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14화, 엄마가 사라진 후

by 승연하

소녀의 아버지는 칠 남매 중 넷째 아들이었다.

과거 친할아버지가 노름으로 가산을 탕진해 가세가 기울자, 아버지는 낮에는 돈을 벌고 밤에는 야간 중·고등학교에 다니며 집안과 어린 동생들을 돌보았다. 그러다 결국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아버지는 꾸준히 유도를 하며 몸과 마음을 단련했다.

아버지에게 유도는 고단한 삶을 버티게 하는 유일한 의지처였다.

이후 요리와 영양사 자격증을 취득해 어머니를 만났고, 한때는 큰 식당을 운영할 만큼 자리를 잡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해 집안 형편이 다시 크게 어려워지고 말았다.

이후 아버지는 다시 조선공사의 영양사로 취업해 묵묵히 삶을 이어갔다.

아버지는 집안에서 큰소리 한 번 내지 않는 과묵한 사람이었다.

자식 중 한 명의 생일이면 늘 같은 선물 세 개를 사 올 만큼, 감정 표현은 서툴렀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한 사랑을 주었다.


친할머니에게도 한없이 온순하고 착한 아들이었던 아버지에게,

아내가 온 동네에 빚을 남긴 채 떠났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어머니가 집을 나간 후 친할머니는 소녀의 집에 머물며 아들을 지켜보았다.

충격을 받은 아들이 혹여 다른 마음을 먹을까 봐, 늘 노심초사했다.

그러면서도 할머니는 가장 아끼던 딸인 고모와 마주 앉아 하루 종일 어머니를 향한 원망과 욕설을 쏟아냈고, 소녀는 그 모든 시간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다.

아버지의 형제들까지 사흘이 멀다 하고 모여 대책을 논의하면서, 집안에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그러나 그 소란 한가운데에서,

정작 상처 입은 아이들을 위한 진심 어린 자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세상 일은 한 치 앞을 모른다고 했던가.

소녀의 엄마가 집을 나간 뒤, 아버지의 집안이 꼭 그랬다.

집안에는 마치 저주라도 내린 듯,

비극이 잇따랐다.

친할머니의 둘째 아들이자 소녀의 큰아버지는 마흔을 조금 넘긴 나이에 교통사고로 현장에서 세상을 떠났고,

이어 고모부마저 사고를 당해 반신불구가 되었다.

그 모든 일은, 불과 몇 달 사이에 일어났다.

불행한 일이 생길 때마다, 어른들은 그 모든 것을 소녀의 엄마 탓으로 돌렸다.

집안에 여자가 잘못 들어와서 그렇다고들 했다.


하지만 소녀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큰아버지의 죽음도, 고모부의 사고도 모두 어른들의 일처럼 멀게 느껴졌다.

그저,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는 마음만

점점 더 또렷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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