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불면과 우울을 여러 번 겪었다.
모래가 부서지듯이
서서히 부서지는 엄마를 보며 자랐다.
몸의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고
장래희망란에 심리치료사를 적곤 했다.
결혼한다면 젊고 건강한 엄마가 되고 싶었다.
원래는 외국에 나가 살고 싶었다.
집에서 벗어나려고.
부모님의 결혼생활을 보며 가정을 이룬다는 것에 대한 소망도 별로 없었다.
그러다 '확실한 남자'를 만나 결혼했고 두 딸의 엄마가 되었다.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
이 두 가지에 대한 생각이 유독 깊었다.
그러다 부모가 필요한 아이에게 부모가 되어주는 것만큼이나 가치로운 일이 있을까 싶었고
입양부모가 되었다.
지금의 나는 심리치료사가 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다.
젊고 건강한 엄마가 되고 싶었던 꿈도 어느 정도 이루었다.
스물일곱에 낳았고 서른에 입양했으니 젊은 엄마인 셈이다.
건강한 엄마도 다행히 현재진행형이다.
아이들이 먹을 쭈쭈바를 10개 사서 냉동실에 넣어둔다.
작은애의 곱셈 숙제를 채점한다.
집에 오면 바로 먹을 수 있게 식사를 준비한다.
아이들 물통에 시원한 보리차를 부어준다.
큰애가 좋아하는 주꾸미를 요리한다.
작은애가 좋아하는 소금빵을 산다.
같이 장 보러 간 작은애가 김부각 앞에서 한참 서있는 모습이 귀여워서 장바구니에 담는다.
밤에는 아이들과 수다를 떨다가 잠이 든다.
이런 소소한 일상의 순간들이 '젊고 건강한 엄마'의 꿈을 이룬 거 같아서 감사하다.
엄마는 외할머니의 학대 속에서 자랐음에도 나를 자주 안아주셨다.
엄마가 되고 나니까
자식을 사지 멀쩡한 어른으로 키워낸다는 게 새삼 위대해 보인다.
나를 이만큼 키운 엄마에게 감사하다.
아픈 엄마라도
나는 여전히 엄마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