 위주로 지정하여 개인· 집단상담을 진행했다. 물론 내담자 상황에 따라 시와 글쓰기 치료도 병행했지만 내 옆구리에는 늘 그림책이 끼워져 있었고, 단짝 친구 같은 그림책은 내가 사는 이유이기도 했다. 이런 내가 교수님 눈에는 '남과 다르게' 보였던 것이다.

또 한 가지, 교수님은 나의 첫 개인상담 사례를 보시고 내가 남과 다르다고 하셨다. 대학원 재학 중 내가 진행한 첫 무료 개인 상담의 내담자는 Y 어린이 도서관에 온 미취학 아동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아이는 몇 번 만나지 않고, 오히려 아이 엄마를 1년 반 동안 상담했다. 심한 우울증 상태의 중년 여성이었고, 교수님은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내담자를 만났으니 금방 종결될 거다.", "그림책으로는 상담이 어려울 것이다.", "무료 상담을 길게 하면 의존성을 키우고 상담자가 번아웃되어 힘들다."라고 하셨다. 그러나 왕초보 상담자인 나는, 오랜 기간 동안 약을 복용해온 내담자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감을 얻었다. 나는 내담자를 '남과 다른' 중증 우울증 환자로 보는 대신 '나와 같은' 중년 여성으로 바라보면서, 지금껏 공부한 상담이론을 서로 접목하며 진심을 다했다. 첫 상담이라 더 용감했는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도서관에서, 나중에는 내담자 집에 방문해서 감정을 달래주었고, 그림책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왔다. 나를 만나면 일주일 치 에너지를 받는다고 말하는, 내담자의 달라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희열마저 느껴졌다.


논문을 막 쓰기 시작한 5학기, 대학원 동기로부터는 "선생님은 참 달라도 너무 달라"라는 말을 들었다. 딸아이 열이 39도까지 올라 밤새 해열제를 써도 떨어지지 않을 때였다. 가슴을 졸이며 아침 일찍 교수님께 문자를 보냈다. 아이 열이 높아서 논문 지도 받으러 가기가 힘들 것 같다고. 죄송하지만 메일을 통해 지도 받을 방법은 없겠느냐고. 돌아온 답장의 내용은 당혹스러웠다. 교수님은 메일로 주고받는 것은 진정한 논문 지도가 될 수 없다면서, 예정된 4시 반에 연구실로 오지 않으면 다시는 논문 지도 받을 생각도, 논문 쓸 생각도 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5학기 내내 단 한 번도 결석하지 않았고, 쓸데없는 핑계를 댄 적도 없었다. 이런 제자의 성격을 아는 분이, 더구나 아픈 아이를 두고 나오기 힘든 부모의 마음을 알 만한 분이 그렇게까지 차가운 문자를 보내자 정신이 혼미해졌다. 밤새 고열로 지친 딸의 얼굴과 논문 지도를 받기 위해 준비한 프린트를 번갈아 보면서 갈등하던 나는, 큰 새언니에게 연락을 하고 바로 책가방을 쌌다. 딸을 맡기고 의정부에서 평택으로 향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날의 논문 지도는 5분 만에 끝났다. 주 내용은 "다시"였다. 일주일마다 같은 시간에 논문 지도를 받았지만, 내용은 늘 "다시!"였다. 적절한 피드백도 없었다. 이날도 예외가 아니었다. '다시'라는 말 외에는 들어본 적이 없어서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어디를 손봐야 하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지난번과 많이 다르게 썼는데, 조금이라도 보시고 피드백을 달라고 통사정을 해도 무조건 "다시"였다.


한 쪽 구석에 먼지 쌓인 채 놓인 내 페이퍼를 볼 때마다, 도대체 어디를 어떻게 다시 써야 하는지 모르는 채로 머리를 싸매야 하는 상황에 울컥 눈물이 났다. 밤새 뜬눈으로 간호하고, 아픈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긴 채 대중교통으로 의정부에서 평택으로 3시간 반을 걸려 왔는데 아이 안부 한번 물어봐 주지도 않는 교수님이 야속했다. 야속함과 억울함이 뒤엉켜 화도 못 내고, 눈물만 흘리다 죄송하다며 급하게 자리를 피했다. 학교에 온 것도 후회되고, 아이한테 미안한 감정이 솟구쳤다. 거기에 수치심과 교수님에 대한 원망까지 더해져 나는 화장실에서 꺼이꺼이 울었다. 밖에 누가 있는지 신경 쓸 여력도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울다, 세수를 하고 원우회실에 들어갔다. 석사 동기가 논문 지도는 어땠는지 물어왔다. 웃음이 잘 나오지 않았지만, 머쓱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지도 잘 받았다. 매주 5분인 거 알지 않느냐. 맨날 똑같은 말만 하지만 오늘은 좀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여전히 냉담한 지도 잘 받고 왔다."라고. 목소리가 흔들려 더 길게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옆에 있던 동기가 그런다. 선생님 참 독특하고, 참 다르다고. 화장실에서 그러게 울더니 여기 와서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이야기도 잘 한다고.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나는 대답했다. 아까는 슬픈 일이라 울었지만 지금은 그 감정을 다 드러낼 필요가 없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아까와 다르니 다른 감정으로 전환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동기는 "참 어려운 일인데, 선생님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감정이 전향되는지 신기하다"라고 했다. 심지어 '무섭다'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노인경이 쓰고 그린 『고슴도치 X』를 다시 펼쳐 보니 남과 다르다는 것이 생각처럼 위험한 일인지, 정말 억압하고 없애야 하는 문제인지 의문이 든다.


<교양 있는 고슴도치 수칙 제2조 :
아침 목욕>매일 아침 '가시부드럽게' 비누로 거품 목욕을 한다. 욕조에 십 분 이상 가시를 불린 후 가시가 완전히 부드러워지면 미지근한 물로 깨끗이 헹구고 충분히 빗질한다.


스스로 남과 다르다고 느낀 적은 그리 많지 않지만, 그런 말을 직접적으로 들었던 두 경험이 나를 버티는 힘이 되어주었다. 지도 교수님이 초보 상담자인 나를 걱정하며 짚어낸 나의 '독특성'은, 그림책 심리 상담에 대한 내 믿음을 확고하게 만들어주었다. 첫 내담자와의 상담은 성신여대에서 100여 명이 넘는 청중을 대상으로 진행된 공개 사례 발표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때 김정균 교수님이 해주신 따뜻한 게슈탈트 슈퍼비전 역시 기억에 남는다. 나의 독특성,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는 바람에, 상담 초보자였던 나는 기쁨으로 눈물지었다. 또 지켜보던 상담 관련 종사자들도 나의 다름과 끈기, 용기에 박수를 보내주었다. 그날의 감동은 상담자로서의 경력에 큰 심리적 지지기반이 되어주었고, 그림책에서 게슈탈트의 심리적 기제와 상징을 더 많이 읽어내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동기가 짚었던 '빠른 감정 전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건대, 빠르게 감정을 전환시킬 수 없었더라면 힘들 때마다 온갖 감정에 함몰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역경이 있을 때, 그 고단한 감정에 집중하면 잊어야 할 것들도 여전히 쥐고 있게 된다. 잊을 것은 잊어야 한다. 상담 현장에서 일어난 내담자와의 일들은 상담실 문을 닫는 순간 잊는다. 그래야 다음 상담을 이어갈 수 있다. 한주가 흐르고, 다시 내담자를 만날 시간이 30분 앞으로 다가오면 전 주의 상담 내용을 떠올리며 사례 개념화에 집중한다. 그렇게 스위치를 올렸다 내릴 줄 알아야 나도, 타인도 살 수 있다. 물론 여전히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지만, 가급적 감정 스위치를 남의 손에 맡기지는 않으려 노력 중이다. 석사 과정 입문의 시기에, 그리고 졸업이 임박했을 때 남과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했기에, 그리고 남과 다른 장점을 잘 살려왔기에 글도 쓰고 상담도 하는 오늘날의 내가 있는 건 아닐까?


다르다는 것은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다. 모두가 항상 같은 곳에서, 같은 사고와 행동만 하며 살 수는 없다.


남과 다르다는 것은,

'변화와 순응하는 삶의 왕복선을 타는 것'이다.


그 왕복선에 탑승하여 자기 멋을 즐기는 것이 세상을 즐겁게 사는 방법이다. 남과 다른 생각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인 것도, 남과 같은 행동을 한다고 해서 남과 그가 같은 사람인 것도 아니다. 자기만의 멋과 개성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만이 '지금'을 이겨내는 에너지를 발산한다. 남과 다르다는 것은, 내 삶의 가장 멋진 무기가 될 수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림책속이야기13화] 내 마음은 보물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