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림책살롱 김은정 Oct 04. 2019

낱말 공장 나라

당신이 꼭 하고 싶은 말 한 마디는?

만약 ‘말을 하기 위해 돈을 주고 단어들을 사야한다’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고 무섭기도 합니다. 지금처럼 시간이나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언제든지 말을 할 수 있는 환경에서 태어난 우리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종종 이런 상상들을 해 오던 참에 만난 그림책을 소개해 본다.

아네스 드 레스트라드 글, 발레리라 도캄포 그림, 세용출판 -낱말공장

 


아네스 드 레스트라드 글,

발레리아 도캄포 그림, 세용출판

<낱말 공장 나라> 그림책


----사람들이 거의 말을 하지 않는 이상한 나라가 있어요. 이 나라의 이름은 ‘낱말 공장 나라’이라고 브릅니다.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함부로 말을 하지 않아요. 말을 하려면 돈을 주고 낱말을 사서 삼켜야 하거든요. 그래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해요. 부유한 사람들은 마음대로 낱말을 살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말을 하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져요.

   

가끔씩 바람을 타고 낱말이 떠다니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기다렸다가 곤충망을 들고 날아다니는 낱말을 잡아

. 가난한 주인공 '필레아스'는 곤충망으로 낱말 세 개를 잡았어요. 내일은 '시벨'의 생일에 오늘 곤충망으로 잡은 낱말 세 개를 선물할 거예요


---


주인공 친구 ‘필레아스’의 적인 부자‘오스카’ 친구는 하고 싶은 말을 언제든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시벨 앞에서 ‘소중한 시벨, 나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해....(하략)’ 그렇지만 시벨은 못 들은 건지 표정이 없고 미소를 짓긴 했는데 누구에게 지은 건지 모르겠다. 주인공 필레아스가 곤충망으로 잡은 단어 세 개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체리, 먼지, 의자> 이다. 초라해진 필레아스....하지만 진심을 담아 필레아스의 ‘체리, 먼지, 의자’라는 달랑 단어 3개만 사용했지만 환하게 웃는 시벨은 뽀뽀를 한다. 진심이 통한 거겠죠. 그랬더니 필레아스가 뭐라고 했는지 알 수 있을까?

정말 정말 아껴두었던 단어로


한 번 더!



나는 이 부분을 읽는데 얼마나 기쁜지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 엄마미소가 저절로 나왔다. 카타르시스 라는 게 이런 게 아닐까. 대리만족의 경험도 하면서 시벨의 감정 표현에 필레아스가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마음들. 그리고 그림책이 보여 지는 색채에서 빨강 바탕에 주인공 둘이 행복해서 눈을 감고 있다가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장면이 환상적이다. 또 보고 또 봐도 예쁜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에서 이런 말을 한다.

‘돈을 주고 낱말을 사서 낱말을 삼켜야만 말을 할 수 있었지요.’

돈을 주고 말을 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꼭꼭 씹어 삼켜서 자기 몸에 들어가 있어야 낱말을 사용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근사하지 않은지?

     

우리가 평소 ‘말을 내 뱉는다’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 말은 말을 하기 전에 ‘씹지 않고, 그냥 후룩 아무 생각없이 흘리는 말’을 할 때 쓰는 표현이다. <낱말 공장 나라> 그림책에서 단어를 삼켜야만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말의 신중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함축적 표현이다. 체하지 않고 삼키기 위해서는 꼭꼭 씹어 먹어야 하듯이 말을 할 때 대충 넘기듯 하지 말고, 대충 버리듯이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는그림책이다. 어른도 봐야 하는 그림책.

     

<낱말 공장 나라> 그림책을 보면서, 2015년도에 개봉한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에서도 단 세 단어로 그 사람들의 감정선이 표현한 영화가 생각나다.

 

가까워서 더 꺼내기 힘들었던 말 미안해 

 너를 볼 때 마다 숨겨야 했던 말 사랑해 

 한 번도 진실되게 전하지 못한 말 고마워 

     

특히 요즘처럼 말. 말. 말이 많은 때에는 더욱이 말에 대한 중요성, 말할 때의 신중함, 말하는 대상에 대한 배려 등이 더 필요합니다. 이 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오늘, 정말 꼭 사용해야 할 단어 세 개만 골라서 진심을 담아 표현해 보는 건 어떨까?

시월의 첫 금요일에



이전 03화 엄마가 된다는 건 뭘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