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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창환 Dec 13. 2016

시대 역행에 대해...

일상 이야기

밤 12시 넘어 쏘던 걸 이젠 낮에 쏘는 대담함... 물대포 얘기다.


# DAY...


2008년 당시엔 주말마다 집회가 열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평일에도 밤이 되면 사람들이 모였다. 명박산성이 세종로에 펼쳐지고 나서 사람들의 시위가 연일 계속되던 때라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전경과 사람들이 길가에서 서로를 바라보면서 묘한 대치를 하며 밤이 되길 기다리곤 했다.


밤이 되면 시청 앞 광장에서부터 시작해 사람들은 광화문 쪽으로 밀고 올라왔다. 정확히 어느 지점인지는 이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대로 부근에서, 거의 같은 지점에서 경찰 수송버스를 이용한 '벽'이 설치되었고 사람들은 그 앞에서 농성을 하곤 했었다.


그 당시의 집회는 지금과는 좀 달랐다. 밤 10시까지는 연인, 아내, 꼬마들까지 참여하는 촛불 문화제였다. 지금처럼 무대도 있었고 민중가요를 부르는 가수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11시가 넘어가고 날씨가 추워져 사람들이 피로해지면 움직이는 부류가  있었다. 경찰이었다.


# NIGHT...


12시가 되면 방송이 시작된다. 그 빌어먹을 해산 방송이 시작되는데 내용이 참 가관이었다. 지금과 같은 겸허함은 없었다. 강제 해산을 알리는 무서움과 법을 집행하겠다는 차가운 단호함, 그리고 조롱이 있었다. 사람들은 분노했다. 경찰 버스를 두드리고 소리를 지른다. 그러면 골목에서부터 경찰들이 튀어나왔다. 일단 길을 막고 중앙 대로로 사람들을 모은다. 집단으로 모인 사람들은 갇힌 상태에서 흥분의 임계점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내가 며칠 동안 참여했던 시위에서 내 눈으로 보았던 게 하나 있다. 차벽 너머에서 돌이 날아온다. 때로는 큰 너트인지 뭔지도 날아온다. 내 발 앞에 떨어진 적도  있었고 누군가 맞은 적도 있었다. 모든 시작이 그렇지는 않지만 내가 있었던 그날의 시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는 시위의 최전선에 있지는 않았지만 그 지점까지 뭔가가 날아오고 있었다.


화가 났고 그래서 경찰 쪽으로 달려들었다. 전방에서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경찰 버스를 사람들이 두드리고 있었고 일부는 파손되어 있었다. 경찰 버스에 달라붙어 경찰들과 정보를 공유하던 예비역 들은 저쪽에서 '움직임'이 있었다고 말했고 그게 의미하는 건 방패들이 사라지고 진압 측이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었다.


사람들의 외침이 커질수록 방송도 커진다. 심리전의 일환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사람들을 진정시키는 게 아니라 아까의 그 단호함을 더 크게 해서 들려준다. 그 엄청난 사람들의 외침에서도 방송은 또렷하게 들리니까. 시위대 중 누군가가 행동에 나선다. 버스에 기어 올라가기도 하지만 대개 그러면 버스 위에서 대기 중이던 경찰들에게 연행된다. 기자들은 버스 위에서 시위대와 경찰 양 측을 찍는다. 12시가 지나고 나면 시위대 측에서 기자들에게 외치곤 했다. 가지 말라고. 남아서 경찰이 행하는 야만의 밤을 찍어 달라고. 그 당시는 지금처럼 시민 언론이 자리 잡은 게 아니고 KBS, MBC 등의 언론에 기대어야 했었던 때였다. 하지만 시위대가 원했던 공중파로의 방송은 그 밤에 행해지지 않고 사람들은 다음 날 아침이 되어 마디가 끊어진 소식들을 통해 사진으로, 영상 클립으로 순화된 시위의 밤을 볼 수 있었을 뿐이다. 모든 폭력의 증거는 시작과 중간이 잘려나가고 끝만 남았다. 그것이 지금까지 남겨진 바로 폭력 시위의 사진들과 기사들이다.


그렇게 대치 아닌 대치가 시간 단위로 이어지면 지친다. 소리 지르고 힘을 쓰니 당연하지. 그리고 그  예의 물대포가 나온다. 물대포가 아니면 진압팀이 나온다. 난 시위에 참여하는 동안 둘 다 맞이 했었다. 다칠 뻔하기도 했었고 경찰 손에 붙들린 적도 있었다. 모두 다 연행한다는 뉴스도 있지만 인도로 밀어내 그냥 놔주기도 한다. 내가 그랬으니까.


# DAWN...


한번 그렇게 물대포로, 진압팀으로 쭈욱 사람들을 밀어내면 대로는 비워진다. 그렇게 새벽이 지나가고 나면 동녘이 밝아오는 걸 보면서 다시 인도에 서서 철수하려고 장비를 해체하는 경찰과 시위의 피로함을 안고 벽에 기대어 그런 경찰을 바라보는 시위했던 사람의  묘한 대치가 또 있다.


짬밥 좀 되는 경찰과 나이 많은 아저씨가 담뱃불을 서로 권하며 담배 한 대를 피우는데 아무 말이 없다. 그냥 담배만 피울 뿐이다. 아저씨가 먼저 담배를 태우고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경찰은 경찰 버스로, 아저씨는 지하철 역으로... 그렇게 하루가 갔다.


2008년의 밤은 그랬다. 모든 게 지금보다 격했고 충돌도 있었지만 그것은 부끄러운 밤에 이루어졌었다. 지금처럼 낮이 아니라.


시대가 거꾸로 갔다는 걸 난 그래서 잘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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