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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Nov 11. 2019

[고‧그‧답]어른도읽는그림책6- 나에게 소중한 것들

엄마, 저는 아직이에요.

[고‧그‧답]

 = <고민에 그림책으로 답하다> 형식으로 새롭게, 어른도 읽는 그림책에 이어집니다.     

: 엄마, 저는 아직이예요.    


Q. 초등학교에 다니는 4학년 여자에요. 술먹고 운전한 사람 때문에 택시운전사인 아빠는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저는 아직도 아빠가 돌아가신 게 믿어지지 않아요. 6살인 제 남동생은 아직 몰라요. 엄마가 비밀이라니까 비밀이긴한데 동생이 초등학교 들어가면 이야기 할거래요. 그런데요, 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다시 아빠가 나타날 것 같아요. 아빠가 비행기 태워준 것도 여전히 기억나고, 아빠가 사준 닌텐도도 고장나지 않고 잘 가지고 놀아요. 아빠가 사준 운동화가 이제 꼭 맞아요. 아빠가 누워있던 쇼파에 아직 아빠 냄새가 나요. 아빠는 숫자가 나오는 시계를 좋아해요. 엄마는 빨간 빛이 나는 시계가 잠자는데 방해된다고 싫다고 하는데 아빠는 똑딱똑딱 소리나지 않아 좋다고 했고, 밤에 봐도 잘 보이는 시계가 좋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엄마는 그 시계가 마음에 안 든다고 제일 먼저 버렸어요. 쇼파도 아빠가 같은 자리에만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꺼졌고, 낡았다고 쇼파를 버려야 한 대요. 아직 아빠 냄새가 나고 아빠가 보고싶은데 엄마는 아빠가 싫은건가요? 엄마는 자꾸 귀찮다고만 하고, 싫다고만 하고 다 치우려고만 해요. 난 아직 아빠 냄새가 나서 다 좋은데...  

  

A. 우리 친구랑 똑같은 마음을 가진 친구가 있어요.

그림책에 나오는 크리스토퍼 라는 친구인데 그 친구는 남자아이, 성별은 다르지만 저 멀리 하늘나라에 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같은 친구랍니다. 아빠랑 어릴 적 놀았던 추억, 아빠가 사준 물고기, 어항에 넣고 기르던 기억, 아빠가 즐겨 쓰던 초록색 낡은 모자, 아빠가 쉴 때 마다 즐겨 치던 기타와 피아노 등등 크리스토퍼도 매일 아빠의 물건을 만지작 거리면서 아빠를 그리워해요. 똑같죠? 친구가 그림책 주인공과 같은 마음을 먹는 게 신기하지 않나요?

그래요. 사람의 마음은 비슷해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좋아하는 사람이랑 오랜 함께 있고 싶은 마음도 있죠. 그 사람과 추억을 떠올리면 행복하고 더 오래 머물고 싶고 또 그곳으로 여행도 가고 싶지요.

그런데 엄마는 아빠를 보고 싶어 하지 않고 정말 미워해서 그런걸까요? 아빠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너무 사랑하고 옆에 같이 있고 싶은데 현실을 그렇지 않으니까 아빠의 물건들을 볼 때 마다 더 생각나는 게 힘들지도 몰라요. 슬프고 마음 아픈 걸 생각하지 않으려 일부러 일도 더 많이 하고 더 바쁘게 움직여 보지만 그 일이 끝나고 나면 여전이 마음에 올라오는 그리움은 친구처럼, 어쩌면 친구보다 더 많이 엄마가 아빠를 보고 싶어 할 수 있어요. 친구보다 더 오래 아빠랑 함꼐 있었으니까요. 친구보다 더 힘들거예요. 우리 친구도 이렇게 힘들어서 ‘아빠’ 이름만 불러도 눈물이 그렁그렁하고 흐르는데 엄마는 앞에서 울지도 못하고 친구가 잘 때 몰래 울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엄마가 친구 앞에서 울면 친구가, 딸이 더 속상해 하고 아빠를 찾을테니까요.

엄마도 친구의 마음을 모르진 않을거예요. 아직 아빠를 잊고 싶지 않다고 솔직하게 말해 본 적 있나요? 아직은 아빠 냄새가 나는 쇼파가 집에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 해 본 적 있나요? 엄마의 마음은 아빠를 빨리 잊고 싶다기 보다 아빠가 더 그리운 걸 못 참아서 치우려 할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친구는 아직 아빠를 마음에서 떠나보낼 용기가 없다고 엄마께 말해 보세요. 그리고 조금 더 그리워하고, 조금 더 마음에 담아 보고, 그리우면 그립다고, 울고 싶으면 울고 싶다고 하세요. 그리고 눈물이 나면 울고 소리 내어 울어도 보세요. 왜냐하면 아빠니까요.

더 이상 아빠가 친구 곁에 없어도 지금처럼 덜 힘들 때까지 마음에 아빠를 떠나보내지 말고 기다려주세요. 아직 버리지 않은 게 있다면 당분간은 버리지 말아달라고 엄마한테 말씀드리세요. 그리고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이야기 하면서 충분히 엄마랑 이야기 하고 엄마랑 충분히 마음으로 이야기 해보세요. 왜냐하면 아빠니까요.


https://blog.naver.com/7mona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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