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하늘을 배경으로 헬리콥터의 검은 실루엣이 보였다.
검은 그림자가 커지면 커질수록 거센 바람이 소용돌이쳤고 그 속을 정신없이 헤매는 낙엽이 나의 머리칼을 때렸다. 착륙이 코 앞인데도 공중에서 굼뜨게 움직이는 동체를 보며 꼭 포갠 양 손바닥 안으로 땀이 흥건했다. 문이 어서 빨리 열리기만을 바라며 침만 꼴깍꼴깍 삼켰다. 빠르게 회전하는 프로펠러가 속도를 늦추며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멈춰 섰다.
내부가 하나도 보이지 않아 꽁꽁 닫혀있는 문이 열리기만 기다리며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앞 창으로 우두커니 서있는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조종사는 손을 휘저으며 뒤로 물러서있으라며 경고했다. 만약의 사고와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그들의 철저한 지침이었지만, 오지 못하도록 막는 그 손짓이 애간장을 더욱 타들어가게 했다.
보이지 않는 선을 넘어갈 수 없는 상황에서 발가락만 꼼지락거리며 문이 열리기만을 눈이 빠지도록 바라보고 있었다. 몇 분이 지났을까,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덜컥이며 그 문은 서서히 열렸고 그 틈 사이로 조종사 두 명과 뒷좌석에 타고 있던 자들의 그림자가 보였다.
어디에 있지?
내가 찾던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 같이 온다고 연락을 받았는데 그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걱정과 불안이 더욱 가중되며 심장 박동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왔다. 기도를 타고 나가는 날숨 역시 곳곳을 긁으며 거친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손과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어디.. 에 있어요? 같이 오신다고 했잖아요. 안에.. 있어요?
무겁게 고개 숙인 그들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 일말의 소리마저 다 차단되어 모든 것이 정지된 것 같은 그 느낌은 내 심장을 더욱 짓눌렀다. 발이 떨어지지 않아 온몸을 부르르 떨며 겁에 질린 나를 보며 그제야 결심이 섰는지 그들 중 한 명이 조심스레 입을 떼었다.
... 저... 최수연 씨 보호자분..
왜요. 왜요 우리 수연이가 왜요. 빨리 말씀하세요!!!! 왜요 왜.. 애!!!!!!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며 금방이라도 정신을 놓을 것 같았지만 나는 아이의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죄송한 말씀 먼저 드립니다..
아니야 죄송해하지 마.. 악!!!!!
... 정말 죄송하지만, 최수연 양께서 상태가 위급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려 하였지만 현재 병원 내부 인력 및 병상이 부족한 상황이라 환자 이송이 지연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심정지 상태가 와 CPR 및 내부 응급조치를 취했으나 상태가 좋지 못한 관계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다행히 연락이 닿은 병원에 급히 내려 환자 이송은 하였고 이쪽으로 오던 중 연락을 받았는데..
첫 문장 출처: 가공범 / 히가시노 게이고
"당신이 오늘 읽은 첫 문장은 무엇인가요? 살포시 두고 가시면, 이어가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