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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Nov 08. 2019

[고‧그‧답]어른도읽는그림책5 -내 얘기를 들어주세요

충고, 조언, 평가, 비난, 판단하지 않고 들어주는 사람이 사람을 살린다

[고‧그‧답]

 = <고민에 그림책으로 답하다> 형식으로 새롭게, 어른도 읽는 그림책에 이어집니다.


Q.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 신입사원이에요. 이런 고민도 고민일까요? 제 주변에 워낙 고민이 큰 사람이 많은데 들어주실꺼죠?

회사에 잘 적응은 한 것 같고 다니는 게 힘들진 않아요. 근데 저는 제안서를 한 번도 만들어보지 많아서 제안서를 짤 때 어디에 안배를 두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몰라요. 누구에게 물어보고 싶은데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어도 다들 너무나 바쁘데요. 뭘 좀 물어보려 하면 ‘조금 있다가, 지금은 바빠서’라고 해요. 물어볼 사람은 없고 일은 진척이 없으니 답답하잖아요. 얼굴을 찌푸리며 일하고 있었나 봐요. 사무실에 있던 동기가 지나가다가 얼굴 좀 펴고 일하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반기며 ‘사업 제안서 짜서 넘겨야 하는데 정말 모르겠어. 어떻게 짜야 되는지 너는 아니?’하고 물으면 동기는 자신도 다른 제안서 짜야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모르겠다고 하고 그냥 가버리는 거예요. 지나가던 대리님은 ‘간단한 제안서 하나 가지고 끙긍대면 다른 일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며 쯧쯧하고 가고, 과장님은 ‘그거 오전 1시간이면 다 되는 걸 아직도 껴안고 있느냐, 그렇게 일처리하면 어떤 일을 또 맡기겠느냐’면서 자신은 프로그램 캠프도 짜야하고, 하반기 교육일정도 만들어야 한다고 해요. 또 지나가던 다른 팀장님은 그 회사업무도 많고, 시아버지 칠순 잔치도 가고 후배딸 돌잔치에 갈 일도 많은데 결혼도 하지 않은 사람이 그런 일들 가지고 푸념이냐 하느냐며 그럴 것 같으면 커피나 타오라고 하는거 있죠. 저는 정말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누군가에게 물어보려고만 하는 거예요. 그냥 ‘이 일 처음 해보는 거라 힘들지?’라든가 그것도 아니면 얼굴이라도 쳐다보면서 ‘무엇이 궁금해?’라고 한 마디만 해주면 좋겠어요. 저는 도와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제 일을 남에게 맡기려고 하는게 아니어요. 어떻게 할 줄 몰라 자문을 구하고 싶은건데 다들 바쁘다고 하시고, 저는 제가 뭘 해야할지 몰라 힘든데 다들 제 업무는 껌이라고 자기들 책상만 보고 있으니 답답해요. 정말 저는 정말 제 이야기를 아주 잠깐이라도 들어주었으면 하는 거 말고는 바라는 게 없거든요.    


A. 그럼요, 당연히 고민입니다. 그리고  가만히 들어드릴게요.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여러모로 많은 신경을 쓰고 계시겠네요. 적응도 해야 하고 업무도 파악해야 하고, 주어진 업무를 잘 수행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감도 있을테구요. 누구든 어떤 일이든 처음 접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있어요. 더구나 신입사원이면 처음 주어진 일에 대한 부담과 잘 하고 싶은 욕심이 상충되다 보면 심적으로 갈등을 겪기 마련입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처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과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건 당연합니다. 그래서 그 마음을 줄이기 위해 그 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선임이나 선배에게 자문을 구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서 일도 배우고 서로의 힘든 과정을 겪은 사람의 위로, 배움에 대한 고마움 등을 느끼면서 관계가 더 돈독해 지구요. 

지금은 처음 해보는 일에 대한 걱정과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나 두려움 보다 제가 보기에는 일하는 게 있어 많이 외로워 보입니다. 따듯한 말 한 마디라도 서로 주고받고 싶은데 바쁜 일상에서 그 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공간 속에 갇혀진 듯한, 그래서 혼자가 된 듯한 마음 때문에 더 누구에게라도 말을 걸고 싶고, 그 말 속에서 위로 받고 싶은 마음이 있을 듯 해요. 그렇죠. ‘내가 이것 때문에 조금 힘들어. 들어줘’라고 말하는데 상대방은 ‘당신이 힘들다고 하는데 내 것은 당신보다 더 힘들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요. 또 ‘그까짓 것으로 힘들다면 나 같이 힘든 사람은 벌써 죽었겠다’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냥 들어만 달라고 하는데도 내가 가진 것과 자신이 가진 것을 비교하며 타인을 비난하고 판단하는 말을 하는 사람들과 있으면 오히려 더 속상하고 괜히 말을 꺼냈나 싶어서 차츰 말하기가 겁나서 말을 줄이게 됩니다. 어느 순간 벽보고 이야기 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안 에르보 글, 그림

<내 얘기를 들어주세요> 그림책을 함께 일어볼까요?

정말 여기 주인공 부르는 고양이를 잃어버려서 슬픈 친구예요. 찾아 달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 사실만을 말하며 슬프다고 말하고 싶을 뿐인 부르입니다. 그래서 주변에 만나는 동물들에게 고양이가 사라졌다고 이야기 하면 만난 동물들은 그것으로 슬퍼하는 부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주인공 부르보다 자기가 더 불행하고, 자신이 더 힘들다고 토로하면서 부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죠. 오히려 더 더 자신의 처지가 힘들고 괴롭고 부르보다 더 힘들다고 하는 말을 하는 주변 동물들을 보다가 점차 움추려 들어 갑니다.

 텅 빈거 같이 힘들어서 마음이 무척이나 추워졌어요. 그 때 개 한 마리가 나타납니다. 왜 그렇게 슬퍼하느냐고 물어도 봐줍니다. 부르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하지만 개는 다시 왜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느냐고 물어 보죠. 슬퍼서 그런다고 하면서도 또 마음이 다칠까봐 부르 자신은 “세상에는 훨씬 더 슬픈 일들이 많아”라고 하면서 마음의 빗장을 열지 않습니다. 그러나 개는 거기서 “그거야 그렇겠지. 그래도 네 고양이에 대해 얘기해 줘”라며 부르의 슬픈 사연을 듣고 싶어 합니다.

그때서야 부르는 고양이에 대해, 왜 슬픈지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개는 바로 곁에서 들어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도, 동물도, 누구에게도...

자신의 어려움, 아픔이 가장 크고 슬픕니다. 어떤 방법을 찾기 전에 자신의 슬픔과 괴로움, 힘든 마음을 들어만 주어도 해결될 때가 있습니다. 뾰족한 해결을 찾기 전에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마음의 추수림이 먼저 겠지요. 추수리기 바로 그 전에 더 필요한 것은

내 마음이 이래~

 라고 자신의 마음 상태를 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마음을 전할 때도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겠어요. ‘말을 할까 말까, 말을 해도 될까 말까’를 수없이 고민하고 말을 하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고 들어주는 것이 가장 필요합니다. 들을 때는 평가해서도 아니 되고, 충고를 하셔도 아니 됩니다. 평가하거나 비난한 건 하지 않고 그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듣고 수용해 주는 것이 가장 먼저 들어주는 마음의 시작입니다.


    

충, 조, 평, 비, 판(충고, 조언, 평가, 비난, 판단)하지 않고 가만히 들어주기!


주인공 부르는 위의 네 가지없이 그냥 자신의 마음을 들어주길 간절히 바랐던 거 아시죠?    

평가,충고, 비난, 판단하지 않고 곁에서 가만히 들어주는 한 사람이 사람을 살립니다.


https://blog.naver.com/7monaco

#어른도읽는그림책 #고그답 #고민에그림책으로답하다 #김은정그림책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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