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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Oct 21. 2019

어른DO읽는그림책 21-고슴도치X

'나 다움'을 찾기 위한 도전

Q. 저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요즘 취업하기도 어렵고 전공에 맞는 일을 하는 것도 어렵다고 합니다. 저는 타투리스트가 꿈입니다. 외국은 타투리스트가 자신의 미적 감각을 표현할 수 있는 멋진 직업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타투리스트가 음지의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그리기가 저의 실생활이었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저의 취미이자 학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미술적 재능을 살리고 전공한 미술로 취업할 수 있는 곳은 웹디자이너나 출판사 계통 말고는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저는 틀에 박힌 일을 하는 것도 싫고, 남들이 다 하는 일이 아닌 제가 즐기면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부모님이 “예체능 공부시키는 게 그리 만만한 건지 아느냐, 아무나 할 수 있는 문신 따위는 왜 하려드느냐, 월급도 없이 하는 일이 아르바이트와 다를 게 뭐냐” 등등으로 저를 못마땅해 합니다. 저는 부모님 몰래 강남에서 제일 유명한 타투리스트가 되는 게 제 꿈입니다. 꼭 월급을 받는 일을 해야 하나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건 안 되는 건가요? 부모님은 제가 타투 공부하는 것이 그러려고 대학 보낸 줄 아느냐고 동네 창피하다고 합니다. 저는 제가 미술을 잘 하고 디자인도 잘 하니까 그 사람들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주고 색으로 아름답게 입혀서 사람들이 좋아하고 제가 만족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지금 배우는 공부가 정말 재밌고 좋은데 부모님은 저를 창피하다고 합니다. 저는 저답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부모님은 제가 취업도 못하고 이상한 문신만 해준다고 걱정합니다. 친구들도 부러워하면서도 이상한 데로 빠지는 거 아니냐고들 하고요. 남과 다른 일을 한다는 게 이상한 것인가요?


A.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자기다움’에 얼마나 목말라하고 있는지는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다. 타인의 목소리를 듣다보면 자기다움을 잃을까 두려워 이어폰으로 귀를 꽁꽁 동여매는 사람이 있다. 타인의 소리를 들으면 갈대처럼 흔들려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할 까봐 오히려 정답을 만들어 놓고 타인에게 물어 보는 경우도 있다. 어떤 이는 자기 생각이나 자기주장은 전혀 없이 남이 하는 말을 고스란히 따라했다가 타인을 원망하는 경우도 있다. 세상에 완전한 답도 없거니와 완벽한 해결도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기 생각의 옳고 그름을 타인의 생각에 빗대어 말하거나 행동하기를 좋아한다.


‘나 다움’이란 ‘세상과 완전히 다른 눈높이의 잣대’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나 다움’이 결코 ‘남과 달라야 하는 차별화’를 이야기 하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나 다움’이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방해받았다고 느끼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며, 균형적인 것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창의성을 버리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나 다움이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즐길 줄 알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하며 자기만의 행복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나 다움을 즐기기 위해 남을 해치거나 규범을 벗어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타인이 하라고 하면하고, 타인이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의 수궁에 불과하다. 내가 잘 할 수 있고, 내가 잘하는 것을 찾아서 하는 것은 곧 나의 즐거움이 될 테고, 즐거움을 곧 창의적 발상으로 자기의 고유성을 확보할 기회가 늘 수 있다.


‘남들이 하니까, 주변에서 권하니까’ 때론 ‘반듯이 이렇게 해야 하니까’라는 당위성은 바른 생활의 지름길이 될 수 있고 혼란을 약화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평등하고 고른 지침은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되는 정체성을 해체하거나 가두게 되어 삶의 활력을 잃을 수 있다. 세상 모두 똑같은 사람과 똑같은 생활 패턴으로만 산다면 사실 재미없지 않는가? 자기다움이 있어야 사는 재미도 있고 사는 재미가 있으면 삶이 유쾌해지고 노력하는 방법들을 찾는 노력으로 또 다른 흥미와 의미가 생길 것이다. 세상은 남이 원하는 대로만 사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을 더 잘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즐겁게 사는 방법을 찾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더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은 

고슴도치X(엑스) 노인경 글, 그림 /  문학동네

‘올’이라는 도시

그 도시에 사는 고슴도치들은 안전하고, 완벽하고, 세련된 몸가짐을 하고 살아야 한다. 고슴도치가 지니고 있는 가시가 겉으로 들어나면 완전체 고슴도치가 아니어서 별도의 조치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아무도 가시를 세우지 않고 부드럽게 눌러놓고 세련되게 꾸미고 다녀야 한다. 가시를 세우지 않기 위해 ‘가시부드럽게비누’를 사용하고 샤워를 하면서 꼭꼭 가시를 눌러놓는 연습을 한다. 학교에 다니는 고슴도치 학생들은 매일 가시검사를 하여 뾰족한 가시가 있으면 따로 ‘교양 있는 가시교육’을 받아야 하고 학교에서 청소를 해야 하는 벌을 받는다.

어느 날 엑스는 등굣길에 가시가 있어서 도서관 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꽁공 묶여있는 책 한 권을 발견한다. 그 책은 고슴도치가 자신의 가시로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자기답게 사는 영웅이야기‘였는데 엑스는 자신이 고슴도치라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는다. 가시는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시가 멋있을 수 있다는 것과 그것이 자기다운 본연의 모습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다. 엑스가 붉은 가시를 숨기지 않고 자기답게 살기 위한 방법을 찾는 노력을 한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위험한 가시가 공공연하게 돌아다니니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공립가시연구소에서 뾰족한 가시를 없애는 펌을 억지로 받게 된다. 자기다운 가시로 자기를 찾은 멋진 고슴도치는 세련되고 교양있는 도시 ’올‘을 탈출하며 자연으로 돌아간다.

주인공 고슴도치 엑스는 처음엔 자기다운 모습이 남과 같아야 하고, 남과 같기 위해서 같은 생활패턴과 같은 가치관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조금이라도 남과 다른 것은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가정이나 학교에서 조차 틀에 맞는 것만을 강조한다. 우리들도 거의 비슷하지 않는가? 남과 다른 생각을 이야기 하면서 주변을 의식해야 하고, 남과 다른 말을 하면 주변의 시선을 감수해야 하고, 남과 다른 옷차림이나 취미를 가지고 있으면 별나다는 소리를 들으며 조금은 이상한(?) 사람임을 인정하며 살아가게 된다.


반드시 남과 같아야 할 이유도 없거니와 똑같은 생활을 할 필요도 없다. 자기가 자기다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자기가 가장 잘 하는 것, 자기가 원하는 것, 자신이 즐거운 것을 찾으면서 하되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면 충분히 해도 된다. 타투를 하는 것이 억지로 사람을 끌어다 앉혀서 그림을 그리거나 레터링을 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사람이 자기발로 와서 원하는 문신(그림)을 그려주어 상대방도 자신도 만족하고 행복하면 된다. 또한 자기 전공에 완전히 일치하여 취업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 될까? 거의 10%도 안 되는 게 현실이라면 자기 전공에 크게 벗어나지 않고 유사하면서 위험하거나 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자기다움이란 자기가 가장 행복할 때 발현되고 발휘된다. 고슴도치 엑스가 우연히 본연의 모습을 찾았고, 찾은 뒤 자기다움을 위한 준비로 정말 자기답게 살 수 있는 자연, 숲속으로의 탈출은 행복과 의미 있는 삶을 위한 투지 있는 노력이라고 보인다. 우리도 언제든지~

부모님은 자식이 바른 길로 가길 바라고, 남들과 특별이 다르지 않은 평범하게 살기 바란다. 또한 남들이 하는 일을 하는 것이 걱정을 덜 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 길이 탄탄하다고 여긴다. 부모님을 억지로 설득하려 하기 전에 자신이 하는 일이 정말 즐거운지, 정말 하고 싶은지, 오래도록 할 수 있는지, 자신의 가치관에 위배되지 않는지를 찬찬히 찾아보고 성실이 배우며 일하는 모습을 한다면 부모님의 걱정을 덜고 즐기면서 타투를 하는 멋진 타투리스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 답게!
나 다웁게!!
행복하게 살자!!!

#그림책심리상담 #어른도읽는그림책 #고슴도치 #고민 #자기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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