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야구에 빠져있다고 했잖아?
그래서 야구 없는 월요일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날엔
야구를 항상 챙겨 보고 있는데,
일요일인 어제는,
카페 근무시간이랑 야구 경기 시간이랑 겹쳐서
쉬는 시간에 잠깐 보고,
그 이후에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 수 없었어.
사실.. 쉬는 시간에 잠깐 볼 때,
내가 응원하는 팀이 3점 뒤지고 있는 상황이었고,
그때가 4회쯤 이어서..
‘오늘도 질 가능성이 크겠다..’ 싶었어.
심지어 최근 3일 동안 지고, 지고, 또 지는..
3연패를 하고 있던 터라, 더더욱 기대감이 사라졌지.
그런데, 퇴근을 할 때쯤,
남자친구한테서 톡이 오더라.
‘백투백 홈런으로 우리 역전했어’
(* 백투백 홈런: 홈런을 친 타자 바로 다음에 타자가 연속 홈런을 치는 경우)
헐....???
집에 도착하자마자, 저녁을 먹으면서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봤어.
그런데 이게 웬걸..
원래 우리 팀이 0점, 상대팀이 3점인 상태를 7회까지 이어오다가,
8회 초에 최원준 선수의 투 런 홈런으로 2:3이 되었고,
9회 초에 김선빈 선수의 홈런으로 3:3 동점,
그리고 그다음 타자인 변우혁 선수의 홈런으로 4:3 역전..까지 되고,
(* 투 런 홈런: 야구에서, 주자가 한 명 있는 상황에서 타자가 친 홈런)
9회 말의 상대팀 공격을 잘 막아서 결국..
최종 스코어 4:3으로 우리 팀이 이기게 된 거였어.
근데.. 더 기가 막힌 게 뭔 줄 알아..?
동점 홈런을 만든 김선빈 선수가 타석에 들어올 때 이미
9회 초 ‘2아웃’ 상태였다는 거야.
단 3개의 아웃카운트 중에서, 2개는 날아가 버렸고..
나머지 딱 하나의 아웃카운트가 남은 상태에서 김선빈 선수는
타석에 들어와서 포기하지 않고,
투수의 공을 끝까지 보며 제대로 된 스윙을 하기 위해 몰입했고,
그 결과.. 이길 가능성보다 질 가능성이 훨씬 컸던 이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주었어.
아마,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도,
그리고 그 경기를 끝까지 지켜보고 있던 팬들도
기대보단 포기에 가까운 마음이었을 거야.
(* 더그아웃: 다른 선수들이 경기를 지켜볼 수 있는 곳)
그러나.. 상상만으로 잠시나마 그려보았던 행복회로가
실제 내 눈앞에 나타난 거지..
1회 공격 때도 안 됐고, 2회 공격 때도 안 됐고,
3회.. 4회... 5회.... 6회..... 7회...... 8회.......에도 안 됐는데,
마침내 9회에 이 경기 중 처음으로 상대팀을 넘어서서 역전했을 때,
그때의 희열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
.
몰입과 행운과 타이밍 덕분에 승리를 거둔 어제의 경기가
왜 이렇게 여운이 깊게 남을까..
그건 아마, 우리의 인생에서도
어느 시기가 되었든, 어느 상황이 되었든, 누구와 함께하든,
심지어 거의 질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해도,
그럼에도 결과는 아직 모른다는 희망의 힌트를 발견했기 때문일 거야.
어떤 무거운 물방울들이 우리 마음속에 꽉 들어찼는지
명확히 알기 힘든 순간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럴 땐 장마의 우렁찬 비와 빗소리를 빌려
엉키게 뭉쳐있던 그 물방울들을 어딘지 모를 거대한 바다로 흘려보내자.
그리고 우리의 때가 되었을 때, 9회 2아웃 상태이더라도
최선을 다해 몰입하며, 있는 힘껏 믿어보며
우리의 빛나는 삶을 살아가 보자.
[MACHA ver.2407]
「03. 장마의 묘미는..
우렁찬 빗소리 아니겠어?」 중에서
* 오늘의 플레이리스트인,
[‘2점 뒤지고 있는 9회 2아웃’의 척박한 상황에서,
그럼에도 몰입하는.. 그런 삶을 살아보자]는
아래의 링크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