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는 2020년 추석 즈음에 돌아가셨다.
갑작스러운 작별이었다.
통증으로 비스듬히 주차해 둔 모닝차는 주인을 다시 태우지 못했다.
일반병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아버지는 보름 만에 흰 포대기에 싸인 채 병원을 나올 수 있었다.
깜깜한 새벽 아버지의 임종을 지킨 건 나였다.
왠지 그날 밤은 잠이 안 왔다.
아버지는 몸에 여러 줄이 달린 채 퉁퉁 부어 있었다.
중환자실 비용을 걱정했던 게 죄스러웠다.
의사가 사망선고를 내렸다.
아버지는 살아서 나오지 못할 걸 예상했는지 마지막 면회 때 유언을 남기셨다.
화장해서 할머니 무덤에 뿌리라고 울면서도 꾹 꾹 말씀을 이어가셨다.
그 뒤 의식 없는 아버지 눈가의 눈물이 목숨이 붙어있는 표시였다.
'네가 하는 말을 듣고 있단다'
아버지는 퍼런색으로 딱딱하게 굳었다.
신호등 건널 때 조심하라고 말해주던 내 아버지를 잃었다.
밥 잘 챙겨 먹으라고 걱정해주던 내 아버지를 잃었다.
건강상식을 문자로 보내주던 내 아버지를 잃었다.
책을 선물해 주던 내 아버지를 잃었다.
우리 아이들은 목마 태워주던 할아버지를 잃었다.
겨울에도 아이스크림을 사주던 할아버지를 잃었다.
문방구에 데려가주던 할아버지를 잃었다.
같이 놀아주던 할아버지를 잃었다.
내 아버지가 그립다.
손주들도 할아버지가 그립다.
엊그저께 요양병원에 계신 시아버지 면회를 다녀왔다.
손가락 사이사이가 움푹 들어갈 만큼 쇠약해지셨다.
"찹쌀떡이 먹고 싶다. 그거 먹고 자살하구로"
얼마나 삶이 고통스러우실까.
감히 헤아릴 수가 없다.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고 있다.
두 아버지의 죽음.
한 아버지는 죽었고 다른 아버지도 죽음의 그늘에 계신다.
겨울이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