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유가족이 될까 봐

by 공글이

박사과정의 어려움이 무뎌지고 있다. 더 큰 어려움이 닥쳤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두 달 전 재발한 엄마의 우울증이다. 올해로 만 65세가 된 엄마는 6년 만에 우울증이 재발했다. 의사는 엄마 상태를 봐가며 약을 조절 중이다. 아직 엄마에게 맞는 약을 찾지 못했다.

엄마의 우울증은 나의 쥐약이다. 엄마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불면증과 우울증을 앓아 오셨다. 우울증은 끈질기고 지독하게 엄마를 괴롭혔다. 엄마는 모래처럼 부서지곤 했다. 죽지 못해 사는 모습을 보는 건 나에게도 곤욕이었다. 학창 시절 때부터 ‘몸이 아픈 것 못지않게 마음이 아픈 것도 큰 일이구나. 심리를 치료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엄마의 우울증은 먼저 부엌일을 못 하게 만든다. 엄마는 외식하면 탈이 나는 편이라 식당도 반찬 가게도 도움이 안 된다. 다행히 동네에 복지관이 생겼고 거기서 점심을 해결하신다. 방학 때는 우리집에서 저녁을 같이 먹었다. 개학하면서 내가 주중에 3일 집을 비우니까 엄마 저녁밥이 붕 떴다. 약 먹으니까 밥을 잘 챙겨 드셔야 할 텐데 부실해져서 걱정이다.

엄마를 응대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부정적이고 과거를 맴도는 말들을 반복해서 듣다 보면 소진된다. 특히 우울에 젖어 미세하게 떨리는 그 눈빛을 보는 게 힘들다. 엄마는 비 오는 날이면 더 가라앉는다. 이제는 나도 비가 오면 ‘엄마가 더 힘든 하루를 보내겠구나’ 생각부터 든다.

이틀 전에는 엄마의 정신과 진료를 동행했다. 버스에서 엄마가 자살을 암시하는 말들을 했다. “내가 안 좋은 생각을 많이 해”, “행동은 한 끗 차이인 것 같아”, “노무현 대통령이 떨어져 죽었잖아”,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야”, “나이 들어서 그런가 더 힘드네”, “이번엔 못 견디겠어” 등등. 겁이 났다. 배운 대로 하자면 구체적으로 물어봐야 했으나 차마 묻지 못했다. 내가 감당이 안 될 거 같아서 듣고만 있었다. 자살유가족이 될까 봐 두렵다. 엄마가 우울에 몸이 꺼져갈 때마다 매번 두려웠다. 엄마를 자살로 잃을까 봐. 이럴 땐 엄마가 15층에 사시는 것도 걱정거리가 된다.

심리에 대해 배운 지식을 엄마한테 써먹지 못하고 있다. 엄마의 우울증이 이번에도 무사히 넘어가 주길 바랄 뿐이다. 엄마를 도와야 한다는 의지 한편에 외면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도와야 하는데 피하고 싶다. 저절로 나오는 앓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흔들리는 눈빛도 보기 싫다. 이골이 났다. 건강한 모습만 보고 싶다. 우울증이 재발하기 전처럼 ‘무릎이 아프다’는 말을 했으면 좋겠다.

예전에 엄마는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 내가 본 게 한 번, 들은 게 두 번이다. 그래서 우울증이 재발할 때면 더 위험해 보인다. 내가 우울해질 지경이다. 의지를 내서 엄마를 돕고 나면 소진된다. 균형을 찾자니 죄책감이 든다. 과제할 때, 집안일할 때 문득문득 ‘엄마는 지금 이 순간에도 힘들어하고 계실 텐데’ 싶어서 마음이 쓰인다.

나의 가장 큰 두려움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작은애 암이 재발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엄마를 자살로 잃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정말 겪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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