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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Apr 08. 2019

두근두근

부끄러원서, 설레여서 두근두근

낯선 상황에서 말을 잘 하는 편인지, 낯선 상황에 개의치 않고 편하게 행동하는 편인지를 보면서 '내향적인 사람이다, 외향적이 사람이다'라고 사람들을 나누어 판단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든 상황에서 같은 반응을 보이거나 행동을 하지 않는다. 평소 말을 잘 하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지만 어느 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거나 컨디션에 따라 그 날 따라 말을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쳥소 그 사람을 보지 않은 사람은 처음 이 모습을 보고 그 사람을 다르게 평가하거나 완전히 다르게 판단해 버릴 수 있다. 가령, '두근두근'거린다는 말을 떠올려 보자. 정말 보고 싶었떤, 평소 마음에 품고 있었던 사람이 눈 앞에 나타나면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이게 뛰는 두근거림이 있다. 친하지 않고 낯선 사람들이 가득한 강당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두근거림은 부끄럽거나 숨고 싶은마음이라. 같은 단어 이지만 어느 상황에서인지, 어떤 사람 앞에서인지에 따라 감정의 떨림은 다르게 전달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오늘은 누군가에게 비난을 듣거나 격려의 잣대가 되는 사람들 앞에서의 두근거림의 이야기가 아닌, 앞에 나타나자니 부끄럽고, 좋은 감정을 포현하자니 쑥쓰러워서 두근거림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친구들과 우연히 졸업앨범을 보았는데

반 친구 한 명이

"우리 반에 이런 애가 있었어?"라는 말로 시작하며 학창시절 이야기를 꺼낸 일이 생각나면서

이석구 저자의 <두근두근> 그림책이 떠올랐다.

중학교 3학년 때 부끄럼이 아주 많은 친구가 있었다. 한 반의 정원이  67명이었을 때인데 콩나물 시루같은 교실에서 그 아이는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수업시작할 때가 임박해서 교실에 가장 늦게 들어 오고, 담임선생님의 종료 시간이 끝나자마자 바로 귀가해 버리는 친구였다. 그 친구는 목소리도 작았고 특별히 발표를 해야하는 때가 아니면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르는, 존재감이 없는 친구였다. 그 친구는 누가 먼저 말을 걸기 전에 한 번도 말을 먼저 걸어본 적이 없었다고 했고, 혹시라도 누군가가 말을 걸어올까 조심조심했던 친구였다. 말하기도 조심스럽지만 말 붙이기도 조심스러웠던 친구였다.

그 친구가 나랑 단짝 친구가 된 계기는 웃지못할 체육복 사건이 있은 뒤부터였다. 짧은 쉬는 시간에 체육복 바지를 갈아 입기 위해 가장 좋은 도구는 치마다. 바지를 벗고 속옷을 보이지 않아도 되는 치마를 사물함에 넣어 놓거나 치마를 입고 오는경우 그 친구가 그 날의 인기녀인데 그 날 따라 사물함에 넣어 둔 치마가 없어졌다며 교실이 아수라장이었다. 또 체육선생님이 1분이라도 늦으면 체육시간에 썼던 물품 정리당번을 시킨다고 해서 다들 난리였다. 나도 얼마나 마음이 급했던지 그 친구가 입고 온 롱스커트를 빌려달라고 말하자마자 나와 다른 친구의 다리가 그 친구의 롱스커르에 들어갔다. 서로 깜짝 놀라 허둥대다가 넘어지면서 사춘기 소녀가  깔깔 대며 웃다가 친해졌다. 아마 남자분들은 이런 풍경을 이해할 수 없겠지만 교복을 입거나 체육시간에 옷을 갈아입어야 했던 여중고 시절의 경험을 해 본 여자분들은 이해할 것이다. 


왜 중학교 3학년 때의 사춘기 여중생을 떠올리면서 <두근두근> 그림책이 떠올랐을까?

책 주인공 브레드씨는 얼마나 낯가림이 심한지 이사오자 마자 문 앞 표지판에 이렇게 적어두었다.

'들어오지 마세요.

두드리지도 마세요.'

이렇게 낯가림이 심하고 낯선 상황을 힘들어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가,

대문을 두드린다면?

분명 이 동네 이사온지 얼마되지 않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그 때의 내 마음은 어떨까?

특히, 부끄럼을 많이 타는 브레드의 마음이나 표정은 어떤 모습일까?

이 때 브레드의 마음은 얼마나 다양한 감정들이 순간 폭풍처럼 지나갔을까?

무섭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겁도 나고 당황스럽고, 숨고싶고, 도망치고 싶은 여러 가지 마음들이 올라왔을 거라는 짐작이 간다.


브레드는 깜짝 놀라 허둥지둥,

'가슴이 두근두근'


똑, 똑, 똑

숲 속 친구들이 한 두 마리 왔다가 간다.


문을 두드리는 친구들은 그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럴만한 이유를 가지고 오는 친구들에게는 그 상황에 맞는 빵을 직접 만들어 주면서 친구가 되어간다. 잠이 오지 않아서 오는 친구에게는 카스텔라를 구워주고, 변비로 고생하는 친구에게는 야채빵을, 추위에 떨고 있는 친구에게는 호~ 호~ 불며 먹을 수 있는 호빵을, 생선을 좋아하는 친구에게는 붕어빵을 만들어 주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브레드.


브끄럼이 많은 브레드는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 상황에 맞게 그 요청에 맞게 맞이 한다.

설레이고 기다리는 그런 마음으로 이젠


브레드도 "두근두근"

나도 "두근두근"


이제 또 다른 두근거림이 온다.

콩콩!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나가보면 없고,

또 콩콩! 두르리는 소리에 브레드는 정성스레 빵을 구워 놓고 기다린다.


이렇게 지어진 빵의 이름은?

"두근두근 빵!"


두근두근 빵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커다랗고 커다란 사자다. 이 사자도 브레드 만큼이나 부끄럼이 많은가 보다. 숲 속 친구들이 찾는 두근두근빵집에 기웃거리다가 작심하고 왔는데 딱! 들켜버렸다.

저 사자의 표정 좀 보세요? 저기 넘어진 의자는 어떻구요? 너무너무 귀여운 사자의 두근두근 빵, 브레드의 두근두근 빵.

이제 설레임의 두근두근~~~!!!


오늘 주변에 어떻게 할까 망설이시는 분, 또는 고백을 할까말까 망설이시는 분, 먹을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 살까말까 고민하시는 분의 두근두근 거림에 한 번 용기를 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든다. 제 마음도 두근두근.

오늘 누구를 만나 상담을 하게 될지,

오늘 어떤 분들을 만나 강의를 하게 될지,

오늘 내 마음은 두근두근.

김은정의 감성테라피 퐁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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