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활 타오르는 불 위에 있는 냄비 속처럼,
후끈거리는 여름이라는 시기는..
참 피하고 싶은 계절 중 하나이다.
오죽하면 더위를 피한다는 뜻의
‘피서’라는 단어가 있을까 싶다.
그러나 매년 찾아오는 뜨거운 여름 덕분에
오래도록 식지 않을 여름의 뜨거운 추억들이
떠오르곤 한다.
한때 친했던 친구들과 계곡에 가서
물놀이로 더위를 식히고
잘 익은 수박과 살짝 덜 익어 쫄깃한 라면으로
요기를 달랬던 어느 여름날의 추억,
아빠와 여름 산책을 나갈 때 항상 걷곤 했던,
빽빽하지만 나름의 균형이 있었던
나무들 사이의 어느 길에서 매미가 되기 직전의
딱딱한 껍질을 가지고 있는 매미 유충을
한발 내디딜 때마다 발견하고,
징그럽지만 계속 보게 되는 그 유충을
매 걸음마다 관찰하며 아빠와 발걸음을 맞추었던
어느 여름날의 추억,
드디어 하복 교복을 입는다며
모든 친구들이 해방감을 토해냈던 어느 여름날의 추억,
그리고 이 모든 여름날을 추억하고 있는
지금의 여름날까지..
.
.
모든 여름날은,
그 자체로 희귀했고, 아름다웠고, 유일했다.
그리하여 여름의 한 가운데에 있는 오늘의 여름날 또한
희귀하게, 아름답게, 유일하게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