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2403 다섯 번째 이야기
최근에, 보기 시작한 유튜버가 있어.
‘대라대라’라는 채널인데..
자기계발 채널은 아니고,
그저.. ‘이대라’라는 사람의 솔직한 모든 것을 담은 브이로그이지.
그래서 이 브이로그는 다소 자극적이야.
욕을 서슴없이 하고, 수위가 높은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으시거든.
이 분의 영상을 정주행하다시피 보고 있을 무렵,
괜히 궁금하더라?
‘나 왜 이 사람 좋아하지? 나 왜 이 영상 좋아하지?
평소에 욕도, 음담패설도 안 하는 내가..
왜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면서, 오히려 좋아하고 있는 거야?’
영상 속 이대라와 구독자인 차신영은,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둘이었어.
처음 이분의 영상을 볼 때부터,
‘아.. 이 사람 뭔가 나랑 많이 다르다..!’하는,
묘하고도 확실한 이질감이 들었거든.
공통점이라곤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 사람에게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고, 어떻게 구독 버튼을 눌렀고,
어떻게 찐팬이 됐는지.. 사실 아직까지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어.
그렇지만 그 이유를 어림잡아 유추해 볼 순 있었어.
‘나랑 완전히 달라서.. 더 끌린 건가?’라는 유추였지.
어쩌면 나는,
그 사람과 내가 전혀 다른 성향임을 알아차리고,
다가간 걸지도 몰라.
공통점을 찾아보기 힘든 사람이지만,
그래서 더더욱 친해지고 싶은,
그래서 더더욱 이 사람과 이야기해 보고 싶은..
그런 마음에서랄까?
‘나와 전혀 다른 이 사람을 좋아하고, 존중하고 있구나..’
라는 걸 알아차렸을 때,
나는 나에게 멋있다고 말해주고 싶었어.
예전 같았으면.. 나와 다른 누군가를 보고,
‘아니.. 왜 이렇게 말해?’,
‘으.. 나랑 진짜 안 맞는 사람이다..’
이런 반응을 보였을 수도 있거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우월한 사람, 뭔가 좀 아는 사람으로 여기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열등한 사람, 뭔가 좀 부족한 사람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지.
그리고 사실,
아직도 그 생각과 무의식이 완전히 뽑혀지진 않았어.
그래서 나도 나에게 실수를 범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이상한 프레임을 씌우며 혼자 오해하기도 하지.
이렇게 오늘도 많이 부족했던 나이지만,
나와 성향이 많이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고, 존중하는 나를 보며..
‘그동안 나와 누군가를 갈라치기 했던 그 뚜렷했던 선들을
조금씩 옅게 옅게.. 만들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묘한 뿌듯한 마음이 들었어.
.
.
나는,
나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아낌없는 사랑과 존중을 주고 싶어.
나와 비슷하든 나와 다르든
어김없이 친해지고 아낌없이 주고 싶어.
난.. 그런 어른일까?
내 생의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짧아서
이 세상 모든 이들에게 공평한 관심을 줄 순 없지만,
그래서 당연히 편애가 되겠지만,
그럼에도 우연히, 또는 우연하지 않게 만난
모든 이들과 친해지며
나의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길.
그런 어른이 될 수 있길.
.
.
나와 비슷하든, 나와 다르든
그 누군가를 품어줄 수 있는 마음,
그 누군가와 어울릴 수 있는 마음은
사실, 내가 받고 싶은 마음이었을지도 몰라.
“엄마, 나 맘에 안 들죠?
근데 나.. 지금 이 삶이 행복해요..
그냥.. 품어주면 안 될까요?”
“아빠, 나 이해 안 되죠?
근데 나.. 그래도 지금의 삶을
아직은 지속하고 싶어요..
나랑 아무렇지 않게 놀아주면 안 될까요?”
나와 다른 그 누군가를 품어주고 싶은 마음,
나와 다른 그 누군가와 어울리고 싶은 마음은
사실, 내 이기적인 마음이었을 수도 있겠다.
그 마음을 받고 싶어서,
내가 먼저 그 마음을 품어야겠다는..
작은 이기심이 깃든 마음이었을 수도 있겠네.
그런 의미에서.. 난,
그 마음을 배울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엄마와 아빠에게 고마움을 가질 수밖에 없었어.
부모님을 향한 큰 사랑 속에
작은 원망들과 작은 미움, 억울함, 분함, 답답함이 뒤엉켜있었지만,
이젠 그 원망과 미움과 여러 가지 검은 마음들보다
고마움이 켜져야 한다는 신호인 듯했어.
그 원망과 미움과 여러 가지 검은 마음들이 없었다면?
내가 이제야 배우게 된 그 마음도 없었을 테니까.
참 아이러니해.
나를 품어주지 않는 부모님에게 상처를 받고..
그리하여, 나를 품어줬으면 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그리하여, 내가 먼저 누군가를 품어줘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고..
그리하여, 그 마음을 갖도록 해준 원천인 부모님에게
고마움을 갖게 되니 말이야.
그래서 우린,
상처를 받으며 사랑을 배우는 걸까?
상처를 받지 않고 사랑은 배울 순 없는 걸까?
아니면, 상처를 사랑으로 여겨야 하는 걸까?
.
.
여느 달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모르겠어.
아마, 어느 정도 경험 꽤나 했다는
어떤 나이의 어떤 달에도 난 여전히
이 모든 것들을 모르겠다는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겠지?
어쨌든 난,
이기적인 마음이 깃든 그 마음을 품으려 해.
나와 다른 그 누군가를 품어줄 수 있는 마음,
나와 다른 그 누군가와 어울릴 수 있는 마음을 품으려 해.
나도, 너도, 우리도
품어지고, 품고, 또 품어지고 싶어서.
그리하여 너에게 말하고 싶어.
비슷하면 비슷한 대로, 다르면 다른 대로
너를 좋아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