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서 누가 보이세요?

부모 자식 사이

by 공글이

"너의 이런 모난 점이 아빠를 닮았다." 엄마와 4분 39초간 통화하면서 들은 말이다. 3년 전 돌아가신 아빠는 이렇게 종종 불려 온다. 결혼생활이 지옥이었던 엄마는 여전히 아빠를 곱씹는다. 애석하게도 이것은 졸업이 없다. 그러다가도 엄마는 아빠가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을 보면 "이거 아빠가 좋아했는데..."말하신다. 내가 자라면서 분개했던 지점은 엄마가 아빠를 한참 씹고 난 뒤에 "네가 아빠를 닮았다"라고 말할 때다. 엄마는 내가 본인을 닮았다고 말한 적이 없다.

평소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놓는다. 엄마가 내게 전화를 걸었는데 못 받았다. 부재중 전화를 보고 다시 걸었다가 한 방 먹었다. 엄마가 와다다 쏘아붙인 말들을 정리해 보면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놓은 것이 모난 점이다. 그런데 휴대폰을 집에 놔두고 외출하는 엄마가 할 말은 아니다. 엄마는 오빠가 양치를 미루는 것도 아빠를 닮았다고 말한다. 뭐라도 안 좋은 점이 보이면 자석처럼 아빠한테 갖다 붙인다.

기본적으로 엄마한테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스스로가 지나온 삶이 지옥이라니 측은하다. 엄마가 동창회나 친정모임을 꺼리는 것도 자신의 형편이 제일 못 하다고 여기기 때문일 거다. 아흔 살인 외할머니가 아직도 엄마한테 쌀을 보내는 이유도 아마 아픈 손가락이어서가 아닐까.

나는 엄마한테서 안 들어도 될 말을 듣고 자랐다. "너를 뱃속에 가지고부터 아빠가 본격적으로 놀음을 해서 안 낳고 싶었다. 병원에 갔더니 지울 시기를 놓쳤다 하더라." 엄마는 오죽 힘들었으면 그랬겠냐는 의미였는지 몰라도 나는 내가 잘못 태어났다는 말로 들렸다. 내 존재가 불행의 시작 같았다. 엄마의 하소연은 내게 부어졌고 나라도 들어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러다가도 "너의 모난 점이 아빠를 닮았다."는 말을 들으면 엄마와 한 편이 아닌 것 같아 혼란스러웠다.

엄마와의 심리적 거리가 좁혀질 때 속에서 받친다. 엄마에 대한 내 마음은 복합적이다. 엄마는 나에게서 돌아가신 아빠를 본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거다. 부모 자식 사이는 서로에게서 자신을 보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를 보게도 한다. 특히 부모는 더 그런 것 같다. 자녀에게서 내가 보이거나 배우자가 보일 때를 알아차리고 분리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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