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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Sep 28. 2018

고래가 보고 싶거든

간절함을 위한 자세

‘고래가 보고 싶거든’은 그리움과 기다림, 특히 간절한 기다림을 담은 그림책이다. 고래는 마음 속 간절함을 상징, ‘원하는 모든 것’을 상징하는 다른 말이기도 하다다.     

사람들마다 기다림의 고래는 대부분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에게는 이루고자 하는 소망이 다양하게 있다. 고래에 담는 소망에는 작가가 되고 싶고,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은 소망을 담은 고래도 있고,. 더 공부하고 싶은 대학의 박사학위 취득, 꼭 다니고 싶은 회사의 지원서류에서의 합격, 그 후 승진과 성공의 고래를 꿈꾸기도 하고, 해외여행이나 세계 일주의 고래를 꿈꾸기도 한다.  소망하는 바를 이루고 성취하는 것에서 부터 남녀 간의 사랑, 결혼, 임신, 출산 등 다양한 상징 고래로 나타난다. 연인에서는 때론 기다리는 배우자를 만나는 것, 부부에서는 나를 닮은, 나와 배우자를 꼭 빼닮은 아기를 바라는 기다림으로 상징될 수 있다.  

   

어떤 일을 기다리는 것은, 

어떤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그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은,

쉬운 일이기도 하지만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원하는 일이 바로 눈 앞에 펼쳐져 이루어 지기도 하지만, 기다려도 기다려도 답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바라는 직장을 구하기 위해  수년 간 취업준비생으로 노력을 했음에도 여전히 직장을 구하지 못할 수 있도 있다. 노력한 만큼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살다보면 고래가 원하는 때에 나타나지 않을 때가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 때 실망감과 실패감, 때로는 자신의 초라함과 외로움까지 다양한 감정들이 솟아오를 때는 기다리다 지쳐 쓰러지고 싶을 때도 있다는 것도 안다.    


오늘, 지금 여기에서는 많은 기다림에서도 또 다른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 하고 싶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난 두 사람의 인연으로 시작된 부부 사이에는 또 다른 기다림이 있다. 여기서 기다림이란, 남녀 간의 사랑을 넘어 만나는 고래의 대상, 즉 아기의 탄생을 말한다. 오랜 기다림 끝에 간신히 만나는 대상일 수도 있고, 1년 안에 만나는 대상일 수도 있다. 나를 꼭 빼닮기를, 배우자를 꼭 빼닮기를 바라는 꼬물꼬물한 작은 움직임이 얼른 오기를 기다린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은, 

쉬운 일이기도 하지만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결혼을 하면 바로 누군가를 닮은 아이의 임신소식을 전해 듣기도 한다. 그러나 또 누군가는 2년, 5년, 10년, 아니 그 이상을 기다리는 무한의 시간을 경험하기도 한다. 기다림이란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하다. 나의 고래는 단 하나의 남자 아이일 수도 있고, 단 하나의 여자 아이일 수도 있고, 쌍둥이나 다둥이 일 수도 있다. 고래의 모습이 어떤 모양일지는 모르지만 결혼을 하면 대부분은 부부를 닮은, 제 2의 고래를 잉태하고 싶어진다.     


고래가 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뻔한 질문에 뻔한 답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새로운 새 생명의 잉태는 원한다고, 바란다고 바로 되는 게 아님을 알기에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생각해 주어야 한다.     


때로는 바다도 그려 보고,

때로는 바라를 그려보고, 바다를 바라보고

때로는 바다를 그려보고, 바다를 바라보고, 바다를 기다려 보면서

저 너머 언덕의 모양을 보고 고래라고 착각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임신인 줄 알았는데 힘들고 지쳐서 병원을 방문해 보니 상상임신 입덧을 할 수도 있다. 임신이 되어 축하받자마자 자궁 외 임신이나 다른 이유로 불가피한 조치를 취할 때도 있다. 마음 아프고 몸 상할 정도로 숨가쁘게 울음으로 대신하는 여러 날도 있다. 책에서 처럼 아이의 모습을 한 구름을 보기도 하고, 태몽을 꾸면서도 그런 즐거운 일이 곧바로 생길 것 같은 상상을 하기도 하며 위안을 줄 때도 있다.     


기다림이,

임신에 대한 기다림이,

기다림이 바로 잉태의 순간과 출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도 나의 고래가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고래를 기다리다보면, 오랜 기다림에 별의 별 생각이 다 들 때도 있다. ⌜고래가 보고 싶거든⌟그림책에서도 보면 기다리다 못해 지치지고 하고, 기다리다 가짜 고래를 진짜 고래로 착각을 하기도 하고, 기다리다 못해 유혹을 받기도 한다. 너무 일을 많이 해도 안 되고, 너무 편안해도 안 된다고들 한다. 일을 줄이라고도 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 일을 그만두라고도 한다. 너무 쉽게 하는 말에도 우리는 상처를 받는다. 마치 내가 환자이고, 보통의 사람이 아닌, 그 이하의 사람으로 보여지면서 우울해지기도 한다. 사는 낙도 없고 행복의 요소를 하나 잃어버린 것 같다고도 한다. 그러면서도 이 책에서는 이런 말을 한다.    


깜빡 잠이 들면
고래가 와도 불 수 없잖아.
고래는 네가 눈 뜰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거든.  

  

여러 번의 임신 소식이 들려왔지만 결실로 연결되지 않을 때도 많다. 종종 시험관 아기를 시도해도 안 되고 좌절감을 맛보면, 또, 몸과 마음이 상해서 더 이상을 시도하지 않겠다고 일찌감치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다. 건강이 여의치 않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고, 불임 클리닉을 불신하는 경우도 있으며, 힘든 마음을 챙기기도 전에 또 다른 역경을 만나기도 한다. 인생은 다 생각처럼 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당신은 실패자라는 스스로 낙인을 찍으며, 부족한 사람으로 치부하며 다른 일과 관계까지도 힘든 순간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렇게 포기하고 인생 다 산 것처럼 치부되는 당신의 마음에     


고래가 보고 싶니?
그렇다면 구름을 쳐다보아서도, 
넓디넓은 하늘의 구름도,
흘러가는 구름도,
밝게 빛나는 태양 같은 것도 쳐다 보지 말라고 한다.
고래를 놓칠지 모르니까.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떨까?

가슴이 무너지는 듯한 마음에 커다란 돌덩이 하나 더 얹은 듯한 마음이 들 것이다.     


그렇지만 

기다리고 

또 기다리 또 기다리는 거라고 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고래를 꿈꾸고 찾는다. 하지만 고래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기 보다는 오랜 기다림 끝에 나타낸다. 때로는 아주 긴 기다림이 있어야 할 때도 있다. 때로는 아무리 기다려도 고래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고래를 기다리는 일이 고된 일이 될 수도 있고, 힘든 여정이 될 수 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다리는 동안은 고래를 향한 마음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받아들임이 있다면 조금은 기다림을 마주하는 마음이 편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해 보는 건 어떨까?    


생각보다 빨리 들어주지 않는다고 실망하거나 외로워할 수도 있습니다만.    


멀리 보이는 고래 모양의 섬, 언덕 위에서 바라본 고래 모양의 구름을 보면서

때로는 향기로운 분홍 장미에게 마음이 빨리거나 신기하게 생긴 펠리컨에게 마음을 뺏기거나, 깃발을 펄럭이는 배에게, 무시무시한 해적선에 중심을 잃어버린다면...

조금만 더 용기를,

조금만 더 기다림의 인내를,

조금만 더 간절히 기다린다면 답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고래가 보고 싶니?
그렇다면 장미 같은 건 모르는 척해야 해.
또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거야.    


뭔가 정해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미련, 그 안에 머물러야 합니다. 누가 뭐라고 하던, 당신 마음이 뭐라고 하든,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기다려 보자. 지금 당장이 아니어도 된다고 당신의 마음을 두 마음으로 가지 않도록 잡으면서 말이다.   

 

⌜고래가 보고 싶거든⌟그림책을 자세히 보면 주인공 소년과 애완견 개만 보이는 건 아니다. 상상 속의 고래, 착각하는 고래 말고도 첫 장면,    


고래가 보고 싶니?
그렇다면 창문이 있어야 해.  

   

이 페이지에서만 없고 다음 장에서부터 끝까지 고래를 만날 수도 만나지 않을 수도 있는 그림책 구석구석에는 작은 새 한 마리가 함께 한다는 것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 고래가 마음속의 기다림의 상징이라면, 기다림을 마음속으로, 마음 밖으로 응원해주는 그 누군가가 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시길 바한다. 새 한 마리는 당신 자신일 수도 있고, 남편이 될 수도 있다. 친정, 시댁의 가족이 될 수도 있고, 형제나 친한 동료가 될 수 있다. 나 혼자만의 고래를 위한 애씀이 아니라, 하나님의 관심과 사랑으로 보며 지켜줄 수 있고, 삼신할머니가 점지해 주는 그 날이 있을 수 있다. 간절히 기다리는 이에게만 들리는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조금만 더 힘내자. 그리고 자기를 믿고, 배우자를 믿고 의지하면서 희망의 새 소리를 들으며, 나만의 고래가 올 거라 떠올리며 즐겁고 행복한 기다림을 다시 가져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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