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이름을 불러주는거야
토토가 물었습니다.
엄가 된다는 건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거야.
엄마의 자녀이고 자녀의 엄마는 서로 이름을 부르면서 존재감을 느끼고 관계의 연속상에서 언제든 함께 한다는 의미의 이름을 부르는 게 아닐까?
어릴 적 소꿉놀이할 때
“내가 엄마할거야. 넌 애기해”라는 소꿉놀이 첫 대화가 기억이 난다. 조각난 빨강 벽돌을 돌멩이로 빻아 고춧가루를 만들고 주위에 있는 들꽃이나 잡초를 뜯고 말려서 나물반찬도 하며 오순도순 재미난 소꿉놀이를 했다. 소꿉놀이를 할 때는 아이들 챙기고 남편을 배웅하고, 시장도 가고, 청소도 하면서 심심하지 않다. 아이가 아프다 하면 목에 둘렀던 손수건을 풀러 이마에 올려주면서 토닥토닥 달래주는 엄마의 역할이 가장 부러웠다. 가장 어른스럽고 누구를 위해줄 수 있으니까. 소꿉놀이 하면서 엄마를 꼭 해 보고 싶었던 또 다른 이유는 화장을 하고 귀걸이도 할 수 있어서 부러웠다. 분꽃의 꽃을 위로 살짝 밀면 아기손톱 반 만한 크기의 동그란 씨와 낚싯줄 같은 긴 실 비슷한 게 있다. 동그란 것을 귓구멍에 넣고 분꽃을 귀에 걸고 멋진 귀걸이를 한 엄마다. 아까 빻다 남은, 콩나물을 무치다 남은 벽돌가루를 볼에 바르고 문지르며 한창 내는 모습의 멋쟁이 엄마도 될 수 있다. 엄마는 할 수 있는 게 많고 힘도 세다. 방청소하지 않은 아이 혼낼 수도 있고, 요리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매번 아빠나 아기 역할만 했다. ‘오늘은 꼭 엄마하고 싶다’고 친구들 사이에 떼를 쓰고 가위바위보를 해도 난 지고 말았다. 그 당시에는 키가 크고 목소리 큰 애가 항상 엄마였다. 난 체구도 작았고 목소리에 눌려 엄마가 되어 본 기억은 몇 번 없다. 아쉽게도.
성장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50대가 된 지금의 ‘엄마’는 어릴 적에 생각했던 엄마의 역할과는 사뭇 다르다. 아파도 아프다는 소리를 할 수도 없고, 아프다고 소리내면 괜시리 더 눈치보이고, 안 아프다고 버티다 병원가면 버텼다고 잔소리 듣는다. 강해도 욕먹고 약하면 절대 안 되는 게 엄마다. 이렇게 진짜 엄마로 살다가 어릴 적 놀이를 생각할 수 있는 그림책의 발견은 동심의 세계로 푸롯~ 들어갈 수 있어 행복해진다.
우치다 린타로 글쓰고 나카무라 에쓰코 그린 <엄마가 된다는 건 뭘까?>에서는 어릴 적 소꿉놀이와 엄마아빠놀이가 고스란히 보인다. 이 책은 내가 참 좋아하는 그림책이다. 특별히 강조하는 색감도 없고, 또렷이 나타내고자 상징과 의미를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림 한 컷 한 컷에 부드럽고 온화하며 따스한 부모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 엄마가 되고 싶고 아빠가 되고싶은 동네 꼬마녀석들의 소꿉놀이하는 두 토끼의 앙증맞은 대화가 일품이다.
그림책의 글 중에 가장 인상적인 토토와 미미의 대화는
짧지만 엄마가 된다는 건, 힘들 때나 아플 때도 정서적으로 함께 있어주고, 아픔을 나누면서 걱정해주고 행복과 감동의 순간에도 함께 하는 게 부모이고 엄마이다.
미미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인형, 모모
미미의 단짝 남지친구 토토의 소꿉놀이 이야기 중에 하나
“엄마가 된다는 건 뭘까?”
엄마가 된다는 건....
“아이와 손을 잡고 걷는 거야.”
그리고
“걱정하는 거야.”
그리고 또
“걱정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꼭 껴안고 눈물을 흘리는 거야."
엄마가 된다는 건 뭘까?
친정 엄마를 떠올려보고,
내 아이를 떠올려보며
나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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