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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Dec 19. 2019

[고‧그‧답]고민에그림책으로답하다 16- 터널

[고‧그‧답] 고민에그림책으로답하다 16- 터널    


Q. 저희 애들은 왜 그리 만나기만 하면,

 얼굴만 보면 서로 다투고 으르렁 거리는지 모르겠어요. 연년생이라 그런건지, 제가 큰 애를 자주 혼내고 작은 애 편을 들어주어서 애가 버릇이 없는건지요. 동생이 형을 가볍게 여기고 무시하니까 큰 애는 마음이 여려서 남자애가 아무 말도 못하고 가슴앓이 하는 것을 보면 속도 상하고 가슴도 답답하고 그러네요. 군대 갔다 오면 조금 달라진다는데 그렇다고 빨리 보내고 싶지도 않구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형제였으면 좋겠어요.    


Q. 달라서 좋았고, 좋아서 결혼했는데 살다보니 저희 부부는 달라도 너무 달라요. 

정리정돈 되어 있어야 마음이 편한 남편, 저는 편한 게 좋으니 불편하지 않게 살자는 편이구요, 이성적이고 사리판단이 분명한 남편과 감성적이고 좋은 게 좋다는 저와 많이 다르답니다. 저는 연애할 때 남편이 가진 차분하고 이성적이고 명확하고 단정한 것들이 저와 보완이 될 거라 생각해서 결혼했는데 막상 살다보니 그게 아니에요. 서로 답답해서 미치기 일보직전입니다. 저도 남편도 서로에게 지쳐서 지금은 한 집에서 살기는 하지만 각방을 사용하는 별거생활을 한지 10년도 넘었어요. 가족 행사일 때만 같이 이동하는 것만 빼고는 우리는 거의 남남처럼 지내거든요. 예전처럼, 아니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고 싶은데 남편은 자꾸 더 멀어져 가는 것 같고, 이러다 등 돌려 살까 두렵기도 해요.    

 


A. 사람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것에 대해 다투기도 하고 다르기 때문에 이끌리기도 합니다. 

동물은 외관상 다르면 다른 종족인 줄 착각하여 종족 번식과 신변의 안전을 위하여 더 강하게 어필하려는 털 세우기, 가시 세우기 등을 하며 예민한 행동을 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외모의 다름으로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거나 동족이라고 판단하는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다르다’는 풍겨지는 외모를 말하는 것이 아닌 내면의 다른 모습, 즉 성격이 다름을 이야기 합니다.

    

다르다는 것은 서로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다른 것에 궁금하고 자신이 잘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과 부러움에서 새로운 배움을 경험할 수 있기에 다르다는 것은 새로운 것, 새롭게 알아가는 기회가 되는 것, 경험해 보지 않은 것을 경험할 사람을 만나는 것 등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물론 서로 다르기 때문에 부럽기도 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르다’는 분명 ‘틀리다’와 다릅니다. 그럼에도 대부분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서소를 인정하기 보다 서로 틀리다는 이유를 붙이며 각자의 생각을 내세우다 보면 다투기도 합니다.    


특히 가족에서도 형제나 자매, 남매가 성격으로 다툼이 많아 고민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같은 뱃속으로 낳은 자식인데도 달라도 어쩜 그리 다른지요. 저도 제 여동생과 많이 다릅니다. 오죽하면 친정 어머니가 둘이 반반 섞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다르거든요. 무뚝뚝하지만 어른스럽고 조용한 여동생과 애교많고 상냥하지만 조금 덜 어른스럽고 천진난만한 저의 자매를 생각만 해도 많이 다를 것 같지 않나요? 어렸을 때는 정말 여자끼리인 저희 자매는 얼마나 다투었는지 모릅니다. 저는 싸우다 울음으로 마무리 지으며 져서 억울해 하기도 하구요. 물론 어른이 되어 다투지 않는 건 아니지만 여전히 의견차이가 있을 때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 합니다. 다만 청소년 시절 보다는 감정적 조절이 가능해져서 그리 불편하진 않다는 것입니다. 어떤 일을 해야 할 때 서로의 장단점을 활용하여 이겨내기도 해요.    


남자형제들은 또 자매랑 다른 모습으로 다가가거나 멀리 방관하듯 있다가 큰 일을 겪으면서 서로 가까워지기도 합니다. ‘군대’의 상징은 큽니다. 군대는 같은 심정으로 공간에 오래 머물다 오는 기간을 경험한 경우에는 그럴 가능성이 크지요. 서로 애틋한 마음으로 이해하고 받아주면서 난관을 극복할 때 서로 도움을 주고받습니다. 지금은 조금 더 기다려 주시는 것도 필요해요. 사춘기가 가지는 매력적(?)인 핑계가 두 형제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결혼한 부부들을 보면 결혼한 사연들이 있습니다. 부모님 병환이 깊어 더 늦기 전게 결혼을 서둘러 하신 분들도 계시고, 여러 가지 이유로 떠밀려 결혼하거나 철없이 저지른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혼한 부부도 있지요. 어떤 부부는 연애시절 서로의 다른 점이 좋아도 너무 좋아서 그 모습을 보면서 위로받고 자신의 욕구를 대리만족하면서 좋아 결혼하신 부부들도 있답니다.  

   

부부가 결혼한 이유는 다 다릅니다. 결혼할 때의 좋았던 점이 결혼 이후 싫어서 다툼의 재료가 되는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자석의 N극과 S극이 끌리듯 오히려 서로 다르니까 더 관심이 가고 애정이 쏠리고 합니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서로 보완해주는 역할로 살아가면 훨씬 행복하게 느끼실 수 있을테고, 때로는 같기 때문에 서로 크게 애쓰지 않아도 서로를 알아주는 비슷한 N극과 N+, S극과 S+로 이해를 돋궈주는 성격들로 살아가는 부부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다 다른 이야기들로 펼쳐지고 있고, 다른 이야기에는 다른 상황, 다른 모습, 다른 요소들이 여기저기 들쑥날쑥 나타나기도 합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 돌발 상황들도 발생하지요. 서로가 같기 때문에 덜 다투고, 서로 다르기 때문에 더 다툰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서로 이끌렸던 점들, 서로 보완해서 좋았던 것들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세요. 아주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가까워 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거든요.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앤서니브라운이 쓰고 그린 <터널> 그림책입니다.    

대부분 이 그림책은 형제나 자매의 어려움 극복하기 위핸 추천도서이기도 하지만 저는 부부 상당할 때, 예비 커플 상당할 때도 사용합니다. 다름을 성별로 국한 시킨 책이기는 하지만 성격적으로 다름을 아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거든요.    


운동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오빠,

책보기를 좋아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면서 규칙적인 것을 선호하는 여동생.

성별도 다르지만 성향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러다 보니 매일 다투기 일쑤고 시끄럽다며 엄마한테 점심식사 하기 전까지 쫓겨납니다. 호기심 많은 오빠가 터널을 가자고 앞장을 서고 뒤따라가던 여동생은 무섭지만 같이 동행을 하지요. 터널을 통과해서 주변을 보니 무서움과 낯섬에 공포감 마져 듭니다. 멀리 눈 앞에 오빠는 돌이 되어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진심으로 오빠를 안아주며 눈물을 흘립니다. 아주 잠깐이지만 진심과 믿음은 통하지요. 오빠를 다시 사람으로 만들어준 진심.

다시 집으로 돌아온 남매는 아까와는 다른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맛있는 점심 식사를 합니다.    

어떠세요? 그림책이니까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기 어렵다면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지금의 마음 상태를 점검하는 시간은 필요하다는 건 아시겠지요? 힘들 때 곁에 묵묵히 있어주는 거, 어려울 때 등 돌리지 않는 거, 말이 필요하지 않을 때 마음과 몸으로 행동에 옮기는 것 들이 필요합니다. 머리로만 ‘서로가 다르다’, ‘이해하기 힘들다’로 생각하지 마시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세요. 마음이 움직이는 때가 분명히 있습니다. 나중을 기약하며 기다리기보다, 지금 움직여 보세요. 그리고 믿어주세요. 터널을 통과하듯 마음이 홀가분해집니다. 서로를 위하는 터널은 무엇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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