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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우울증이 재발했다.

by 공글이

어제, 엄마의 우울증이 6년 만에 재발했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잠이 안 온다고 하셔서 설마 했는데.

이번 재발에는 내 탓도 있어서 마음이 더 무겁다.

올해 5월, 엄마는 외삼촌의 실족사를 겪으신 후 우울의 불이 지펴졌었다.

그러다가 6월에 내가 기름을 부은 겪이 되었다.

우리 동네에는 어른, 아이, 반려견들이 오고 가는 공원이 있다.

지난 6월 6일 저녁 8시쯤 공원에서 엄마와 한 시간 산책을 했다.

9시쯤 동네 언니를 우연히 만났고 엄마는 귀가하셨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동네 언니와 대화하다가 밤 10시가 되었다.

무음이었던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꺼냈을 때

부재중 전화가 무려 17통이 와있었다.

남편, 엄마, 큰딸이 전화를 한 거다.

내가 전화를 받지 않으니

엄마는 뉴스에 나올 법한 일이 일어났을 거라고 걱정하셨던 거다.

그날 이후로 두통, 건망증, 불면, 우울, 무기력, 식욕부진, 울분이 시작됐다.

장을 봐도 요리를 못 해 식재료를 버리기 일쑤고 밥을 사드신다고 했다.

전복죽을 만들어서 남편과 친정에 들렀다.

그날 일에 대해서 한 시간을 혼났다.

돌아가신 아빠와 나를 콜라보한 비난을 퍼부으셨다.

내 걱정은 마시라는 말에 엄마가 열폭했다.

엄마도 울고 나도 울었다.

잘못했다고 사과했지만 억울한 면도 있다.

마흔을 앞둔 내가 동네 공원에서 친한 언니와 밤 9시에서 10시까지 있었을 뿐인데.

다 됐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전화만 받았어도 됐을 일이 이리 커졌다.

나도 잠이 안 온다.

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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