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카드를 받았다.
큰애한테 받은 카드를 읽다가 두 문장이 뭉클했다.
'계속 안아줘서 고마워요'
(아침에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인사하는 큰애와 포옹하는 우리의 루틴이 좋은가봄)
'엄마 박사 공부하는 거 나쁘게 말해서 미안해요'
(엄마가 공부해서 싫다고 불평불만을 표현했던 것이 내심 미안했나봄)
작은애는 학교에서 만들어온 공식적인 카드 외에 하나를 더 만들었다.
카드를 열면 카네이션이 튀어나오는 핸드메이드카드다.
두고두고 보고 싶어서 벽에 붙여놨다.
카드를 받은 날,
작은애가 나에게 퀴즈를 냈다.
"엄마, 내가 어버이날 카드에 안 적는 말이 뭔지 아세요?"
"정답은 낳아줘서 고맙다는 말이에요"
나도 안다.
작은애는 끄적이기를 시작했을 때부터
막대사람처럼 그린 엄마 옆에 10개가 넘는 하트를 그려도
'낳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여태껏 쓴 적이 없다.
언니가 카드에 '낳아줘서 고맙다'고 적을 때도 물끄러미 보기만 할 뿐 따라 쓰지 않았다.
(실수로 적을 법도 한데 한 번도 안 적는 너의 무의식은 무엇이냐)
"그럼 키워줘서 고맙다고 적는 건 어때?"
내 질문에 작은애 대답이 걸작이다.
"아직 다 키워준 게 아니라서 그건 좀 그래요"
언젠가 작은애가 낳아준 엄마를 만난다면
'낳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비로소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루는 작은애가 베개에 얼굴을 파묻으며 말했다.
"우리 반에서 입양된 애는 나 밖에 없는 거 같아요. 나만 입양이라서 싫어요"
내가 작은애를 낳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작은애의 상실감은 짐작만 할 뿐 헤아려지지가 않는다.
예전에 작은애가 따지듯이 "엄마는 왜 언니만 낳고 나는 안 낳았어?" 물었던 게 생각난다.
내가 낳았다면 작은애 삶이 지금보다 단순했을 텐데.
"엄마도 유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