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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임 Jan 21. 2023

택시

낯선 이방인을 배려한 기사님의 친절은 잔잔한 감동이었다

 기차를 타고 포항에 갔다. 계획도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가보자는 마음이 앞서 무작정 열차에 몸을 실었다. 휴대폰으로 포항의 볼거리를 검색하니 곳곳의 명소들이 자세하게 소개되었다. 얼마 전에 티브이에서 본 핫플레이스 한 곳이 떠 올라서 거기를 우선 가보기로 정한 뒤 눈을 잠시 붙였다.    

 

 도착지 안내방송을 듣고 부랴부랴 하차하여 역사를 빠져나왔다. 지난밤에 내린 눈이 녹아 거리는 질퍽했으며 공기는 차가웠다. 우리가 찜한 목적지를 향하는 버스가 방금 출발했는지, 다음 버스를 무려 40여 분 기다려야 했다. 뚜벅이 여행을 하면 제일 고단한 것이 버스 시간 맞추는 것이다. 대도시가 아닌 이상은 버스 배차시간이 길다. 길 위를 걷는 시간도 많지만, 이동 교통수단을 기다리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포항의 KTX역 주위로는 상가조차 없는 썰렁한 벌판이었다. 나는 여행 중에는 비교적 택시를 이용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점심 시간대를 넘겨서인지 허기가 졌다. 점심도 먹을 겸 고민 끝에 택시를 탔다. 낯선 도시에서 택시를 타면 조금 긴장을 한다. 토박이가 아닌 여행객들이 종종 겪는 바가지 상술이 상기된다.    

  

 “기사님, oo로 가 주세요. 요즘 이곳이 인기가 많던데 구경할 만한가요?”

“홍보를 많이 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몰리긴 하죠. 어디서 오셨어요?”

포항에 여행 온 것을 밝히며 기사님과 몇 마디 인사를 주고받았다. 맛집을 검색하다가 마침 괜찮은 식당이 목적지 근처였다.

“기사님, 공원 입구 근처라고 하는데 oo 식당 아세요? "

"글쎄요, 지도 검색하니 안 나오는데 정확한 상호명이 뭐죠?"

네비에 여러 번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그 와중에 택시는 목적지인 공원 앞에 멈췄다. 요금을 지불하고 불편한 맘으로 택시에서 내렸다. 나름 지역의 유명한 식당 같은데 기사님이 모르신다 하니 서운하기조차 했다. 

      

 길 찾기 앱을 켜서 식당 찾아 삼만리처럼 동분서주했다. 쉽게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빙글빙글 헤맸다. 등 뒤에서 클랙슨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니 우리를 방금 내려주고 간 택시였다. 기사님이 손짓을 하며 우리를 불렀다. 머뭇거리는 우리를 무작정 태우더니 마침내 우리가 찾던 그 식당 앞에 내려주셨다. 기사님은 공원 앞에 우리를 내려놓고 돌아 나가는 길에 식당을 발견하셨단다. 어리바리한 여행객이 걱정이 되었는지, 다시 핸들을 돌리셨다. 고마움에 추가 요금을 드리겠다고 해도 사양하시며 "즐거운 포항 여행하고 가세요. "라는 멘트를 남기시고 가셨다.     


 생각지도 못한 택시 기사님의 친절에 다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택시 안에서 도중에 목적지가 아닌 목적지 근방의 식당으로 가 달라고 한 것이 귀찮아서 기사님이 식당을 모른다 했거나 검색이 안 된다는 핑계를 댄다고 나는 오해를 했다. 무시하고 지나쳐도 될 법한데, 가던 길을 돌려 우리를 찾아 다시 택시에 태운 기사님의 따스한 마음에 포항의 날씨마저 훈훈하게 느껴졌다.      


 외국 여행을 가도 택시 탑승이 편치만은 않다. 생소한 길과 어두운 환율, 물가 등으로 언어도 안 통하는 기사와 가격흥정에 신경이 날카롭다. 미터기도 잘 켜지 않는 동남아의 어느 관광도시는 택시요금이 흉악할 정도다. 그에 반해 한국의 택시는 차량 퀄리티가 좋으며 가격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싸지도 않다. 저녁 뉴스에 택시 기사님들이 상대적으로 수입은 좋은 배달서비스 드라이버로 많이 이직하여 택시 공급에 차질이 많다는 기사가 떴다. 택시업체와 기사님들의 고충도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만약 택시 서비스가 감소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지하철, 버스 노선이 아무리 좋아도 택시를 꼭 타야 할 때가 있다. 질 좋은 서비스를 계속 누리기 위해 우리 모두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다.    

 

 우여곡절 끝에 찾은 식당의 음식은 정갈하면서 입맛에 맞았다. 여행의 묘미 중에 맛난 음식이 빠질 수 없다. 더 맛나게 느껴진 이유는 그 택시 기사님 때문이다. 타지에서 온 낯선 이방인을 배려한 기사님의 친절은 잔잔한 감동이었다. 

     

 오전의 흐렸던 날씨는 개였고, 밥까지 든든하게 먹었더니 속은 따뜻했다. 왠지 포항에서의 여행이 즐거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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