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일정에 갑작스런 변동이 생겨 책상 위에 올려 둔 그림첵 중 '아무거나 한 권'을 들고 아침 일찍 모닝라떼를 마시러 가까운 스타벅에스 나왔다.
<아무씨와 무엇씨>를 읽고 또 읽고, 보고 또 보면서 뒷통수를 세게 맞은 것 처럼 이 책은 '아무거나 한 권'이 아닌 '무엇의 한 권'으로 다가왔다.
폴란드 작가가 쓰고 그린 그림책 <아무씨와 무엇씨> 바쁜 하루를 보낸 날은 하루를 충분히 잘 살았다는 만족감이 들어 혼자 뿌듯하고 행복해하지만, 멍 때린 시간이 많아 흘러 보낸 것들이 많은 날은 게으른 자신을 자책하며 내일의 만전을 준비한다. (나는 그랬다)
'충분하다'와 '부족하다'는 어떤 차이가 있는걸까?
남이 인정하면 만족스럽다가도 금세 남의 욕구에 좌우되어 흔들리는 나를 보면 위태롭기까지 하다. 남이 아닌 내가 만족스러우면 어떨까? 내 만족이라는 말이 자칫 건방지게 들릴지 모르지만 흔들리지 않는 나의 충만감은 곧 결핍을 채울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거니까. 이 또한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분주했다.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모르겠어!
아무씨는 점점 더 작아졌어요.
오! 무엇인가 괜찮아 보여!
무엇인가 굉장한 느낌이야!
무엇인지 대단해!
무엇씨는 자부심으로 한껏 들떴어요.
이 책.... 정말 아침엔 아무거나 한 권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이 책이 내게 무엇이 되었다. 그림책 한 권과 노트북을 들고 나온 오늘 이 찌릿한 감정을 느꼈다. 올 해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서 아직 내년을 준히하는 첫 걸음인 2022년 다이어리 조차 구입하지 않은 내가 '아무씨와 무엇씨'사이의 자연스런 삶의 연속선상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롭게 바라봄!
아무와 무엇이라는 '있음'과 '없음'이라는 의미,
책에서 아무(Nothing) 씨는 없음과 결핍을,
무엇(Something) 씨는 있음과 충만함을 뜻하기도 하지만
난 그에 반하는 생각으로 변화를 주는 '비움'과 '채움'으로 봤다.
오히려 결핍은 충만을 위한 여유 공간을, 충만은 비울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게 아닐까?
오랜만에 울렁거리는 이 기분...
정말 찌릿한 울렁거림은 오히려 일정에 변동을 준 그 분께 감사하다.
by 그림책심리치유전문가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