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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나요?

by 공글이

나는 초등학교 때 오빠가 전도해서 동네 교회를 다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주일학교 선생님들이 대단했다.

여름성경학교 때면 조를 짜서 미션을 수행했는데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성탄 때는 예수님 탄생 연극을 만들어서 무대에 올랐고

교회 장의자를 앞으로 쭉 밀어서 주일학교에서 1박을 하고

정월대보름이라고 모여서 쥐불놀이를 하기도 했다.

직업이 교사인 분들이 많았는데 학기마다 참고서나 문제집을 주셨고

주중에는 개인 과외도 해주셨다.


내가 초등학생 때 IMF가 터졌는데 우리집도 아빠가 실직자가 됐었다.

아빠는 한샘 부엌가구를 오래 다녔었다.

일본이나 미국으로 출장을 갈 만큼 제법 인정을 받았던 것 같다.

설계도를 만들고 영업하는 일이었지 싶다.

주말에 아빠가 일하러 갈 때 따라가곤 했다.

주로 차는 공사장 앞에 세워졌고 아빠가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왔었다.

아빠가 실직자가 되었던 무렵 엄마가 백화점으로 출근했다.

엄마는 백화점에서 그릇도 팔고, 이불도 팔고 마지막엔 라면도 팔았다.

그러다 백화점이 망했고 엄마도 실직자가 되었다.

그 뒤에 엄마는 세탁세제 만드는 공장에 다녔는데 머리에 물만 무쳐도 거품이 날 만큼 가루가 날렸었다.

부모님이 돈 때문에 자주 다퉜고 그럴 때면 나는 교회에 갔다.

기도하는 거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무튼 초등학생 때 교회의 돌봄이 컸다.


그러다 대학생이 되어 선교단체에 들어갔는데 소그룹 리더언니가 "구원의 확신이 있니?"라고 물었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구원의 확신이 뭔지 모르겠고 그게 나한테 있는지도 모르겠고.

고민하면서 선교단체 활동을 전공만큼이나 열심히 했다.

겨울 수련회에 갔다가 나는 깨달았다.

수련회 기간 중에 내 생일이 있었는데 하필이면 생일 24시간 내내 아팠다.

다들 전체일정 소화하느라 나가있을 때 나는 숙소에 남아 누워있었다.

내가 아무것도 못 하고 무력했을 때

사람을 통해서 또는 마음에서 울리는 소리가 있었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 너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혔다, 네가 힘들었던 거 알아, 그때 나도 옆에 있었어'

나는 예수님의 사랑에 항복했다.

예수님이 날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게 맞나? 확신이 없었는데 그날 알았다.


사실 난,

내 존재가 흔들거렸다.

"너를 지우려고 산부인과에 갔는데 개월수가 지나서 의사가 못 지운다고 했어"

엄마는 그만큼 본인의 삶이 힘들었음을 말하고자 했겠지만

나는 존재가 흔들거렸다.

엄마의 불행이 나 때문인 거 같고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엄마가 더 나은 삶을 살았을까

나는 환영받지 못 한 생명이었구나 등등


그런 내가,

생일에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

그래서 더 뜻깊다.

내가 뭘 하지 않아도 하나님은 날 사랑하신다.

내가 어떤 존재여서가 아니라 그냥 나 자체로 사랑하신다.

하나님에게 난 환영받는 존재다.


그날 생일은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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