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살에게 사춘기가 왔다.
가족이 부르는 소리엔 대답이 없을지언정 휴대폰 진동소리는 멀리서도 듣고 뛰어온다.
네임펜으로 얼굴에 매력점을 찍는다.
손등에 타투를 그린다.
머리 사이사이에 브릿지를 넣어 염색한 느낌을 준다.
작년엔 아이브, 올해는 투바투에 빠졌다.
지니차트를 외운다.
무의식적으로 아이돌 춤을 춘다.
엄마아빠 스킨십에 손바닥으로 자기 눈을 가린다.
"우리 주말에 뭐해요?"라고 묻는 것은 친구와의 약속을 잡기 위함이다.
마라탕 먹고 인생네컷 찍고 다이소에 들러 우정아이템을 산다. 여기에 탕후루 추가요.
뒷담화에 적응 중이다.
친구 사이에 돈 빌려주고, 빌리고, 갚고, 받아내는 일에 능숙하다.
친구의 선행학습은 신경 쓰이지만 예체능을 놓지 못한다.
엄마아빠한테는 비공개지만 학교에서는 욕 좀 한다.
휴대폰에 잠금패턴을 종종 바꾼다.
오늘 저녁은 뭐예요? 내일 아침은 뭐예요? 학교 급식에 뭐 나온 줄 아세요? 메뉴 이야기는 단골이다.
옷 서랍장을 열면 죄다 무채색뿐이다.
까만색 양말만 신는다.
라면은 맨날 먹을 수 있고 압력밥솥 밥보다 햇반이 더 좋다.
너에게 사춘기가 왔다.
아직까지는 봐 줄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