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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Nov 21. 2019

[고․그․답]고민에그림책으로답하다 10-가만히들어주었어

[고․그․답]=고민에 그림책으로 답하다는 어른도읽는 그림책의 또 다른 이름으로 연장됩니다. 


고그답10 - <가만히 들어주었어>

Q-1. 초보상담자입니다. 

내담자가 고민을 말하면 경청하면서 판단하지 말고 들어주라고 배웠는데 듣다 보면 자꾸 틀린 점이 들리는 거예요. 말을 듣다가 자르게 되고 제 생각을 이야기 하면서 제 생각을 말하고 있더라구요. 상담이 길게 이어지지 않고 단발성을 끝나 고민입니다. 


Q-2. 제 아들은 엄마인 제가 무슨 말만 하려고하면 “내가 알아서 할게.” 

하면서 말도 꺼내기 전에 단도리 하듯 확 엄마 말을 잘라버리는거 있죠. 고등학교 1학년 밖에 안 되었는데 지가 하면 얼마나 알아서 하겠어요. 제게 물어보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가르쳐주는 게 샗다고 말도 시작을 못하게 해요. 아들 고민을 덜어주겠다는 엄마 마음이 잘 못 된 건가요?


A. 고민이라고 찾아오는 사람, 즉 내담자에게 공감 100. 들어주기만 100%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저도 그래요. 상담관련 공부를 할 때 무조건 인간중심이론부터 배우면서 경청과 공감과 수용으로 내담자를 이해하라고 하는데 말이 쉽지 되지 않았어요. 저도 상담초반에는  그렇게 하려면 신경을 쓰다보면 왠지 저도 모르게 귀도 눈도 가렵고 해야할 뭔가를 하지 않는 것 같아 불안한 적이 많았습니다. 상대방의 고민을 듣다 보면 빨리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시간을 단축시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처럼 올라오게 되거든요. 아무 말도 않고 듣는 것만 하고 상담비를 받는 것도 상담사로서의 역할이 아닌 듯 하면서 사람의 말을 들을 때 의도하지 않게 도우려는 마음에 앞서 참견하게 됩니다. 듣고 생각하고 마음을 전달하는 게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지금도 그래요.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님들의 고민도 천차만별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안을 잘 들여다 보면 비슷비슷한 고민을 합니다. 

그 중에서도 ‘아이가 제 멋대로다’, ‘부모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자기가 다 알아서 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 등등으로 저를 찾아 옵니다. 답답하시죠. 인생의 선배로 험한 세상 조금 더 편하게, 시행착오를 덜 하게 하는 안내자의 역할을하려는, 자녀를 도와주려는 부모 마음은 일도 몰라주고 마치 자기가 다 알아서 잘 큰 것 처럼 말을 할 때는 서운하기도 합니다. 답답하기도 하지요.


그림책 한 권을 소개해 드릴게요.

코리 도어펠드 글, 그림

<가만히 들어주었어>

주변 누구도 테일러의 마음을 읽어주지 못합니다. 다 자기방식으로 해결을 해주려고 하지요. 강요하거나 독촉하지 않습니다. “테일러가 따뜻한 체온을 느낄 때 까지” 조금씩 다가오는 토끼입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앉아만 있어요. 이윽고 그간 닫혔던 테일러가 마음이 열리고 먼저 말을 합니다. “나랑 같이 있어줄래?” 토끼는 테일러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줍니다. 소리지를 때도,  웃을 때도, 생각이 멈춰 있을 때도, 같은 시선으로, 같은 마음으로 놀아주고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내내.. 그러고는 자신의 고민을 스스로 해결해 냅니다. “다시 해 볼래. 지금 당장!”       

자신이 고민이 있을 때 찾는 사람들이 있어요. 부모일 때도 있고, 친구일 때도 있고, 직장동료, 또는 학교 선후배 등등 자신이 편하다고 느끼는 대상에게 고민을 털어 놓고 자문을 구하기도 합니다. 고민의 내용과 정도에 따라 찾는 사람들이 다르다고 해요. 연애에 대한 고민일 때는 연애 코칭을 잘 해 줘서 고민을 그 때 그 때 해결해 주거나, 학교나 회사에서 어려운 점이 있어서 고민이라고 이야기 할 때 맞장구 쳐주고 공감을 해주어서 기분이 한 결 나아지기도 합니다. 상황별로 고민의 내용에 따라 지인들을 찾게 되는데요, 어떤 해결도, 어떤 조언도 필요 없이 무조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만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냥 들어만 달란 말이야”

이런 말 해 보신 적 있으시죠?

조언도, 충고도, 평가도, 판단도, 해결도 아닌 그냥 그 때

 “내가 지금 마음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지 알아?”

라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그 마음 그대로 읽어주시면 됩니다.

 ‘얼마나 힘든지, 지금 얼마나 괴로운지, 그래서 지금 내게 들어만 달라고 하는구나’ 라는 마음으로 말이죠.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방법을 제시하기 보다는 그 때의 마음을 읽어주면서 곁에 머물러주면 그 사람의 감정의 절반은 거들 수 있어요. 물론 아무 대응없이, 아무 생각없이 듣기만 하는 표정이 아니라 그 사람의 감정에 충분히 빠져서 공감받고 있다는 느낌으로 곁에 계셔주세요. 처음에는 어렵지만 차츰 본인의 불안과 상대방의 거절의 이유가 줄어드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 하려는 자신감도 들지요. 테일러 처럼 말이죠. 여러분은 매번은 어렵지만 적어도 몇 번은 토끼가 되어주세요.

#어른도읽는그림책 #고그답 #고민에그림책으로답하다 #김은정그림책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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