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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글이 Dec 06. 2023

새둥지를 보면요.

어반스케치 야외수업에 간 날이었다. 

풍경을 그리기 전에 관찰부터 했다.

나무에 새둥지를 보며 감탄한다.

나뭇가지 하나 입에 물고 날갯짓했을 새를 떠올린다. 

쓸만한 나뭇가지를 찾는 일부터 했겠지. 

아니다.

둥지를 지을 나무부터 골랐겠다. 

튼튼한 둥지를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날갯짓을 했을까.

이름 모를 새에게 배운다.


이십 대 때 비가 오던 날, 길에서 야채 팔던 할머니를 기억한다. 

비옷에 우산을 쓰고 할머니는 자리를 지켰다.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단 다짐이 들더라. 


길에서 종이를 돌리던 아저씨를 기억한다.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최저시급 받고 아르바이트했던 나는 왜 사람들이 상관없는 일인 양 지나칠까 의아했다.

최저임금과 상관없는 사람이라도 있는 걸까. 


비바람이 쳐도 끄떡없을 새둥지를 보며 

내 이십 대 때 길에서 만났던 이름 모를 할머니와 아저씨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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