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메신저를 보니 은행에서 알람이 하나 와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궁금해서 들어가 보니 조만간 저의 적금 중 하나가 만기가 되었음을 안내해주고 있었습니다.
작년 초에 이자율이 괜찮다고 해서 가입한 적금이었는데, 벌써 만기 날짜가 돌아오니 기쁘기도 했고, 무려 1년 동안 꾸준하게 저금한 나 자신에게 고생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었습니다. 빠르게 혹은 짧은 시간 안에 결과를 만드는 것이 '잘하는 것'이라고 주로 이야기 듣는 요즘에 꾸준한 것도 중요하다고 내게 말해주는 알람 같았습니다.
오늘은 짧은 시간에 결과를 내는 것에 익숙했던 제가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나만의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단타를 짧고 굵게 잘했어요.
대학교 시절을 돌이켜보면, 저는 단타에 강한 학생이었어요. 대학에서 정기적으로 보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의 경우 1달~2달 정도 공부하고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어학시험과 회사 인적성 시험도 유형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기출문제로 준비할 경우 단기간에 집중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지요. 공무원 시험 혹은 전문직 시험과 같이 시험 범위가 많고 기본적으로 공부량이 많이 필요로 하는 시험과 달리 제가 준비했던 시험들은 짧고 굵게 준비를 할 수 있었던 시험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단타가 통하지 않는 게 있더라.
신입사원 시절, 회사에서 새로운 업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기존에 제가 가지던 태도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무엇이든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해서 투자하면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는 것에 익숙했던 저는 한 두 달 정도만 일해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이 발생하였고 배워야만 일을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 속도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1~2달 정도면 업무를 어느 정도는 마스터할 줄 예상했는데, 제가 알고 있는 건 업무를 처음 시작했을 때와 별로 차이가 없어 보여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비교하면 더 급해지더라.
저와 같이 입사한 동기가 한 명 있었는데, 그 동기의 경우 대학원 시절 업무와 비슷한 프로젝트를 이미 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저와 비슷한 업무나 과제를 받아도 순식간에 업무를 마무리하는 것은 물론 성과도 조금씩 만들어내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저는 제가 의도한 대로 실력도 늘지 않았었고, 성과도 만들지 못하다 보니 더욱 급해지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음속으로 급했고, 추가적인 발전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무엇이든 적절한 시간이 필요하더라. (서두르지 않아도 됨을 기억하자)
제가 의도한 대로 업무를 진행하지 못하다 보니,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그대로 옆에 동료들에게 전달되고 있었고요. 그런 모습을 보고 있던 우리 팀의 차장님은 커피 한 잔을 저에게 권했고 근처 스타벅스에 가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제가 급해 보이는 게 보였는지 천천히 하나하나씩 만들어가 보자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특히 "사람마다 모두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배우는데 시간이 필요해", "차근차근 배우며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오래 일을 하려면 차근차근 제대로 알아야 해" 같은 문장들이 저에게 강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출처] https://www.unsplash.com
빨리 되는 건 없는 것 같더라
차장님과의 대화를 마치고 혼자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삶에서 생각보다 빨리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없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시절에서 짧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짧은 시험 범위였기 때문에 해당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1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제가 잘해서 짧은 시간에 준비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1달 정도가 해당 공부를 준비하기 위해 적절한 시간이었을 수도 있었던 거지요.
다시 말해 모든 일, 과제, 시험 등은 각각 저마다의 적절한 시간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만난 해당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급하지 않고 차근차근 제대로 채워나가는 게 더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도 함께 했습니다.
차근차근, 그리고 천천히
차근차근, 그리고 천천히는 제가 저도 모르게 급해지려고 할 때 스스로에게 외치는 주문입니다. 우리가 성장을 하면 할수록 조금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과 업무들이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반면에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해진 시간에 얽매여 스스로가 급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제게 주어지는 일과 업무, 공부들을 완료하기 위해 적절한 시간이 있다고 믿고 급하게 진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자 합니다. 물론 시간이 많다고 여유를 부리거나, 게으름을 부리자는 말은 아닙니다.
내게 오는 모든 것에는 그것을 이루기 위해 적절한 시간이 필요함을 인정하고 차근차근 그리고 묵묵하게 내게 오는 것들을 견뎌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