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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Oct 21. 2018

나의 선택, 존중하고 사랑한다

이혼여성에 대한 나의 생각, 그리고 나의 삶

오른쪽 팔꿈치와 손목이 아프다.

지난 주부터 계속 아프지만 그래도 계속 해야지. 그래도 행복하다.

요즘은 끝이 보이니까~    

작년 3월에 이어

올 해 9월 첫 날 지도교수님이 또 물으셨다.

“김은정선생은 왜 이리 어려운 이혼여성 논문을 왜 그리 쓰려고 하세요? 1년 반이 지나고 2년 가까이... 중간에 다른 연구주제로 바뀔 줄 알았어요. 하도 진척이 없어서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작년에 교수님이 이 논문은 어렵다고 하셨다. 이혼원인은 너무 뻔한 주제라 통과가 어렵고, 심리나 마음을 알아가는 주제는 어려워서 다들 포기한다. 심리적 과정분석.... 이혼여성이 이혼결정까지의 심리적과정을 분석하는 건 다른 논문의 주제보다 어렵다고 하셨다. 물론 안다. 이혼원인이야 법원 자료나 통계청자료를 보면 더 자세히 알고, 패널조사를 보면 정확하다는 걸. 

그래도 내가 궁금한 건 이혼한 사람들의 심리와 마음이다. 제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고,  삶의 패턴이 다른 이성과 결혼하고 살면서, 어떤 부분이 이혼을 결심하고, 결혼을 유지하는지 정말 궁금했다.    


내가 궁금한 이런 것들이 과연 통계치로 나타날까? 나타난다 하더라도 마음의 과정을 정확하게 알 수 있을까?

이혼원인별로 이혼결정을 알 수 있을까? 알 수 있다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
 어떤 사람은 이혼을 결심하고도 한참을 유보한 뒤 이혼을 하고, 어떤 사람은 결심과 동시에 이혼을 하는 사람도 있던데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사람들 마음 속에는 심리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나도 이혼해서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지만, 나와 차이가 있을까? 있다면 어떤 차이가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또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등등...

궁금한 게 너무도 많다.    


작년 내내 13명의 재혼하지 않은 40~50대 여성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였다. 무척이나 고된 일이었다. 대상자 집을 직접방문하기도 하고, 인근 카폐에서, 때론 저녁 10시 업무시간을 마친 뒤 영업장에서 등등 적게는 3시간, 길게는 5시간 인터뷰를 했다. 집에 오면 새벽 3시였다. 나의 늦은 귀가는 괜찮다. 오히려 감사하다. 나의 인터뷰를 위해 이혼 이후 한 번도 털어내 보이지 않은 삶의 비밀을 어렵게 꺼내주신 그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더군다나 중간에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이나 문자 톡을 보내어 여쭤보면 또 일하다 쉬는 황금같은 시간에도 어김없이 답을 주셨다. 내가 복이 많은게지.   

 

어려운 시간 쪼게어 마음써주고 시간 내어준 그 분들께 뭐라 말씀드릴 수 없을 만큼 짐심으로 감사하다. 그 분들이 더 힘들텐데도 나를 많이 지지해주시고 격려해주신다. 인터뷰 하는 내내 구구절절 가슴이 저려왔고, 마음이 아파왔다. 그리고 애써 나도 태연하려 했다. 그 마음을..... 나도 알기에....인터뷰 시작할 때 나의 현 주소를 솔직히 말씀드렸다. 그래서 그 분들이 더 내게 열심히 마음을 열어주셨으리라....    


인터뷰를 하자마자 또 다른 작업이 이어졌다.

바로 감 떨어지지 않기 위해 녹음한 인터뷰를 축어록 푸는데만 하루, 이틀 꼬박 이어폰을 꽂고 자판을 두드리며 다시 정지, 다시 한 두 마디 자판 두드리다 다시 정지...를 반복하며 녹음을 다 (워드록 축오록을)푸는데만 두 달이 걸렸다.     


인터뷰와 녹음 축어록 푸는 시간이 거의 다섯 달!    


이 일이 끝이 아니다.

이혼여성 대상자별로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스트립트 만들어서 분석하고 있다.

발꿈치가 어찌나 아픈지, 수시로 팔벌려 스트레칭~ 또 자판과 드레그하다가 또 팔벌려 스트레칭~ 남들의 시선이야 뭐^^;;    


인터뷰 한 걸 지금도 하루에 수십 번, 몇 시간씩 듣는다.

듣다보면, 이 분들의 애환에 눈물이 난다. 나의 모습과도 동일시된다. 물론 나와 이혼배경이 완전히 다르지만.... 자녀를 위해 참고 살다가 이혼을 결심한 이 분들의 마음을 나는 안다.

그리고 이혼한지 길게는 15년 이상, 짧게는 5년 이상이신 이 분들이 재혼을 하지 않는 이유도 나는 안다.

나도 이혼하여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산지 16년이 넘었으니까....  

  

박사논문을 쓰기 위해 지금은 고군분투, 도서관에서 아침저녁, 틈틈이 살고 있지만 지금의 애씀이 고달프진 않다. 내가 선택한 공부이며, 내가 선택한 박사논문주제이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책임져야 하니까.

내가 선택한 결혼에서 얻은 내 아이,

내가 선택한 이혼에서 얻은 내 아이를 위해서

그리고 내가 선택한 나의 삶에서 얻은 나의 만족감과 행복을 위해서...

지금의 이 선택을 사랑한다.    

지금, 잠깐 나를 돌아본다.

참, 열심히도 사는구나.... 공부하는구나...

그래서 지금 머리식힐 겸 딴짓 거리도 한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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