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림책살롱 김은정 Mar 07. 2022

동생에게 엄마를 빼앗겼어요.

그림책 육아상담: <엄마를 빌려줄게>

아이는 동생이 생기면 기쁘기도 하고자신에게 오던관심과 사랑이 사라질까봐 걱정합니다.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이 정말 필요합니다. 잠시 발달적 퇴행이 오래가지 않기 위해 부모님의 변함없는 사랑을 표현해주세요. 

오늘은 도서관에서 수업했던 남동생을 본 4살 누나 지연이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엄마를 빌려줄게>로 아이의 마음에 다시 평정심이 찾아왔네요. 

 (15년 전의 사례이고, 주인공은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어린이 도서관에서 <엄마랑 아이랑>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의 일이다. 매주 수요일 오후 수업 시간에 제일 먼저 오고 알록달록 예쁜 옷을 입고 나에게 애교 있는 말투로 오는 아이가 있었다. 지연이를 처음 만났을 멜빵바지가 잘 어울린다고 인사를 하면서 더 가까워졌다. 지연이는 나의 인사가 맘에 들었는지 단추를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색깔이 다른 똑같은 옷이 또 있어요.”라고 자랑했었다. 지연이는 평소 다른 친구들 보다 일찍 도착해서 내 책상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 나를 물끄러미 보며 좋다는 내색을 아낌없이 했다. 그런 지연이가 오늘은 심통이 잔뜩 난 표정으로 나를 째려보며 토라졌다. 어쩐 일로 평소와 다른 표정으로 ‘아무도 곁에 오지마!’라는 무언의 말로 감정이 싸했다. ‘오늘 지연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하며 지연이가 왜 그런지 모르겠다며 지연 엄마에게 눈치를 보냈다. 요즘 지연이의 마음 상태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지연에게 남동생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아무래도 그것 때문이니 것 같다는 것이다. 지연이는 양쪽 집안 첫 손주라 가족들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4년 동안 사랑받아 왔는데 갑자기 남동생이 태언난 뒤로 샘이 많아졌다고. 물론 당연한 알고 있었지만 요즘 들어 더욱 심하게 보채고 짜증을 부려서 힘들다고 토로했다. 작은 애가 갑자기 울어서 가보면 지연이가 동생 젖병을 뽑아버리거나, 우는 동생을 꼬집고 때리고 있단다. 또 주변 사람들이 동생에게 관심을 보이거나 칭찬을 하면 바로 울거나 신발을 던져서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어서 고민이라고 했다. 이제는 나가서 떼쓰고 뒤로 넘어가는 행동이 잦아 외출이 겁난다고 하는 지연이 엄마 이야기를 듣고 보니 오늘 지연이가 내게 보인 행동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수업 전에 도서관에서 책을 뒤척이고 있는데 갑자기 바퀴가 큰 유모차가 들어왔다. 유모차에는 지연이 남동생 지우가 타고 있었다. 나는 얼른 다가가서 지우의 귀여운 볼을 만지며 반가움을 표현했다. 파란 줄무늬 양말 속에 감춰진 작은 발가락이 어찌나 귀엽게 꼼지락거리던지, 나는 유모차에 걸려 있는 자동차 방울을 흔들면서 아는 척을 했고, 지우는 방실거렸다. 하지만 내가 지우와 잠깐 아는 척하는 동안 유모차를 밀고 온 사람이 지연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지연이가 유모차 바로 뒤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지연이가 “선생님.”하고 부른 것조차 듣지 못한 채 지우에게만 관심을 보였다. 그렇잖아도 지연이 집에서도, 친척집에서도 모두가 동생 지우에게만 관심을 보이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선생님인 나마저 자신을 몰라보고 지우에게만 관심을 보인다고 생각했을 지연이. 그 생각이 떠올린 순간 ‘아차!’ 싶었다. 바로 지연에게 인사를 했다.     


수업 시간이 임박해서 나는 강의실로 들어갔다. 지연이는 마음이 풀리지 않았는지 수업에 들어오지 않겠다고 떼를 썼다. 가장 먼저 와서 맨 앞줄에 안자 재잘재잘 떠들던 지연이었다. 문 밖에 서 있는 지연이를 달랬지만 수업 시간이 다 되도록 달래어도 들어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문을 살짝 열어두고 수업을 했다. 문틈으로 보이는 지연이 그림자를 보는데 가슴 한쪽이 멍든 것처럼 아팠다. 지연이 가슴은 얼마나 아팠을지.    

 

나는 수업하면서 문 쪽에 기웃거리는 지연이를 보았다. 아이들이 색칠하는 사이 복도 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신발로 바닥을 톡톡 건드리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다시 계단 위로 올라갔다. 수업에 참여는 하고 싶은데 아까 심통 부렸으니 창피했을 것이다. 선생님이 들어오라고 했는데도 고집을 부렸으니 미안했을 것이다. 나는 지연에게 들어오라는 손짓을 여러 차례 했지만 지연이는 봐도 못 본 척할 뿐이었다. 나는 그런 지연이의 모습을 보며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여기에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란 지연이를 수업에 억지로 참여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연이 엄마가 이야기한 동생 본 누나의 마음에 도움을 뜻한다. 나는 지연지를 예전의 지연이로 돌아가게 하고 싶었다.     


그날의 수업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으며 편하고 재미있게 즐기는 수업이었기에 아이들이 무척이나 좋아했다. 특히 지연이는 일주일 중에서 이 수업을 가장 좋아했다.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말로 풀자니 그렇잖아도 자기중심적인 아이에게 더 자기중심적으로 만드는 건 아닐까 염려되었고, 응석을 받아주는 것도 걱정이었다. 그때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나는 다음 수업 시간 사용할 그림책을 ⌜엄마를 빌려줄게⌟라는 책으로 변경해서 그림책 수업을  하기로 했다.   

   



⌜엄마를 빌려줄게⌟ 최재숙 글, 강전희 그림, 미래엔아이세움

가족들에게 사랑받던 큰아이 강이에게 동생 산이가 생겼다. 강이는 산이가 사랑스러웠다, 강이는 사랑스런 동생을 안아보겠다고 산이를 번쩍 들었지만 바로 엄마한테 혼이 났다. 동생이 울 때 자신이 좋아하는 불자동차 소리를 들려주며 달래주려고 했다. 그러나 산이를 깨우 울렸다며 엄마는 강이를 혼냈다. 자신은 이렇게 혼만 나는데, 가족들은 동생 산이가 똥을 싸도 신기해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도 너무나 좋아했다. 더구나 평소 자기를 무척이나 예뻐하던 할머니와 이모도 산이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강이는 점점 샘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강이는 평소 가족들이 좋아하던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했지만 아무도 강이를 쳐다보지 않았다. 어떤 행동을 해도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자 강이는 속상했다. 그래서 동생 산이를 살짝 때리면서 “내 동생 안 할 거야.”라고 말하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빠가 강이를 놀이터에 데리고 나가서 함께 놀아주며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산이는 그네도 탈 줄 모르고 미끄럼도 못 타며, 응가도 혼자 못 치운다는 강이 암레 아빠는 맞장구를 쳐주었다. 강이는 그런 아빠에게서 힘을 얻고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 아빠는 강이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산이는 엄마없이 아무 것도 못하지만 강이는 혼자서 잘하잖아. 그러니 산이를 엄마한테 잠깐 빌려주자.” 강이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집으로 갔다. 강이는 산이가 놀고 있느 방에 들어가

 

“산아, 형아가 엄마를 빌려줄게. 그런데 나중에 꼭 돌려줘야 해. 알았지?” 

라고 말하면서 산이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얘들아, 이번 주에 이 책으로 수업한다고 했는데 읽어온 친구!”

그러자 지연이가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백 번 읽었어요.”

“지연이는 백 번이나 읽었어?”

“네. 많이많이 읽었어요. 선생님 저 잘했죠?”

“많이 읽었구나. 참 잘했어요. 재미있었어?”

“나는요, 지우가 자꾸 울어서 엄마한테 데려다주려고 지우를 끌고 갔어요. 엄마한테로요. 엄마가 설거지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소리 질렀어요. 동생 다치게 했다고.”

“지연이는 동생이 우니까 엄마한테 지우를 데려다주려고 한 건데, 엄마는 자인이 마음 몰라줬네. 마음도 몰라주고 혼나서 속상했겠다.”

“으앙!”


나는 수업을 매끄럽게 하고, 지연이를 수업에 적극적으로 동참시키려 꺼낸 말이었는데 지연이가 갑자기 울어버렸다. 오랜 수업을 해왔지만 그렇게 수업 도중에 아이가 크게 소리 내 우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나만 당황한 것이 아니었다. 지켜보던 지연이 어머니도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자신의 딸 때문에 수업이 망쳤다는 생각이 드셨는지 갑자기 지연이를 끌고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지연이는 막무가내로 버텼고, 그런 힘 겨루기가 계속되는 사이 수업은 더욱 산으로 갔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그 광경을 그대로 흉내를 냈고, 엄마들은 엄마들대로 지연이 엄마 편을 들면서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그 안에서 해결점을 찾아야 하는데 순간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이 열 명과 부모 열 명이 함께 참여하는 수업이었지만, 나는 엄마들에게 20여분 동안 복도에서 잠시 쉬라고 말씀드렸다. 지연이도 지연이지만 다른 아이들까지 이 분위이게 동요되면 안 될 것 같았다. 또한 편 가르기 수업처럼 될까 조심스러웠다.      

“잠깐, 얘들아. 동생 있는 친구들 손들어봐요!”

“저요, 저요!”     

“동생이 있어서 좋은 건 무얼까?”

“안 심심해요.”

“엄마가 매일 집에 있어서 좋아요.”

“(간식, 밥)을 동생보다 많이 줘요.”

“아빠가 나랑 더 놀아줘요.”     

“그럼, 형이나 오빠, 누나가 있어서 좋은 건 무엇일까?”

“안 심심해요.”

“장난감이 더 많아요.”

“숙제 봐줘요.”     

동생이 있어서, 언니 오빠 형이 있어서 좋은 점과 불편한 점, 부모님이 언제 칭찬하고 또 언제 야단을 치는지 토론으로 수업했다. 자연스럽게 복도에 있던 엄마들도 형제자매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어떻게 행동할 때 마음이 어떤지 등등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나눈 후 함께 쌀보리 게임을 했다.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한 뒤 자신의 손에 상대방 주먹이 들어올 때 꼭 잡아주기, 다섯 번 하고 나서 진 사람이 이긴 친구에게 뽀뽀해주기, 사랑한다고 말하기 게임을 했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과 인사를 나눌 때, 지연이가 내 곁에 와서 소곤소곤 속삭였다. 그리고는 다급히 뒤돌아 뛰어나갔다.

“선생님, 내가 유치원 갈 때까지 엄마를 지우한테 빌려줄 거예요.”     

이 시기의 아이들은 ‘독점욕’이 있다. ‘내 것도 내 것, 네 것도 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배려심이 형성되기 전이라 늘 자신만을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이때가 오히려 부모와 이이와의 관계 형성에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시기다.     


물론 아직까지 밖에서보다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그러면서 동생이나 다른 형제에게 밀려 자신의 존재감이 약해질 수 있다고 위압감을 느낄 수도 있다.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자신이 집안의 중심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동생이 나타나니 얼마나 놀랐을까? 이렇게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면 결과는 훨씬 달라질 것이다. 부모 입장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아직 외부와의 접촉이 적어 또래 관계 형성이 선명하지 않은 상태다. 물론 고집을 부리는 건 당연한 시기다. 오히려 ‘엄마는 내꺼’라는 생각이 없다면 더 걱정해야 할 문제다.     


이 시기가 지나 유치원에 가게 되면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자연스럽게 엄마나 동생에게서 멀어진다. 오히려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리는 것이다. 내 아이만 유독 동생을 때리거나 괴롭힌다고 걱정하지는 말자. 민감하게 반응하면 할수록 그 반응이 아이에게 자극제가 될 수 있다. 그렇게 행동하며 관심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마치 긍정적 피드백으로 알고 유지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 동생을 때리거나 꼬집고 밀면서 괴롭힐 때, 정말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가만히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렇게하면 아이도 몇 번 시도하다가 만다. 동생한테 시샘을 느껴서 하는 행동일 수도 있지만 단순 호기심에 시도해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냥 조용히 빨래를 널거나 방을 닦으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엄마가 자신을 신경 쓰면서 지켜본다는 느낌이 들면 아이는 오히려 ‘엄마가 나를 감시하는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부모가 보지 않는 곳에서 동생을 더 괴롭히게 된다. 정말 아니다 싶을 때만 아이에게 그런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주면 된다. 답을 하지 않을 뿐이지 이 시기의 아이들도 다 알아듣는다. 아이가 대답하지 않을 대 보태거나 다그치지 않는다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제가 2010년에 쓴 <엄마랑 아이랑 책에서 해답찾기> 책이 2020년 계약만료로 절판되었습니다. 책 내용을 목차별로 원고 수정 및 재작성하여 쓴 글입니다.

2월부터 1주일에 책의 한 꼭지씩을 올리고 있어요. 아이를 육아하고 계시는 양육자 분들, 상담현장에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외모에 불만이 많은 내 아이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