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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Jul 28. 2022

게 눈 감추듯 사라진

열정에 관하여

한동안 나는 여러 가지 취미뿐 아니라 주어진 자격들에 기뻐하며 최선을 다해왔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었기에 

기회들만으로 만족하며 마냥 행복할 줄 알았던 시기도 딱 한 달이었다.

점차 결과와 성과가 쌓이지 않는 상황에 스트레스받기 시작했다.


도전하며 열심히 땀 흘리고 노력하는 나 자신이 좋았다.

과정 중에 실패하더라도 다시금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가다듬는 내가 멋지고 자랑스러웠다.


응원해주는 이들의 목소리에 중독되기도 하고,

그야말로 자아도취의 시기가 지속되는 시기였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내가 '잘'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열심히'하는 것을 넘어 서야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이면에 존재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있었다.

그 작은 불씨는 어느덧 내부에서부터 번져 나를 삼키는 화마가 되었다.


이 불길을 알아 차린 순간부터는 잠시 잠깐의 마음을 가다듬는 것 만으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나약한 사람'인 것이 싫어 불길을 애써 감춰보려고 해도 나의 지침을 알아차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를 몰아세워 다그치곤 했다.




그렇게 하루를 '살아내는' 일상을 지속하다 결국 1년 만에 공황발작이 찾아왔다.

약을 줄이며 건강도 되찾아갈 거라는 믿음에 반하는 순간이었다.


한동안 억지로 찾지 않았던 필요시 약을 먹고 나서야 깊은 밤을 지날 수 있었고, 아침이 찾아왔다. 

밤새 끙끙거리며 몸에 힘을 준 탓에 근육통에 시달리는 아침이었지만 나는 조금 개운해졌다.


터질 것이 터져버리고 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마음이 마치 풍선 같아진 기분이었다.

담을 수 있는 만큼 담아 넣다가 결국 '펑'하고 터져버린 것이다.




여전히 나를 둘러싼 스트레스와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하루를 살아내고 있고 

여전히 걱정하지 않아도 될 부분들을 걱정하며 지내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게 눈 감추듯 종적을 감춰버린 열정에 마음 쏟지 않기로 했다.

억지로 꺼낼 수도 만들어 낼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저 가만히 이 자리에 머무르며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나를 지키며, 괜찮다고 다독여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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