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속 이야기1] 엄마

가슴 뛰게 하는 선물

by 그림책살롱 김은정

아이를 키운다는 건 내게 있어 선물 상자의 리본을 푸는 것과 같다. 리본에 묶인 상자를 보며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면서 ‘무엇이 담겼을까? 어떤 걸까? 어떻게 생겼을까?’ 등등을 생각하며 리본을 엄지와 검지를 사용해서 푸는 그 설레임. 두근 두근. 콩당 콩당.


하늘에서 보내는 선물이 몹시도 궁금해 했다. 설레어 잠을 잘 못 이루었고, 아침이면 어떤 선물이 예정된 날에 올까 싶어 하루하루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이런 기다림을 하늘에서는 알았을까? 선물도 내게 더 빨리 오고 싶었던 걸까? 정말이지 선물이 너무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다. 선물도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같은 마음이었는지 선물은 예상보다 빨리 왔다. 내게 온 선물은 예정된 날짜보다 두 달이나 빨리 왔고, 빨리 오려 서둘다 보니 내게 온 선물은 처음부터 내 품에 안기지 못했다. 만삭이 아닌 팔삭이고, 체중은 2.01kg으로 조산아이자 저체중아로 작아도 너무 작아서 직접 내가 받을 수 없었다. 인큐베이터 안에서 여러 사람의 보살핌을 받은 뒤에야 선물을 안을 수 있었다. 멀리서 바라본 나의 선물,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도 처음에 다가갈 수 없이 바라만 봐야 했던 선물, 너무 작아 어떻게 안아야 할지 모를 정도로 갸날프고 어여쁜 선물을 받고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정말이지 받고 싶었고, 가슴에 품고 싶은 선물이었기에 받는 순간 감동이었다. 이 선물은 내 생에 최고의 선물이고 가장 가슴 뛰게 하는 ‘엄마’라는 이름도 준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이다.


뱃속 품에 있다가 세상에 나온 이 선물을 ‘아기’라 부르고, 선물을 받은 사람을 우리는 ‘엄마’라고 부른다. 서로에게 주고받은 선물은 아기와 엄마라는 이름으로 같이 살아간다. 세상에 다 똑같이 생긴 엄마는 없고, 다 같은 엄마의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다. 아이의 생김새가 다르듯 엄마의 모습도 다르지만 ‘엄마’라는 말에 들리고 전해지는 마음은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엄마’다. 태어난 아이를 사랑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감싸주고,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주며 곁에 있어주는 아이의 우주가 되고픈 사람은 ‘엄마’라는 사실은 다 같다.

내가 선물 받은 느낌의 이야기처럼, 내가 받은 선물을 조심조심, 때론 과감하게, 때로는 편안하게, 때로는 선물을 존중하며 대하는 것처럼 선물을 대하는 마음이 잘 담긴 그림책이 있다. 세상에 있는 모든 엄마를 부를 수 없어서 31명의 여자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 <엄마> 가 오늘 내내 눈에 보여 쥐어 들었다. 다른 그림책보다 판형도 커서 거의 1.5배~2배 정도의 크기인데다 무거워서 묵직함이 전해진다. 그래서 그럴까? 다른 책보다 무거움이 엄마의 책임감처럼 전해지고, 다른 책보다 커서 산과 바다 같은 엄마의 마음을 담은 것 처럼 느껴진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의 모습과 엄마의 돌봄을 바다는 아이의 모습, 그리고 갓 태어난 아이의 손가락을 잡은 할머니의 모습 등 서른 한 명이 여자이야기 가슴 뭉클하게 그려졌다.


아이를 어떻게 키우면 좋겠다는 조언이나 엄마로서 어떻게 하라는 가르침이 있기 보다 세상 엄마가 아이를 대하는 마음을 그 나라, 그 나라 여자, 그 나라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을 솔직하고 진솔하고, 그러면서 담담하게 그려진 엄마의 마음을 나타낸 그림책이라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껴지는 감정들이 잔잔하게 잘 녹아 있는 <엄마> 그림책에서 한 장마다 아이를 대하는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내게 무지 소중한 과거 소환을 불러일으키고, 지금의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책 중간 쯤에 이런 문장이 있다 .

‘안녕, 젊은 아빠. 추수 전에 떠나 버린 당신. 둘이었던 우리에게 자유로운 내가 되었지.
지금 우리는 다시 둘. 지평선에 황금빛 노을. 내 품 안에 잠든 미래.‘

라는 글귀 아래 연필로 그려진 커다란 침대, 여자이자 아이의 엄마가 침대 끝에서, 엄마 곁에서 잠든 꼬마 아기, 그리고 반이나 더 넓은 하얀 침대가 그려진 그림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그 옆 페이지에는 갓 태어난 아이를 한 팔로 감싸 안으면서 당당하게 걸어가야 할 모습의 여자, 아이의 엄마 그림이다. 이 부분은 내가 예전 19년 전의 나의 모습을 연상케 해서 가슴이 뭉클하다.

그림책에서는 남편을 잃은 사별의 여자로서 엄마를 나타냈지만, 나는 아이가 돌 되기 전에 이혼해서 이제 스무 살 되어 18년 동안 혼자 선물을 키우는 엄마인 내가 연상되었기에 한참 동안 이 글귀와 이 장면에 가슴이 찌릿하고, 쏴했다. 그 과거의 장면에서 내 시선이, 내 감정이 멈춰버려 한 동안 가만히 이 부분을 뚫어지게 보았다. 그러면서 눈물이 그렁거렸다.


그림책 2/3가량 쯤에 있는 글귀가 또 시선을 사로잡는다.

‘엄마란 그런 거야. 내가 남긴 발자국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아이에게 길을 보여 주는 것.
살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열쇠를 건네주는 것.‘
‘네가 길을 잘못 드는 걸 원하지 않아. 너를 위해 내가 길을 정해야겠어. 나의 길을 찾아야겠어.
한 걸음, 한 걸음. 너와 함께‘

라는 문장 옆에 엄마의 발 위에 아기의 발이 그려진 그림... 아주 인상적이다.

세상을 보게 하는 눈을 키우게 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도 있고, 위험하지 않은 세상을 걷게 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도 있고,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모르지만 당당한 엄마로서의 길을 찾고, 아이를 안내하는 엄마,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엄마의 마음이 전해져 가슴이 뛰었다. 평소 내가 생각하는 선물에 대한 마음이니까. 나의 선물은 나를 지켜주는 힘을 주고, 나는 선물을 위해 조금씩 나아가는 엄마가 되려 하는 마음이 담긴 그림책.

<엄마>!

다시 읽고 가슴에 대고, 눈에, 마음에 하루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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