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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글이 Sep 16. 2023

그 사람이라고 부르지 마

 나는 입양 홍보대사가 될 마음은 없다. 이런 집도 있다는 걸 말할 뿐이다. 입양의 가장 큰 축복은 성별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거다. 처음엔 '이 좋은 걸 왜 안 하지? 내가 낳지 않아도 자녀로 삼을 수 있는데'였다면 지금은 '입양은 복불복이라 신중하시라' 입장이다. 어떤 아이가 올 지 모른다. 기질적으로 잘 맞아서 꽁냥꽁냥하는 집도 있는 반면 우리처럼 서로 너무 다른 집도 있다. 그렇다고 입양을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다시 돌아간다 해도 나는 지금의 둘째를 자녀로 맞이할 거다. 

 평소 낳아준 엄마라고 부르는데 한 번은 내가 그 사람이라고 불렀다. "그 사람이라고 부르지 마" 발끈한다.

 "어떤 입양가정은 낳아준 엄마를 그분이라고 부른대, 말하기를 꺼려하는 집도 있어", "왜 그런데? 그거 좀 나빴다" 집마다 다르니까 뭐가 맞다고 말하기 어렵다.

 "근데 왜 나를 키우지도 못할 거면서 낳았대?",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으이구 그러게 피임 좀 하지" 운전 중에 나눈 대화였는데 둘째 대답에 순간 얼었다.   

 낳아준 엄마를 못 만날 확률이 높으니까 대화의 대부분은 상상이다.

 "낳아준 엄마에게 자녀가 있을 수도 있는데 넌 어떠니?", "그럼 내가 누나나 언니겠네" 반응이 쿨하다. 집에서 자기가 막내인 것에 불만이 있다. 낳아준 엄마한텐 자기가 첫째라는 게 마음에 드나 보다.   

 "천국 가서 낳아준 엄마를 만났다치자. 낳아준 엄마가 같이 살자 하면 어떻게 하고 싶어?", "엄마한테 허락받아야지. 근데 내가 엄마라고 부르면 둘이 헷갈리겠다"

 "엄마가 죽으면 난 낳아준 엄마한테 갈 거야" 둘째는 나 죽으면 갈 데가 있다. 이거 참 기분이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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