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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Oct 11. 2019

기억의 풍선

어쩔 수 없이 잊혀지는 순간들

마음의 기억이 추억에서 소환될 때 울기도 하고 웃기도한다.

살아 온 흔적을 추억으로 이야기한다면 오래 산 사람들의 추억이 나이어린 사람들의 추억보다 많을 것이다.

어릴 적 부터 지금 현재까지의 추억을 하나하나 풍선에 담아 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도 색깔별로 자기만의 추억을 무언가에 담을 수 있고 언제든 꺼내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힘든 사연을 가슴에 품으며 죽도록 힘들 땐 그 추억을 날려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동생보다 풍선을 훨씬 많이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엄마와 아빠보다 오랜 시간을 살아오신 할아버지는 더 많은 풍선을 가지고계세요.


내가 평소 궁금해하고 상상했던 것들이  비슷한 그림책이 있다.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참 편안한 느낌이 스스륵 잠들듯, 스며들듯 마음에 들어왔다. 이 책은 마음을 잔잔하게 풀어주고 가족들을 살피게 되는 그림책이다.

제시 올리베로스가 쓰고 나다 울프카테가 그림으로 그린 <기억의 풍선>


노란색 풍선에는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의 산딸기 추억이, 파란색 풍선에는 강아지를 처음 만난 추억이 있는 할아버지의 풍선, 주인공의 파란 풍선에는 어릴 적 조랑말을 다시 볼 수 있고 초콜릿 맛도 느낄 수 있다.


   할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풍선의 색에 "저건요?" 라고 말하면 할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추억에 잠기듯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시는 기억의 풍선. 놓지 말아야 하는 풍선에는 가족 간의 사랑과 가족에서의 추억이 가득 가득 담겨있다. 손주와 할아버지가 같은 색의 풍선에는 같은 추억이 담겨있을 줄이야.... 상상만 해도 즐겁다. 단 둘이, 때론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오붓하게 그 때의 이야기를 하면서 시공간을 함께하는 즐거움에 얼마나 행복할까? 이 책에서는 할아버지와 손주가 낚시를 하던 추억이 담긴 회색풍선을 가장 아끼는 풍선이다.

머리를 흩뜨리며 말하는 할아버지 모습오 하나의 추억으로 남는다.

추억은 하나의 장면만이 사진처럼 보이는 게 아니다. 추억을 떠올리면 그 때의 어떤 느낌인지, 무슨 냄새가 나는지, 어떤 향기가 나는지도 알 수 있고, 그 때를 떠올리면 주변에 있던 들꽃과 온도, 풍경에서 느껴지는 계절까지 고스란히 숨을 쉬듯 내 곁에 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가지고 있던 풍선을 하나씩 놓아버린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풍선들이 점점 더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한다. 그 풍선을 잡으려 뛰어가는 꼬마 손녀 주인공의 모습이 애처롭다. 특히 자기와 할아버지가 가장 아끼는 회색 풍선이 날려 보낸 할아버지를 원망하면서 더 꼭 쥐는 색색의 풍선. 더이상은 할아버지에 남겨진 풍선이 사라지고 없음을 본 '나'


새 풍선을 할아버지께 드리면 되는거지. 이제부터 풍선에 여러 가지 색으로 담긴 추억을 넣는거다. 멋지다!

기특하다. 주인공  '나'

그림책을 읽다 보면 처음에는 객관적으로 주인공이라는 표현으로 읽혀지지만 읽고 또 읽다보면 주인공이 '나'로 변해버린다. 감정이입이 또 이렇게 되는구나. 이렇게 동일시 되면서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그림책.


할아버지, 할머지에 대한 어릴 적 추억을 서랍에서 꺼내 보는 그림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서랍은 꼭 닫혀있어서 꺼내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기억의 풍선'처럼 풍선에 추억을 담으면 동심의 마음과 어른의 마음이 한데로 모이는 것 같아 더 친근하다.

연필로 그려진 듯한 모든 배경, 지우개로 지우면 지워질 것 같은 배경에 알록달록 색을 입힌 풍선이 상징하는 건 무엇일까? 꼭 쥐면 쥘 수 있고, 날리면 날릴 수 있는 풍선, 그리고 그 풍선의 색과 연결된 끈이 서로를 이어주는 사랑의 끈의 길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풍선의 색도, 풍선의 크기도, 풍선을 묶은 끈도 모두 그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추억이고 기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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