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술래잡기 할 때 집에 들어와 장롱에 숨은 적이 있었다. 아무도 못 찾아 재미붙였고, 어느 날은 그렇게 오후에 잠들어 저녁 먹을 떄가 되서야 식구들이 내 걱정에 집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 이런 경험이 나에게만 있었던 게 아니라는 거.....코코의 친구 주인공도 같은 동시대 경험을 했다는 게 재밌다.
나의 아동시절 애착인형은 작은 곰인형이어서 그 때는 그냥 '곰돌이'로 불렀고, 사춘기 때 매일 쓰던 일기장에는 '수수깡'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새록 난다.
그렇다면
'코코'는 누구의 이름일까?
요즘에야 꿈을 잘 꾸지 않지만
옛 어릴 적엔 무서워 깨고, 웃다가 깨고, 쉬 마려워 깨곤 했었는데
요즘 다시 찾아 있는 안녕 달 그림책
<잘자, 코코>가 생각난다.
이 책을 보면서 존 버닝햄의 <마법 침대>도 생각났다. 붓터치감은 다르지만 꾸미지 않은 듯 꾸민 자연스러움과 자기의 안전지대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장면이 편안함을 준다. 과거와 현실, 현실과 과거의 문턱을 넘는 구조가 인상적이다.
인생을 살다보면....
기뻐서 환호성을 칠 때도 있고, 더없이 행복할 때도 있지만
지구의 나락에 떨어진 것 같은 절망감과 더 이상 회복이 될 것 같지 않은 무기력이 가득할 때도 있다.
'옛날에는....' 하면서 과거를 소환해보며 스스로를 위로해 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가 있다.
미래를 꿈꾸며 지금의 시간을 견디어 나가기도 하는 여러 시간의 문턱에서 살아가는 우리.
어쩌면, 이런 높낮이가 다른 문턱을 자연스럽게 넘고 이겨내라는 것 처럼 느껴진다.
그 전에는 아이들에게, 사춘기 아이들과 만날 때 환상동화처럼 읽어주고 행복을 꿈꾸자는 메시지로 수업을 하고 상담을 했었다. 그런데 요즘 다시 읽는 그림책에서 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접근하는 마음이 달라졌다. 특이 안녕 달 작가의 그림이 주는 그림책은 글의 깊이를 더 깊게 해서 한 번 더, 오래 더, 깊이 읽게 된다.
이 책은 언제 읽으면 좋을까?
그림책이야 언제든 옆구리에 끼고 읽을 수 있지만
이 책은
잠이 오지 않을 때, 지루하고 심심할 때, 잔잔한 웃음이 필요할 때, 힘들고 지칠 때, 부부싸움으로 생각이 많아질 때, 과거소환이 필요할 때, 지금의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읽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