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허들을 넘어
어른이 되고 싶어서

ver.2403 두 번째 이야기

by 마차

몇 십 분 전,

같이 배드민턴 치며 친해진 이모 분께 전화가 왔어.


그 이모랑 나랑 같이 배드민턴을 치곤했던 어떤 분이,

나를 잘 챙겨주는 그 이모를 보고

“저 사람이 새로 온 아가씨에게 잘해준 이유는

자기 아들이 있어서인 것 같아..”

라고 친한 언니에게 말을 한 걸

그 이모가 전해 들었다는 거야.

그래서 함부로 누구에게 잘해주는 거 아니라면서..

세상 모든 사람들은 서로를 시기하고 질투한다면서

억울해 하시는 듯했어.


나는 그 이모에게 이런저런 많은 챙김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챙김 받은 당사자인 나는 다 알 수 있잖아.

그 의도가 선한지, 그렇지 않은지.

그런 감각을 꽤나 예민하게 느끼는 나로서도

그 이모가 나를 그저 딸처럼, 손녀처럼 생각하시며

챙겨주신다고 느껴졌거든.


당사자인 나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게 생각하고, 감사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챙겨주는 그 이모는 누군가에게 베풀면서 욕을 듣는 이 상황이

얼마나 억울하겠어..


이제 다시는 누구 앞에서 함부로 챙겨주면 안 되겠다고..

날카로운 눈빛을 숨기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경계해야겠다며

세상에게 큰 상처를 받아 한없이 작아지고 있는 이모였어.

평소에, 혹여나 어른에게 실수할까 봐 말수가 적었던 나는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확실하게 말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더라.


“이모.. 이건 이모의 잘못이 아니에요.

누군가에게 잘해주는 행동을 왜 숨어서 해야 돼요?

이건 정말.. 이모의 잘못이 아니니까.

눈치 보지 말고, 숨지 말고 우리 하던 대로 하면 돼요.”


나의 말을 들은 이모는,

다행히 평온을 찾은 듯했어.

가벼운 인사를 마지막으로 이모와의 대화는 마무리되었지.


나보다 나이대가 훨씬 높은

이 배드민턴 동호회를 들어오고 나서

나이라는 공통점이 없어 분위기가 조금은 어색했지만,

그럼에도 그 어른들을 보며 느끼는 것들이 참 많아.


방금 통화를 하면서도..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른이 되었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동시에, ‘나는 어떤 어른일까? 좋은 어른일까?’라는 질문을

나에게 던져보게 되기도 해. 또..

‘어른이니 뭐니를 판단하는 내가.. 어른이 아니라는 증거일까?’

라는 생각도 들고..


이런저런 생각들이 휘몰아치지만,

그럼에도 확실하게 지속될 것 같은 생각은..

‘누군가의 베풂을 깎아내리고,

주눅 들게 만드는 어른은 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야.


나는 오늘 의도치 않게,

누군가의 베풂이 깎아내려지는 현상을 보게 되었고..

그리하여 그 누군가가 주눅 들게 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바라보게 되었어.


그리고 다행히도, 그 순간엔 용기가 생겨

작아지지 않아도 된다는, 숨지 않아도 된다는 한마디를

던질 수 있었지.


사실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을 수도 있겠다.

어느 시점이 될진 모르겠지만

그 누군가가 나를 ‘억까(억지로 까다)’할 때..

나에 대해 뭣도 모르면서 그냥 욕하기 바쁠 때..

그때, 작아지는 나를 향해 누군가 그 한마디를 해주면 좋겠어서,

오늘 내가 그 한마디를 세상에 미리 던져놓았을 수도 있겠다.

* 억까: 대상을 비판, 비난하는 이유가 말도 안 되게 억지스러울 때 사용한다.

.

.


어른이 되어도 어른이 되기 힘든,

오늘의 세상과 그 세상에서 벌어진 작은 상황을 직접 듣고 나니..

자연스레 생각이 깊어지게 되었어.


어른의 태도를 가지고 계셨던 분도,

고양이의 작은 스크래치로

그 어른의 태도에 의심을 갖게 되니 말이야..


나는, 고양이가 나를 할퀴었을 때

그 상처가 얕든지 깊든지..

어른의 태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하여 어른의 태도를 지속하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어른이 되고 싶은 사람들은 어른이 되기까지

수많은 어른이 아닌 사람들을 경험해야 하는 관문이 있어서..

어른의 태도를 의심해 보는 시간과

어른의 태도에 확신을 갖는 시간의 반복과 연속이었어.

뭐.. 어른이 뭔지조차 정확히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어제보다 넓은 마음을 품고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어서,

그래도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의 바다로 뛰어들고 싶어서,

그래도 오늘 밤과 내일 밤에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고 싶어서..

어른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어른이 되고 싶나 봐.


어른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

너도 그렇지?

어른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어른이 되고 싶어서

우린 이렇게 대화하며 또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잖아.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는 어른이라는 질문에,

또 하나의 물음표를 그리면서..

어른에 조금 더 가까워진 듯한 마음을 품게 되는

어른이 아닌 듯 어른인 우리 모두의 어엿함을 향해..

꽤나 오래 지속되는 박수를 보낼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좋아하는 일이, 돈이 되게 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