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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Feb 04. 2020

따로따로 행복하게 2-20년 만에 가족사진

딸고등학교 졸업식에서 만나는 이혼부부


''사랑스런 딸~♡
졸업을 축하해!!!''

웅장하고 분위기 있으면서 무게감과 촉촉한 감동까지 있는 강당 졸업식을 기대했다. 3년 전 중학교 졸업식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기에.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졸업생들만 각 교실에서 방송 졸업식을 하고, 운동장에 모여 가족이나 친구와 사진 찍는 것으로 조촐하게 대체됐다. 안 하는것 보단 낫지만 마니마니 아쉬운 졸업식이다. 그. 러. 나!!!

여지껏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것들을 한 날이라 의미있는 졸업식이다.

하나. 일찍 출발한 아빠와 만난 딸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란튜율립 꽃다발을 고르고, 난 풍성하고 사진빨 잘 받는 꽃다발을 골랐다. 아이아빠는 딸이 좋아하는 수제 마카롱도 외투 속에서 꺼냈다. 차가울까봐(?)

둘. 학교 앞 까페에서 마주보고 커피도 마셨다. 외장하드 뻑가서 고생한 이야기, 요즘 내가 하는 사업들. 하는 일들을 들으며 놀랜다. 그러면서 아이 예쁘게 구김없이 키워줘서 고맙단다. 나도 고맙다 했다. 하나 밖에 없는 딸에게 언제 어디서든 든든한 아빠로 있어줘서 고맙다고.

셋. 결혼 후, 이혼 후 통틀어 20년 만에 첫 가족사진이 나왔다. 한 컷!
선배언니가 축하해주러 오면서 찍어준 거...

넷. 차로 부녀가 종종 간다는 고깃집에 가서 배부르게 먹고(전 남편이 가위로 고기를 잘라 내 앞접시에 놓아준다. 평소 고기 잘 안 먹을테니 많이 먹으라며)

딸은 부모님이 이혼했지만 서로 안부묻고, 중요한 일에 협력해서 도와주는 아빠엄마가 계셔서 좋단다. 다른 친구들 이혼한 부모님과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 신기하고 그래서 개방적 부모의 자식이라 더 행복하단다. 아빠와 엄마의 딸이라 좋다며 장난치고 활기차게 웃는 모습에 난 흐뭇하다.

결혼은 후회하지만 이혼은 후회하지 않는 지금의 삶이 난 너무 좋다. 딸아이의 졸업식은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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