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림책살롱 김은정 May 24. 2019

누구라도 문구점

누구라도 그림책 상담실과 누구라도 그림책살롱

 요즘은 동네에서 문구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예전 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학교 앞에는 일명 ‘문방구’라고 불리는 문구점 앞은 아이들로 바글바글했다. 학교에서 필요한 모든 물건이 한 군데에 모여 있는 곳이 문구점이었다. 문구점 안에는 미술시간에 필요한 물감, 붓, 스케치북과  체육시간에 필요한 줄넘기며 체육복까지도 팔았다. 음악시간에 필요한 짝짝이(캐스터네츠), 트라이앵글부터 피리도 있었으며 문방구 주인 아저씨는 다음 날 준비물을 어떻게 그리 빨리 아는지 하교 길에 다음 준비물을 챙겨가도 될 정도로 문구점은 없는 게 없는 만물상 같은 곳이었다. 초등학교 짓궂은 남자친구는 ‘외상’이라는 명목으로 야금야금 간식이나 노트를 사기도 했고, 어떤 아이는 미니오락기 앞에서 죽치고 앉아 엄마한테 끌려가는 일도 자주 있었다. 그런 풍경들이 낯설지 않은 나의 초등학교, 그 당시에는 국민 학교로 불렀고,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가장 먼저 다니는 학교가 국민 학교였다. 난 그렇게 모든 국민이 다니는 학교로 알고 있었다.


주말을 보내고 온 월요일 학교 앞에는 진풍경 벌어진다. 좁은 문은 발들일 틈도 없이 부산스럽고, 여기저기서 “여기요~!”, “저기요~!”를 외치면 다 듣고 필요한 물건들이 공중에, 옆구리로 날아가고 손에 쥐어지고, 빠르게 모든 것이 팔고 사고 한다. 너무 정신없어서 살 수가 없을 때는 그냥 학교로 직행하고, 쉬는 시간에 냉큼 달려가 얼른 구입할 때의 짜릿함도 있었다. 중학교 학창시절에는 피비 캣츠와 브륵쉴즈, 홍콩배우 장국영의 인기 배우의 브롸이드는 구입할 수가 없어서 못 샀다. 그럴 때는 유명 배우들의 사진을 넣은 책받침은 하나씩을 가지고 다닐 정도로 인기 있었다. 이런 브로마이드 등 문구와 필기도구 외의 것들도 문방구에서는 팔았다.


  지금은, 아니 요즘은 학교 앞 문방구, 문구점은 이런 모습도 보기어려운 듯 하다. 집 근처에 있던 커다란 문구점이 얼마 전에 사라졌는데 무척이나 아쉽고 안타깝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다. 학생들이 너무나도 바쁜데다가 집주변 큰 대형마트가 있어서 주말에 가족과 함께 장을 보려가면서 필요한 물건들을 미리 구입하기도 한다. 또 급하면 다◯◯에 가면 웬만하면 다 있다 보니 학교 주변이나 집주변의 문구점은 찾지 않게 되게 문구점의 생존을 위협하게 된다.    


지난 3월에 아크앤북에서 지인 보다 먼저 와서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우연히 <누구라도 문구점> 그림책이 눈에 들어왔다. 사춘기 때 <민들레 영토> 시집을 읽으며 이해인 수녀님을 좋아하게 되는데 동화책을 내셨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우연히 발견한 이해인 수녀님의 <누구라도 문구점> 그림책을 보자마자 두 권을 구입했다. 한 권은 내꺼, 다른 한 권은 영동에서 올라온 지인에게 줄 선물.     

책 제목이 아주 마음에 든다. 이해인 수녀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제든지 누구든지 오면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된 문구점. 수녀님이 수첩이나 펜 등의 문구를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그림책에도 똑같이 말씀하신다. 귀엽다.    

이 책을 보면서, 나의 꿈과 나의 미래 모습, 내가 바라는 모습 등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그림책을 좋아하고, 그림책으로 상담하는 나는 어떻게 살아가길 바라는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면서 내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을지. 나는 지금 하는 일이 무척이나 즐겁고 재밌고 행복하다. 오래도록 나이들어도 쭉 하고 싶다. 그림책으로 아이부터 어른, 어른의 어른들까지 만나고 싶다. 만나서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 고민을 들어주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을 하고 싶다고 평소 생각해 왔다. 이해인수녀님도 누구라도 문구점에 들러 필요한 것을 부담없이 가져갈 수 있게 준비해두고 싶었다고 하셨는데 작고 소박하지만 수녀님이 꾸리고 계시는 누구라도 문구점! 너무 멋지다.    

나는 이 책, 아주 간단한 그림책이지만(수녀님은 동화책이라고 표현하신다) 내겐 영감을 준 그림책이다. 나의 연구소 이름은 서로 이롭게 움틀 수 있게 도와주는 ‘이움’심리상담연구소이다. 연구소 안에서 애가 꾸릴 상담실 이름은 바로 <누구라도 그림책 상담실>과 <누구라도 그림책 살롱>이다.

    

벌써 10년 전이다. 석사과정을 마치고 어느 지인이 저더러 “은정샘이 상상하는 상담실을 그려보라”고 한 적이 있었다. 난 양평 가는 길목 어딘가에 나의 집을 짓고 마당이 넓은 곳에 대청 마루 하나와 오고가면 누구라도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몇 가지 차를 준비하고 있는 그림이었다. 강의가 있는 날은 강의하러 외출을 하겠지만 내가 거취할 방 하나와 집단 상담실을 만들어 놓고 책을 보다가 누가 지나가다가 그림책이 그립거나 그림책이 궁금한 사람이 있으면 들러 나랑 같이 그림책이랑 노는 상담실을 그리며 이야기를 나눴던 그 때가 생각났다. 그 때 내가 지인친구한테 “그냥, 누구라도 와서 마음 편하게 그림책이랑 놀다갔으면 좋겠고, 누구라도 그림책이랑 놀다가 나랑 이야기 하고 싶으면 이야기 하면서 마음이 힐링되고 편안한 시간이 되는 그런 장소에 내가 있었으면 좋겠어.” 라고 했던 말..... 그게 나의 꿈이었다.

   

이해인 수녀님의 누구라도 문구점을 보면서 10년 전의 나의 꿈이 다시 생각났다. 야무지지만 천진스럽고 낭만적인 나의 <누구라도 그림책 상담실>과 <누구라도 그림책 살롱>을 곧 실행에 옮길 것이다. 좋은 소식을 다음 주면 전해드릴 수 있으니 기다려주기 바란다.    



이전 06화 러 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