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과 성
"엄마는 이럴 거면 왜 나를 입양했어? 사실은 엄마가 아기를 가질 자격이 없었던 거 아니야?" 엄마의 빠른 걸음에 화가 난 작은애가 쏘아붙인다. 자격을 운운하다니 놀랄 놀 자다.
큰애가 편지에 '절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를 한창 적던 때가 있었다. 작은애는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표현이다. 갓난아기 때부터 입양을 말해줬다. 처음에는 굳이 아기 때부터 말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막상 데려왔을 때도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양육자와 환경이 바뀌어서 혼란스러울 아기한테 안정감만 주고 싶었다. 선배 입양가정한테 물어보니 부모가 준비되기 위해 아기 때부터 말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누워있는 아기한테 입양을 설명하는데 눈물이 났다. 그 뒤에도 말하면서 몇 번 더 울었다. 나중에는 울지 않고도 입양을 말할 수 있었다.
처음엔 큰애가 질문이 많았다. "왜 낳아준 부모가 키울 수 없었어?"가 화두였다. 이럴 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수위를 조절하는 게 관건이다. "낳아준 부모가 아기를 키울 준비가 안 돼서 그랬어."대답에 "아기 키울 때 뭐가 필요한데? 유모차랑 딸랑이가 없어서? 그럼 왜 준비가 안 됐는데 아기를 가졌대?" 질문이 이어졌다. 옆에서 듣고 있던 작은애가 "그럴 수도 있지!" 버럭 한 방으로 정리했다.
아이들이 한 살씩 자라면서 대화도 무르익는다. 입양을 말하면서 혼전임신 이야기가 딸려 나온다. 20대 초반에 출산이 빠르다는 걸 아이도 이제 아는 거다. 급기야 성교육으로 이어진다. 큰애가 키스가 뭐냐고 묻는 고학년이 되었다. 입술 뽀뽀를 키스인 줄 아니까 "나 아빠랑 키스해 봤다."는 말이 나오는 거다. 키스는 혀와 혀가 만나는 거라고 말해줬더니 눈이 동그래진다. 혀를 뱀처럼 내밀더니 "이렇게 맞대는 거야?" 묻는다.
(남편이 "나는 왜 여보랑 키스해 본 적이 없지?" 갸우뚱한다. 연애까지 통틀어 15년 차인데 키스를 안 해봤.. 습니다.. 제가 비위가 좀 약하거든요.. 그래도 우리 잘 삽니다..)
"애들아 성이 뭐야?" 물으면 작은애가 "성은 몸이지." 대답한다. 제법 이해를 한 것 같다. 아이들이 부모의 성경험을 궁금해한다. 남편은 내 수위가 높다며 말린다. 아기는 학이 물어다 주는 거라며.
도서관에서 큰애가 '예쁜 성, 아름다운 성' 제목의 책을 골랐다. 처음엔 김 씨, 박 씨처럼 이름의 성을 말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라 당황했지만 끝까지 읽었단다. 나는 아이들이 입양처럼 성에 대해서도 편하게 말했으면 좋겠다. 요즘은 손만 뻗으면 성에 노출되는 시대다. 앱으로 파트너를 만나고 청소년이 룸카페 수익을 올린다. 아이들이 집 밖에서 성을 먼저 접하는 게 염려스럽다.
성에 대해 얘기할 때 내 선입견까지 전달될까 봐 조심한다. 특히 성이 더럽다고 여길까 봐 표현을 가려서 한다. 평소에 성교육 책을 찾아보기도 한다. 어떤 책에서는 성인이 된 자녀에게 콘돔이 가득 든 바구니를 주면서 "콘돔 개수를 세지 않겠다."라고 말해서 인상적이었다. 나는 그렇게까진 못하겠다. 피임한다 해서 100% 막을 순 없으니까. 준비가 된 상태에서 서로 동의하에 성관계를 가지면 좋겠다. 나를 꼰대라고 욕해도 어쩔 수 없다. 엽기적인 신생아 유기사건이 갱신되고 있지 않나. 미디어에서는 성관계의 달콤한 앞면만 보여준다. 피임이나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받는 장면은 없다. 나는 아이들이 성의 앞면과 뒷면을 다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