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부모님과 사랑, 겸손과 보살핌을 삶의 연속적 순환관계를 말하는 그림책이 있는데, 돌봄 안에 피는 커다란 우주 같은 사랑을 배우게 조용하다 못해 말 한마디 없이 나를 이끄는 책이 있다.
시작은 잔잔한 파도에서 격정적인 파도로 나를 삼켜버리고 눈물과 감동으로 치닫게 하는 그림책은 몇 번 만나지 못했는데 이 책은 나를 울다가 멍 때리다가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하고 책을 가슴에 품었다가, 내러놨다가, 테이블에 올려놨다가,,, 갑자기 손톱깎이를 꺼내어 손발톱을 다 깎아 조심스럽게 버리면서 숭고한 마음을 가지게 한 책이다.
책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책을 아끼는 법도 안다.
윤에디션은 책을 대중에게 건넬 때부터 일반 출판사와 다르다.
대중 서점이나 대형 온라인 서점에서 구입하지 못하는 이유가 자체적으로 일일이 수작업하며 독자에게 다정한 안내와 배송 앞서 그림책을 담은 사진까지 보낸다. 안심이 된다.
그림책이 담긴 상자를 열면서 윤에디션의 사랑이 시작된다.
책 한 권 한 권에 맞는 문구를 인쇄해서 포장을 대신한다.
이 책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담은 그림책이라 포장지에 써 있는 글 귀부터 예사롭지 않다.
아버지 이제 당신을 안아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책 표지 절반을 채우는 커다란 두 손이 책을 감싸 안았다.
앞, 뒤로 커다란 손이 책을 따뜻한 품 앞으로 조심히, 따뜻하게 안았다.
보통 책에 띠를 두룬다. 판형에 따라 띠 벽지가 있거나 얇거나 굵거나 하지만 이 책은 일반적인 띠와는 차원이 다르다. 위나 아래로 빼야지만 안에 있는 그림책 표지를 볼 수 있다. 띠를 두른 커다란 손, 이 책을 두른 띠가 찢어질까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조금이라도 기울면 안아지지도 않을뿐만 아니라 띠가 벗겨지지 않아 커다란 손을 볼 수가 없다.
커다란 손 띠지를 내리면 하얀색 담요에 누원 웃는 아이를 볼 수 있다.
사랑스러운 아기를 지극하게 바라보는 안경 쓴 아빠.
이 책은 말이 없다.
말없이 인생을 말한다.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제목에 있는 활자가 이 책의 텍스트 전부다.
그래서 더 감동적이고,
그래서 더 오래 눈을 감고 주인공 마음만큼이나 내 마음에 담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 말 없는 우리.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가족의 체온,
우리는 그걸 "사랑"이라고 한다.
누구는 그런다.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그러나 나이 들어보니 알게 된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게 부모님의 사랑이라는 것을......
오늘 오후 1시 반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를 간다.
가족여행이다.
7~8년쯤인가? 박사 공부할 때 가족이 모두 제주도를 갔을 때 난 공부 핑계로 가지 않고 나 대신 딸을 보냈었다. 그때는 그 공부가 중요했다.
이번엔 한 달 전부터 원 가족(부모님과 우리 형제들) 만으로 구성된 가족여행을 가기로 했다. 친정 엄마가 여든여섯 살을 앞두고 있는데 작년과 다르고, 한 달 전과 다르게 늙어가는 느낌이 들어 더 시간이 가기 전에 엄마가 하루라도 더 젊을 때 가족여행을 가기로 했다. 예전 같았으면 일이 중요했을 나였지만, 이젠 건강이 중요하고, 가족이 소중하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내 나이 오십 줄을 넘어서야 비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