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2403 첫 번째 이야기
모든 이들이 부러워하는 삶,
모든 이들이 만족하는 삶은..
내가 좋아하는 일로 먹고사는 삶 일 거야.
오늘도 어김없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카페 근무를 마치고 온 나로서도,
아직 그 삶에 도달하진 못했어.
그래서 그 삶을 더 갖고 싶은 마음이야.
난 언제쯤 내가 좋아하는 일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을까?
난 언제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내 직업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 생각을 할 때면..
막.. 조급해져.
빨리 그 삶을 이루고 싶어서.
미치도록 그 삶을 누리고 싶어서.
.
.
휴학을 한 뒤 1년이 지나고
복학을 할 수 있는 시점이 되었을 때..
아빠는 나에게 물어보셨어.
“이젠.. 학교 다시 갈 거지?”
나는, 두렵지만 확실하게
“아니요..”라고 말했어.
되도록 안정적인 직업을 갖길 원하셨던 아빠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욱- 하는 말투로 이렇게 말씀하셨어.
“아니.. 아빠가 1년 동안 기다려줬잖아.
그 1년 동안 넌 뭘 했니? 뭘 얻었니? 뭘 이뤘니?
그래서 지금 얼마 버니? 그런데 또 1년을 기다리라고?”
“뭘 이루진 못했어요..
그런데 저 복학은 안 해요”
아빠는 몇 분의 공백을 가진 후..
말씀하셨어.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하니?”
아빠의 물음을 들은 나는..
두려움과 당황스러움이 동시에 몰려왔어.
나 또한 몇 초의 공백을 갖고 변명하듯 이렇게 말했지.
“글쎄요.. 한 2025년쯤에는
나름대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맞아..
당장의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뱉은 대답이었어.
내가 원하는 그 삶을 사는 게 2025년이 될지, 2030년이 될지,
2035년이 될진 모르겠지만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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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가 조급한 걸까?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삶의 안정을 기다리고 있을
엄마, 아빠, 오빠의 눈빛이 느껴져서..
오늘의 삶이 마음에 안 들어 빨리 지나가게 하고 싶고,
조금이라도 괜찮을 것 같은 내일의 삶을 빨리 오게 하고 싶은 걸까?
매일 글을 쓰며, 하루를 살아가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의 삶을 방해하지 않도록,
마음을 단단히 붙잡자고, 흔들리지 말자고 다짐하거든?
그런데 그게.. 쉽지 않은 일이더라.
결심을 한다고 해서,
그 순간부터 나의 태도와 마음이 완전히 달라지는 건 아니었어.
그 결심과 각오와 다짐이 나의 삶이 되도록
매일의 순간 속에서도 반복하고 연습해야 했지.
난.. 더 많이 반복하고 연습해야 해.
결심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그 결심에 따른 시간이 필요하기에 더 어려운 반복과 연습이지만
그럼에도 나의 삶을 그 누구의 소유로 내버려두지 않기 위해..
그 어려운 반복과 연습을 기꺼이 하려 해.
삶의 주도권을 가졌다는 것의 대가이니까.
.
.
좋아하는 일은, 언제 돈이 될까?
글쎄.. 모르겠어.
다만, 이런 불안과 조급함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기한을 정할수록..
그 기한은 더 멀어진다는 거야.
아빠에겐 2025년 즈음이라 선언해놓았지만..
적어도 나 자신에게는, 그 어떤 시기를 말해두지 않고
그저 오늘의 시간을 너로서 아름답게 채워보라고 말해주고 싶어.
그저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시간을 믿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
시간을 믿는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더라.
시간을 믿지 않아서
집에 틀어박혀 있었고,
시간을 믿지 않아서
오늘의 작은 사건에 휩싸였고,
시간을 믿지 않아서
거울 속의 누군가가 참 미워 보였으니까.
사실 모든 비밀은,
시간으로 들통나게 되어있잖아.
누군가의 됨됨이를 판단할 때도,
시간을 두면 자연스럽게 보이게 되었고..
특정 브랜드의 가치를 볼 때도,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보단, 얼마나 오래 인기가 유지되는지에 따라
그 가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고..
그 유튜버가 찐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구분할 때도
어떤 한 영상이 100만 조회수가 나온 유튜버보단
올라오는 영상마다 30만 조회수를 가뿐히 넘기는 유튜버로
찐을 판별할 수 있었지.
내가 아닌 그 무언가는 시간을 두고 판단하면서,
정작 왜.. 나 자신에게는 시간을 주지 않는 걸까?
.
.
시간을 믿는다는 것은 곧..
나를 믿는다는 것이었고,
나를 믿는다는 것은
시간을 믿는다는 것이었어.
어느 정도 살을 빼고 싶은 나는,
나와 시간을 믿지 못해
몇 년째 몸무게가 그대로야..
아니 오히려.. 더 쪘지..
나와 시간을 못 믿으니,
지금 먹고 있는 하나하나의 음식이
내일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믿지 않았어.
그래서...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살고 싶은 대로 살았지.
그러나 만일,
나와 시간을 믿었다면?
나는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이 음식의 힘을 믿었을 거야.
나는 오늘 아침 내가 일어나는 시간의 힘을 믿었을 거야.
나는 이른 아침에 어른들과 배드민턴 하는 것의 힘을 믿었을 거야.
그리고 그 작은 믿음과 믿음이 쌓여..
내가 원하는 그 건강한 체중에 가까워져 가고 있을 거야..
아빠가 왜 이번 한 해의 목표를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체중관리 하나만을 두고 살아가라고 하셨는지..
어느 정도 알겠더라고.
목표로 하는 몸무게로 다가가는 것과
목표로 하는 꿈에 다가가는 것의 공통점은
나와 시간을 믿는 거였으니까.
.
.
오늘 나는,
나를 믿었을까?
오늘 나는,
시간을 믿었을까?
그리하여..
오늘을 살아갔을까?
조금은 어렵고 서툴지만,
그래도 나.. 시간을 믿어보려고.
시간이 있음으로써 내가 있고,
내가 있음으로써 시간이 있는 거니까.
시간과 나를 조화롭게 믿어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