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행복하면 됐다!” 내일 울 딸의 고등학교 졸업식을 생각하며 떠오르는 그림책이 있다. 배빗 콜 작품의 <따로 따로 행복하게>
낼 울 딸아이 고등학교졸업식이다. 어린이집, 초등학교, 중학교 때 마다 엄마인 나와 이모, 삼춘, 할머니가 오셨는데 내일은 아빠가 오기로 했단다. 딸 아이가 아빠를 초대했다. 난 잘 했따고 했다. 자기가 아빠를 졸업식에 이번에 부르지 않으면 언제 또 부를지 모른다고, 아빠도 자신의 졸업식을 무척이나 보고싶어할거라고.....아빠가 자신의 졸업식에 오라고 했더니 아빠가 무지무지 좋아하며 좋다고 했단다.
전 남편이 내게 문자를 했다. 꽃다발을 사서 가고 싶은데 어떤 꽃다발으르 사야할지 모르겠다고, 한 번도 사보지 않아 이쁜 꽃다발 고르지 못할까봐 그러니 내게 이쁜 꽃다발을 부탁했다. '부탁이다'라는 말을 썼다. 그 마음이 난 울컥했다. 진작에... 정말 18년 전에 듣고 싶었던 말들이었다. 난 그랬다.
울 딸의 마음. 울 딸이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 아빠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 다 느껴지는 요즘. 내겐 전 남편이지만 아이에게는 지금의 아빠니까. 고맙다 내 딸~ 미리 졸업 축하하고 내일 아빠랑 너의 졸업식을 축하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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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드라마를 볼 때 이혼한 부부가 나오는 대목에서는 서로 사랑해서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헐뜯고 자식들 앞에서 상대방을 비난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 주변 이혼한 부부들을 보더라도 대부분 여전히
그런 그런 비난의 대상이 옛 부부, 즉 과거의 전 남편과 전 부인의 몫인냥 시끄럽다. 내가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왜 우리 나라는 이혼하면 부부들과 아이들은 원수처럼 지낼까?'였다.
이혼을 할 때, 벌써 만 18년 전, '내가 만약 이혼하면 난 외국에서 처럼 남편과 친구같이 지내자 했다. 아이를 위해서 남자사람친구처럼, 그냥 좀 잘 아는 사람처럼 지내자'고 결심하며 이혼했다.
사실 처음엔 잘 되지 않았다. 이혼도 간신히 하였기에 더 힘들었지만 이제 막 돌 되는 아이 앞에서 아이 아빠를 원망하고 싶지 않았다. 또 커가는 아이 앞에서 아빠는 비난하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내 남편은 아니지만 아이에게는 아빠니까.
이혼 후 난 무척이나 힘들었다. 먹고 사는 것도 힘들었고 아주 어린 두 살 된 아이랑 함께 사는 것도 힘들었고, 아주 어린 아이를 어린이집에 제일 일찍 보내고 제일 나중에 데리고 오는 것도 마음아팠지만 더 힘들었던 것은, 이혼 전 남편이 내 이름으로 빚을 내어 쓴 것을 갚는게 너무너무 힘들었다.
얼마를 빌렸는지, 어디서 빌려썼는지도 몰랐다가 채무이행통지서를 여기저기서 받았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구경해보지 않은 돈이었고 보지도 못한 돈은 이자에 이자가 붙어 통장거래불능으로 한 동안은 통장을 쓸 수 없었고, 학습지 선생으로 지낼 때 통장에 압류가 올까싶어 들어오자마자 빼어 아이와 생존 하기 위해 버티는 작업들을 했다. 그래도 아이 앞에서 아이의 아빠인 전 남편을 욕하지 않았다. 남편이기 전에 아이에겐 아빠이니까...그리고 언제든 어디서든 부녀지간은 하늘이 준 관계이니까...
울 딸 4살 때 아이 아빠가 아이를 보고 싶다고, 자기 집에서 할아버지할머니 손에 며칠 데리고 있다가 오겠다할 때 울 딸은 그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아빠라는 건 알겠지만 거의 본 적는 아빠에게 유괴당해서 다시는 엄마를 못 볼 것 같은 두려움에 하루를 울었다는 그 날을 기억한다.
울 딸 중학교 1학년? 아마 초등 6학년? 아이가 거실에 있을 때 아이방에서 내가 꺼이꺼이 운 적이 있었다. 남편이 내 이름으로 진 빚을 그 때 다 갚았다. 거의 12년이 걸렸다. 12년 동안 정말이지 쌀 한톨, 동전 하나를 아끼며 억척스럽게 살았다. 그러면서도 남편을 비난하는 소리를 아이에게 하지 않았다가 그 날.... 빚을 다 갚았더 그 날은 얼마나 한이 맺이듯 남편이 원망스럽고 밉던지.... 정말 한 동안 서류들로 눈물을 닦으며 찢으며 울었다.
그런데 아이가 어제 내가 울었던 그 날을 기억한다. 뭣때문에 울었는지는 몰랐지만, 아마도 울었다면 대학원 때문에 울었을거라 생각했는데 아빠가 진 빚을 다 갚아서 울었다는 이야기는 어제 처음 들었단다. 난 그랬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가 지금은 아빠랑 사이가 좋다. 그리고 엄마인 내게 아빠 흉도 본다. 통쾌하고 기분이 좋다. 아이가 어렸을 때, 중학교 때1학년 때 까지만 해도 아이 아빠는 아이랑 가족 여행에 데리고 가고 싶다고 내게 문자로 허락을 구했다. 그러더니 그 이후부터는 아이랑 자연스럽게 톡과 문자하며 전화통화로 고민도 이야기 하며 친하게 지낸다. 조금은 서운했다. 그래도 괜찮다. 난 그랬다.
나도 전 남편이라 가끔 농담도 한다. 딸 아이 진로나 고민에 대해 상의도 한다. 이혼은 했지만, 전 남편이지만 아이 아빠니까. 전 남편과 나도 서로 궁금한 거 물어보고 자기에게 필요한 부분은 상의한다. 내가 사기당할 뻔 했을 때 도와주기도 했으니 다행인 관계이다. 그리고 우리는 따로 따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이것이 무엇보다도 울 딸에게 든든한 자원이다. 내가 이혼하면서 가장 잘 한 것 중 하나가 아이 앞에서 아빠를 비난하거나 욕하거나 사람취급 않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지금의 관계가 된 비결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