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웃는다 - 반가운 옹알이
새벽에 눈을 뜨면 어떤 소리가 제일 먼저 들릴까?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듣고 싶은 소리를 무엇일까? 사랑하는 사람이 잘 잤느냐는 안부 목소리를 들어도 좋고, 이마나 입술에 굿모닝 키스를 받아도 좋다. 창밖에서 들리는 참새소리는 아침을 상쾌하게 하고, 시원하게 내리는 빗소리가 아침을 설레게 한다. 아침을 반기는 소리에 아침에 갓난아이의 옹알이 소리가 들린다면 어떨까? 그럴 때 어떤 마음이 들까? 자연의 소리와 사람의 소리가 공존하는 세상에 살고 있어서 때론 불편을 감수하고 살아야 할 때도 있지만, 가까워서 더 인간적일 때도 있다.
가까운 이웃이라기보다 너무 붙어 사생활이 덜 보호되는 빌라에 살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을 가운데 놓고 왼쪽의 주방과 우리 집 주방이 마주보고 있다. 오른 쪽 집은 그 집 거실과 우리 집 거실이 나란히 있다. 주방에서 조리를 하는 시간이 비슷하면 압력솥 김빠지는 소리도 들리고, 설거지를 시끄럽게 하는 소리며 휴가철에 가족들이 놀러와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너무 생생하게 들린다. 그럴 때면, 얼굴도 모르고 말도 섞어보지 않은 이웃에게 예의를 갖추기 위해 내가 먼저 그 자리를 피해 다른 일을 먼저 하기도 한다. 왼 쪽 옆집도 그러려는 것을 말없이 느끼면서 서로가 이웃을 위한 배려를 한다.
오른 쪽 옆집은 재작년에 신혼부부가 이사를 왔다. 아침에 간혹 마을버스를 탈 때 만나 고개만 까딱하고 인사를 하는지 마는지 하는 정도의 이웃이다. 올 2월까지는 창문을 꼭꼭 닫아 놓아서 몰랐는데 따뜻한 봄에 아침에 일어나 거실창문을 열면 옆집에서 아기 우는 소리가 들렸다. 새벽 6시쯤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안방 창문을 열고 침대를 정리하고 나와 거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데 이 때 마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아주 작은 목소리, 정말 응애 응애 하는 작은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가슴이 뛰고 온 몸에 전율이 오를 정도로 기뻤다. 내 아이가 아닌데도, 1.5미터 정도 떨어진 담과 담 사이에서 들려오는 아기 울음소리를 들으면 왜 그렇게 마음이 편안해지는지 모른다.
이젠 아이가 제법 컸나 보다. 처음에는 고양이 소리 같기고 하고 아기울음 소리같기도 할 정도로 분간하기 어려웠는데 5월 정도 되니 아기가 우는 소리처럼 들린다. 아침에 거실 창문을 열 때 마다 들리는 아기 울음 소리가 제법 커져서 이제는 남자아이인가 보다 하는 상상을 하면서 듣는다. 생생하게 들리는 아이 울음소리, 그리고 신혼부부가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안을 때 사랑스럽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생동감 있게 들린다. 요즘 아기 우는 소리를 듣기 어렵다고 하는데 나는 매일 아침 세레나데를 듣는 것처럼 싱그럽고 하루를 즐겁게 시작한다.
날이 더워지면서 온 집안의 창문을 열고 잔다. 창문이라고 해 봤자, 아이방과 내방, 거실이지만, 거실 창문을 열고 자면 참 시원한데 이 창문을 통해 들리는 오른쪽 옆 집의 아이 울음 소리가 가장 듣기 좋다. 비가 들이치지 않으면 활짝 열어 놓으며 아이 소리를 반긴다. 이제는 옹알 옹알 하면서 혼자 잘 노는 소리도 들린다. 이 아이는 몇 시에 아침을 맞으며 엄마 아빠를 찾을까? 새벽 6시에 일어나도 노는 소리가 들리고, 5시에 일어나 보아도 옹알 옹알 노는 소리가 들린다. 부모님은 아직 자는 듯 인기척은 없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세상을 재미나게 경험하는 아이의 울음소리, 옹알이 소리를 들으면 더 애정이 간다.
옆집 아이의 옹알이, 까르르 웃는 소리를 들으면, 오사다 히로시 글을 쓰고 이세 히테코 그림을 그린 ⌜아이는 웃는다⌟그림책을 매 번 꺼내어 읽는다. 아이의 작은 몸짓을 보면 이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것이고, 세상을 알아갈 준비를 하는 새로운 탄생이기도 하다. 힘든 세상이지만 이겨내는 힘이 무엇인지를 배울 것이고, 잃었다 하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지혜를 배울 것이다. 어른이 되면 기쁨과 슬픔이 한 곳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변화의 쌍곡선이 인생인 것도 알게 될 것이다. 힘들어도 웃어야 될 때가 있음을, 웃고 있으나 슬픔도 이해해야 할 때가 있음을.
소리 내어 우는 걸 배웠다.
...
그리고 아이는 웃는다.
사람이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배우는 말 아닌 말이, 웃음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먼 옛날 세상의 처음부터 있었던 말.
....
아직 말을 모르기 때문에, 아이는 웃는다.
웃는 것 밖에 모르기 때문에, 아이는 웃는다.
더 이상 웃지 않는 어른을 보고, 아이는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