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속 이야기 17화] 릴리의 눈물 이야기

내 모긴 던져버려. 퐁당!

by 그림책살롱 김은정

아이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친구가 가지고 있는 똑같은 장난감 가지고 싶은데 부모님이 안 사주는 거, 아빠랑 엄마랑 놀러가서 신나게 노는 거, 엄마 아빠가 직장가지 않고 하루 종일 집에 있어주길 바라는 거,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아서 어디든 날아가 불을 끄는 소방관이 되고 싶은 거, 몸이 약해서 병원에 누워있지 않고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맘껏 노는 거 등등 많겠지.


청소년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자신을 평가하는 시험의 잣대가 없기를 바라고,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기를, 남들처럼 여친 또는 남친을 사귀어 sns에 자랑하는 거, 프로게이머로 마음놓고 게임하는 거, 최고 사양의 컴퓨터이나 유행하는 핸드폰 가지고 싶은 거, 빨리 어른이 되고 싶고, 하고 싶은 거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겠지.


우리 어른들은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을까?

높은 급여를 받는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싶다거나 금수저로 태어나진 못해도 자신 명의로 된 집소유로 편안한 노후를 맞고 싶은 것, 자녀가 앞가림 잘 할 수 있어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 거, 남편 또는 아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길 바라는 거, 친정과 시댁 또는 본가와 처가와 편안한 가족의 어울림 등 고민이 점점 다양해진다.


어른이 된다는 건 고민의 크기를 의미하거나 고민의 다양한 모양과 수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아이들도 아이들 나름의 크기와 모양이 다른 고민이 있고, 어른은 어른의 모양과 다양한 것들의 고민이 많아진다. 어린이가 어른으로 되어가는 과정에 고민의 수가, 고민의 크기가, 고민의 모양이 달라지는 것으로 따진다면 애어른도 있고, 어른아이도 있는 거고, 애답지 않은 아이와 어른답지 않은 어른으로 자기 생각에 몰두하여 자기답지 않게 살아가는 어설픈 아픔이 있을 수 있다.


예전 상담실, 학생생활삼담소와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하고, 지금은 내 연구소에서 또는 카폐나 스터디룸에서 상담을 하다보면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부모님의 부부싸움이 자기 때문인 줄 알고 불안한 마음으로 오는 아주 어린 아이에서부터 오랜 친구의 치매와 요양보호시설에 오게 된 어르신들까지 고민의 모양은 다를지 모르지만 고민의 크기는 자신의 고민이 세상에서 가장 크다. 그래서 더 많이 아파하고, 죽고 싶을 만큼 아파서 살고 싶은 마음을 거꾸로 표현하기도 한다.


나를 찾는 분들에게 하는 말들 중에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당신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요?”
“무엇을, 어떻게 하면 지금의 당신이 행복할까요?”

라는 말을 한다. 고민이라는 것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에서의 갈등에서 이럴까 저럴까를 고민하는 것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상담하는 일을 하는 나 조차도 내 고민을 잘 털지 못하고 머리로 가슴으로 꽁꽁 묶어두었다가 풀기를 반복하는데 사실, 나도 무척이나 힘들 때가 많다. 자기 머리를 못 깎는 사람처럼 내 고민을 잘 못 다스려 힘들 때도 많다. 내 고민의 모양이 다를 때 마다 내 고민을 이야기 하는 대상이 달라지는데 아마 내게 상담하러 오시는 분들은 이 마저도 안 되기 때문에 비밀이 보장되고 뒷이야기 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심, 그리고 판단하지 않고 들어주는 무조건 경청의 나와 함께 머무는 공간을 찾는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어떤 고민이 있을까?

요즘, 나도 고민이 여러 가지, 정말 갖가지 고민이다. 코로나로 일상을 바꾼지 벌써 6개월이 되어간다고 하지만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그리움과 미련, 여전히 적응해야할 것들도 많고 새롭게 적응해야 할 것들에 대한 두려움과 미숙함이 참으로 힘들다. 이런 것들을 해결하려니 기계치가 더 많은 고민으로 몸 여기저기가 아플 지경이다. 요즘 나도 다시 빠진 고민을 덜고자 꺼낸 그림책이 있다. 고민에 대해서 이야기 하다 보니 평소 나의 일을 하는 모습과 비슷한 ⌜릴리의 눈물이야기⌟.

릴리는 분실물 보관소에서 일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분실물을 찾아 달라고 하는 아줌마에게 스스로 찾을 수 있는 지혜의 것을 주고 찾는 연습을 하게 하기도 하고, 열쇠나 다른 물건들을 찾아주기도 하지만 잃어버린 것들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짐’, ‘삶의 무게’를 버리기 위해 노력하는 릴리. 이렇게 자기 일을 하는 릴리의 모습에 반해 도와주려는 사람의 등장, 그리고 슬픔과 눈물을 버리는 작업에서 다시비우고 채우는 일련의 일상이 마치 나의 일을 대변하는 것이 참 와 닿는다.


그림책에 있는 분실물 보관소에서 제일 슬픈 방에는 수 천 가지의 물병이 있는데 찾아 가지 않는 ‘세상 사람들이 잃어버린 고통’이 담긴 물병을 보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고통들이에요!‘

라며 달빛 바닷물에 쏟아 버리는 장면을 보면서 나의 고민도 지금 저 바다에 버리고 싶어 몸살을 앓는지도...


내가 타인의 마음에 가득 찬 슬픔과 고통을 덜어내는 일을 하면서 정작 내 마음의 아픔과 슬픔을 덜어내는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의 것을 덜어 내어야 현재와 미래를 잘 담아낼 수 있다. 사람들을 만나 눈도 마주치고, 손짓과 표정에서 나타나는 그 분들의 마음을 잘 읽고 마음을 읽어주고 달래주는 일을 하는 나의 요즘 고민은 코로나로 아주 커지고 있다. 비대면으로 삶을 대시할 수 있을까? 정말 기계가 마음을 있는 그대로 잘 읽어줄 수 있을까? 비대면으로 상담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의 마음을 통계치로 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살펴주는 일을 하는 대면 상담의 어려움이 곧 나의 일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기 때문에 현재 다들 코로나로 겪는 일련의 고민과 고통을 나 또한 겪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릴리의 눈물이야기가 와 닿는지도 모른다. 버리고 준비해야 하는 고민임을 알면서도 언제 어떻게 버려야할지 모를 심리상담전문가의 고민. 오늘 당장은 어렵더라도 미래를 위한 준비로 쓸모없는 고통의 눈물은 버려야할 때가 왔다. 아낌없이 버리기 어렵더라도 미련의 아픔을 조금씩 나누어 버려야 할 때다.


누구에게나 고민이 있다. 저도, 여러분들도, 과거의 고민과 현재의 고민을 버릴 방법을 함께 하고 싶다. 순서는 먼저, 오늘의 고민에 이름을 붙이기, 두 번 째는 다음 날의 고민에 또 이름을 붙이고 또 다른 병에 담기. 세 번째는 하루하루 담긴 그 병의 사연을 작은 메모지에 적거나 다이어리에 기록하기, 네 번째는 작은 병에 담긴 슬픔과 아픔과 고민을 일주일 마다 꺼내어 나의 병의 색깔과 내 병의 모양이 어떻게 달라지고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기, 마지막은 고민이 담긴 병의 뚜껑을 열고 저 바다에 퐁당! 던져버리기. 눈물과 슬픔이 웃음과 행복. 최대의 고민을 덜고자 나도 지금 버릴까? 버렸다.

아!~ 퐁당 소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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