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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Dec 27. 2019

[어른도읽는그림책살롱]엄마표 사랑

나의 초록 스웨터

추운 겨울이 오면
엄마가 뜨게질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지금은 여든 세 살, 손이 무디어졌다지만
마음은 여전히 나의 어릴 적 엄마다.


엄혜숙 작가님의 <나의 초록 스웨터> 그림책을 올 여름 만났을 때, 마침 책꽃이에 꽃혀있던 신간 그림책 소개를 해주셨다. 그러나 나는 미리 준비해 온 그림책에 싸인도 받아 읽으며 이 겨울을 기다렸다.

친정 엄마는 손재주가 뛰어났다. 부산에서 신혼생활을 하셨다는 엄마는 생계를 위해 삯바느질로 이불에 수를 놓아 팔았고, 작은 꽃이나 모양을 누구보다 예쁘게 수를 놓아서 개인적 주문이 많아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고 한다.

내가 태어나던 해 서울로 이사를 왔고 여전히 바쁘신 엄마는 어릴 적 우리 남매의 스웨터나 조끼를 짜주시며 손재주를 뽐냈다. 나와  여동생은 겉옷 뿐만 아니라 내복도 털실로 짜주실 정도로 대나무 뜨게질, 코뜨게 바느질로 못하는 게 없으셨다. 난 사실 털실로 짜주신 빨간 내복은 따가워서 싫었다. 따갑다고 징징대면 엄마는 추운 겨울 날 면내복 위에 털실로 짠 내복을 입고 또 겉옷으로 바지를 입으라고 하셨지만 둔하고 갑갑하고 뛰어놀기 불편해서 싫었다.  더군다나 매해 ‘같은 빨간 내복’은 더더욱 싫어서 찡찡댔다. 내가 생각한 빨간 내복은 '매해 같은 내복'이었으나  엄마 생각은 달랐다. 빨간 내복이라 하더라도 매해 새로 뜨개질 해서 주는 거니 다른 내복이라고 하셨다.

가을이 되면 장롱에서 털로 짠 스워터나 조끼, 내복들을 꺼내어 일일이 풀 때 오빠랑 나랑 우리 남매들은 손을 항이리 안듯 벌리면서 엄마가 푸는 털실을 이쪽저쪽 팔벌려 옮기면서 실을 받았다. 큰 안방같은 거실 위쪽에 있는 난로. 난로 위엔 커다란 물주전자가 있었고 지금의 가습기 역할을 충분히 했다. 오빠들이 팔벌려 걷은 털실은 주전자 입을 통해 다시 나오면 우와~  그 납짝하고 라면 만큼 보글보글하던 털실이 어느새 털실이 폭신폭신해진다. 너무 신기했다. 어릴 적 나는 오빠들과 엄마가 주전자와 함께 힘합쳐 요술을 부리는 줄 알았다. 나도 해보겠다고 떼를 썼지만 데이면 큰 일 난다고 감는것만 시켜서 입이 뽀로퉁 해지기도 했다.

독수리 오형제라 불리는 우리들을 키우시면서 고생도 많이 하시고 힘드시게 보낸 중년까지의 엄마의 삶...자식들에게 사랑 표현이 서툰 여든 세살의 옛날 시대의 우리 엄마. 그러면서도 자식들에게 애정을 담기 위한 애씀에 스웨테를, 조끼를, 손수 내복까지 떠주시며 사랑을 전달하신 울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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