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디딤돌이자 걸림돌이지 않을까?

ver.2403 세 번째 이야기

by 마차

너에게 사랑은 뭐야?

사랑이라는 단순한 이 단어는..

아직까지 명확한 뜻을 가지고 있지 않아.

그저 각자만의 해석이 다를 뿐이지..


어떤 영화에선 사랑이란

이뤄지지 않은 무언가라 말하고 있고,

어떤 노래에선 사랑이란

보고 싶어도 또 보고 싶은 무언가라 말하고 있고,

어떤 책에선 사랑이란

기다려주는 것이라 말하고 있더라.


한 사람에 있어서도,

시기에 따라.. 겪어본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사랑의 의미는 달라질 거야.


나 역시 그중 한 사람이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나와 너라서,

그 언젠가는 다른 의미로 대체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나에게 사랑이란?

‘디딤돌이자 걸림돌’이라 의미하고 싶어.

.

.


사실, 이 의미를 갖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

한.. 일주일 전이었을까.

막 잠에 들려고 했을 때 갑자기..

너무나도 남자친구가 사무치도록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

지금 내 옆에 있어줬으면 했고, 더 나아가..

매일 옆에 붙어있었으면 하는 욕심이 들었지.


남자친구는 얼마 전, 대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해서

우리 집이랑 버스로 30분 정도밖에 안 걸리는 거리라,

사실 마음만 먹으면 매일 볼 수 있는 거리야.


그러나 각자의 삶도 있고, 해야 할 일도 있으니

서로 가까운 곳에 살아도 일주일에 한번,

많아도 일주일에 두 번을 만나고 있지.


매주 만나지만, 매일 보고 싶은 나의 마음에선

남자친구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아주 총알같이 지나가서..

남자친구와 만나지 않는 날을 제외하면

그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과 그리움의 마음을,

매일, 매 순간 가지고 있게 돼.


업무를 하면서도 문득,

산책을 하면서도 문득,

지나가는 커플을 보면서도 문득,

꽤 괜찮은 하루를 보낸 것 같은 밤에도 문득..


아니 어쩌면, 남자친구와 만나고 있는 그 시간 동안에도

‘아.. 이제 곧 헤어지는 시간이네..

나는 또 얼마나 이 시간이 그리워질까?’하는 생각에

지금 이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면서도, 동시에

그리움이 벌써부터 밀려들어오는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었어.


매시간, 그의 생각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

로맨틱하게 보이지만.. 막상 당사자인 나는?

때론 미칠 것 같거든..


‘해야 할 일이 이렇게나 많이 있고..

하고 싶은 것도 저렇게나 많이 있는데..

난 왜 매 순간 남자친구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아니.. 너무 지나친 거 아닌가?

남자친구라는 존재가, 디딤돌이 되어주긴 하는데..

왜 어느 순간엔 나의 삶을 철저하게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어버리는 거야..?


아니.. 어쩔 땐 디딤돌보다 걸림돌의 역할을

더 많이 수행하고 있는 존재잖아..? 하.. 뭐냐 이거....’

라는 생각에 혼란스러울 때가 있어.

.

.


일상생활에서부터, 집중력이 필요한 순간까지

남자친구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는 나의 고민을..

사촌이자, 친구인 소영이에게 털어놓았어.


이 고민을 들은 소영이는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었지.

“그건 당연한 거 아니야..?

매 순간 생각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말할 수 있을까?

모든 순간에 생각나지 않는걸..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매 순간 그립고, 보고 싶어서 미치겠는 그 마음을

잠재우려 하지 마..”


소영이가 가볍게 던져준 이 한마디에 나는..

사랑의 혼란스러움을 어느 정도 정돈하고,

사랑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어.


이때까지 난, 사랑은..

디딤돌의 역할만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사랑’이라는 단어에서부터..

무조건적으로 나에게 긍정적인 무언가를 줄 것만 같은,

불순한 것은 한 톨이라도 주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잖아.

그러나,

그게 아니었더라.

디딤돌이 되어주는 만큼 걸림돌이 되어주어야..

사랑으로 지속될 수 있는 거였어.


디딤돌의 역할만 한다는 것은?

세상의 이치와 자연의 순리에 어긋나는 일이었어.


내가 하고 있는 또 다른 고민,

가족들이 나의 꿈을 응원해 주지 않는다는 그 고민..

나는 왜 이게 고민일까?

우리 가족을 너무 사랑하니까 고민인 거야.

우리 가족의 이야기와 의견도 수용하고,

그들의 만족도도 채워주고 싶은데..

나의 꿈은 그들의 만족도를 채워주기 어려운 꿈이니까.


만일 우리 가족이,

그동안 나에게 디딤돌 역할을 해주지 않았다면?

이런 고민은 하지도 않았을 거야.

가족이 없으니 외롭겠지만.. 내 마음대로 살았겠지.

.

.


사랑이라는 것은,

빛나는 순간만을 보여주는 줄 알았는데..

사실 사랑이라는 것은,

빛나는 순간과 어두운 순간을

적절히 보여주고 있는 거더라.


이걸 잘 몰랐을 때에는,

어두운 순간이 조금이라도 찾아오면 기겁했어.

‘어..? 아니 어두워질 때가 아닌데.,?

빛나기만 해야 하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 있다면,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꼭 찾아오는

바람과 갈등과 분노와 서운함과 질투, 그리고 허무함을

최대한 경계하고, 또 경계했어.

내가 있는 쪽으로 절대 다가오지 못하도록.

접근조차 못하도록.


그런데 그게 되나?

물을 피해 우산을 쓰고, 우비를 입고,

물웅덩이를 멀찍이 하며 돌고 돌아 겨우 집에 도착해

드디어 우비를 벗는데.. 비가 아닐 뿐, 땀이라는 물로 온몸이 젖어있는

어이없는 나를 발견하듯이,


언제나 훅-치고 들어오는 삶을 대비한다는 것이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는,

거대한 삶의 현장에서 우린.. 한없이 작았고,

그리하여 삶이 준 모든 것을 그냥 그냥..

아무 말 없이 대들지 않고 받아들여야 했어.

어쩔 땐, 애쓰며 대비한 게 억울해서 더 분하기도 했으니까.

.

.


어쨌든 난.. 요즘의 삶이 던져준 시간의 연속으로

지금 흘러가고 있는 이 시기엔, 사랑을

‘디딤돌이자 걸림돌’이라 의미하고 있어.


때론 디딤돌의 역할에 취해

나 자신을 돌보지 않고 희생하며 살아가기도 하고,

때론 걸림돌의 역할에만 충실하여

상대방에게 여운이 진한 상처를 남기기도 하고,

때론 디딤돌과 걸림돌이 적절히 섞여

그 어떤 잔향도 남아있지 않은 무향의 평온함을 느끼기도 해.


그리고..

디딤돌의 역할에 치우쳐 있는 것도,

걸림돌의 역할에 치우쳐 있는 것도,

디딤돌과 걸림돌의 역할을 적절히 하고 있는 것도

모두 사랑의 일부이자, 형태겠지.


오늘 나는 디딤돌이 될래.

오늘 나는 걸림돌이 될래.

오늘 나는 디딤돌과 걸림돌의 그 사이가 될래.

이 세 문장의 반복과 연속과 뒤틀림이 있다가


마침내,

오늘 나는 아무것도 되지 않을래.

하는 그 순간이 찾아왔을 때,

그때 우린 (마침내, 벌써, 드디어, 아쉽게도, 이제야, 불행히도)

사랑하지 않을 결심을 했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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